세계 조선 3분의 2인데…중국, 합병으로 몸집 더 키운다[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LCD 산업은 BOE·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기업이 추격에 성공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OLED로 넘어갔다. 스마트폰은 화웨이·샤오미·비보 등이, 자동차는 BYD·지리·상하이자동차 등이 한국 기업을 간발의 차로 추격하고 있으며 반도체만 아직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조선은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소가 기술적으로 아직 앞선다고 보는 의견이 있지만, 중국 조선산업은 양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중국 조선산업을 살펴보자.
2일 종가 기준 중국선박(1561억위안)과 중국중공(1135억위안) 시가총액 합계는 2696억위안(약 51조원)으로 한국 조선업계 1위 HD현대중공업(16조5300억원)을 뛰어넘는다.
그런데 모두 국유기업인 중국선박과 중국중공은 지금도 모회사가 같다. 2019년 중국 정부가 양자강 이남에 조선소가 위치해 '남선'(南船)으로 불리는 중국선박공업그룹과 양쯔강 이북에 주로 조선소가 있어 '북선'(北船)으로 불리는 중국선박중공그룹을 합병해 중국선박그룹유한회사(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를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은 CSSC 산하에 있는 양대 상장 조선사를 합병시켜 양사 간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한 의미가 크다. 중국선박과 중국중공은 모두 지배주주가 CSSC지만 도크 크기가 비슷해 동일한 선박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철도차량 업체 중국남차와 중국북차를 합병해 중국중차를 출범했으며 2016년에는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을 합병시켜서 세계 1위 철강업체 바오우그룹을 탄생시키는 등 국유기업 간 합병을 통해 중공업 분야에서 산업 집중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단일 조선소기준 수주 잔량은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삼호중공업 순으로 한국 대형 4개사가 1~4위를 싹쓸이하고 있지만, 조선그룹 기준으로는 중국 최대 국영 조선그룹인 CSSC가 압도적인 1위다. CSSC는 야드(yard, 개별 조선소)만 17개로 HD현대(4개), 삼성중공업(1개), 한화오션(1개)을 압도했으며 수주잔량은 2311만CGT(표준선 환산톤수·658척)에 달했다.
특히 CSSC 산하의 후둥중화는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선소 중 하나로 올해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초대형 큐맥스(Q-Max) LNG 운반선 18척을 60억달러에 수주했다. 국내 조선 3사가 LNG선 크기가 27만㎥ 정도로 한 도크에 2척씩 병렬건조할 수 없는 큐맥스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중국이 수주하게 된 것이다.
CSSC는 후둥중화 외에도 중국선박(강남조선, 와이가오챠오조선, 중촨청시), 중국중공(우창조선, 다롄조선, 베이하이조선) 등 조선소가 17개에 달해, 한국 조선사가 양으로는 따라가기 힘들다.
CSSC 외에도 국유기업인 중원해운중공, 초상국중공과 민영기업인 양즈장조선, 신시대조선 등 중국은 모두 5개사가 10위 안에 진입하면서 세계 조선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2022년 중국은 85.7점으로 한국(86.4점)을 바짝 추격했으며 2023년에는 90.6점으로 한국(88.9점)을 추월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조달과 R&D 및 설계 부문의 경쟁력이 앞선 반면, 수요와 AM(유지보수)·서비스 부문에서는 큰 폭, 생산에서는 다소 뒤처졌다.
중국은 2021년 이후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이 빠르게 상승했다. 대규모 수주와 건조를 통해 가치사슬 전 분야에서 골고루 경쟁력이 상승한 건데,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조선 수주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4년 상반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신조선(新造船·새 선박) 발주량은 작년 동기 대비 34.2% 증가한 3322만CGT, 신조선 발주액은 58.2% 증가한 1061억달러에 달한다.
상반기 신조선 시장의 수주량 기준 점유율은 중국이 66.1%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한국과 중국 간 격차가 사상 최대폭으로 확대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국이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초대형 큐맥스 LNG 운반선 18척과 1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전량을 수주하며 대형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수주 점유율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주 물량은 2197만CGT에 달한 반면 한국은 715만CGT로 21.5%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2019년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각각 31%와 37%로 격차가 크지 않았으나 2021년에는 32.4%와 50.6%, 2023년에는 21.2%와 58.9%로 격차가 갈수록 확대됐다.
이에 대해 해외경제연구소는 국내 조선사들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고 신조선 가격이 급등해 선주들이 가격이 낮은 중국 조선소로 향한 점이 격차 확대 원인이라면서도 한국이 점유율 30%에 근접조차 못한 건 우려스럽다고 짚었다.
LCD, 스마트폰, 자동차의 경우처럼 중국이 저가 제품부터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고가 제품 점유율도 높이는 전략이 조선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참, 3일 중국 해관총서는 올해 1~7월 중국의 누적 선박 수출량이 작년 동기 대비 28.3% 증가한 3470척, 수출금액은 84.4% 증가한 1737억위안(약 32조6600억원)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박 중심이 됐다고 밝혔다. 중국이 세계 조선업의 중심에 섰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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