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달래기 나선 통신업계… 구상권 분쟁 발생할까

통신사 문제 아니지만…고객 피해에 SKB·KT 선 보상 전망

통신사들이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접속 장애 보상에 들어선 가운데 향후 기업의 구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0월 서울 시내 한 휴대폰 대리점 모습. /사진=뉴스1

통신사들이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접속 장애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한다. 통신망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지만 우선 자사 고객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 구상권(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둘러싼 기업 분쟁으로 이어져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지난 5일 약 5시간 동안 발생한 인터넷 접속 장애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요금 감면 등 보상안을 마련한다. 통신사 약관은 이용자의 귀책이 없는 경우 요금 감면 등의 보장을 명시했다.

보상책 마련에 들어간 곳은 KT와 SK브로드밴드다. 접속 장애로 인한 영업 피해 등 추가 보상안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 조사 후 검토될 예정이다. 통신사 약관에 따르면 사업자 고의나 중과실로 2시간 이상 연속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사용하지 못한 시간만큼의 요금을 최대 10배까지 배상해야 한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번 장애는 보안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안랩이 특정 데이터센터의 방화벽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인터넷 트래픽이 과다 발생했고 IPTIME과 머큐리에서 만든 일부 공유기에서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장애는 SW업체에서 롤백(이전 상태로 되돌리기)하니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하지만 안랩은 "안랩의 문제라면 전체 장애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특정 공유기에서 처리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미디어텍의 칩셋을 사용한 일부 공유기에서만 발생한 이슈로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접속 장애가 통신사 문제는 아니지만 KT와 SK브로드밴드 고객은 요금 감면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당장 고객 달래기가 필요한데다 일부 고객의 공유기는 통신사들이 직접 공급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요금 감면이나 보상을 진행하지 않는다. 접속 장애를 겪은 공유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아서다.

과기정통부와 통신3사는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숫자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와 업계는 피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요금 감면분이나 보상안 모두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통신사와 장애를 발생시킨 안랩, 공유기를 만든 IPTIME이나 머큐리, 장애가 발생한 칩셋을 만든 대만의 미디어텍의 장기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KT와 SK브로드밴드가 고객 보상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로스쿨 교수는 "구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 분쟁으로 장기간 책임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