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쏟아내는 '성수동 팝업'…사각지대 놓인 생활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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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구 앞.
허혜윤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국내 폐기물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상황에서 팝업스토어 등 단기 행사가 많아지며 성동구 일대의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폐기물 등록부터 처리에 이르는 일관된 규정이 아직 없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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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만들었지만 강제성 없어…"순환형 팝업 모델 필요"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구 앞.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자 둔탁한 철근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지게차들이 보였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이른 오전의 성수동은 팝업스토어 공사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1.2㎞ 남짓한 연무장길에는 이날 11개의 팝업스토어가 설치되거나 철거되고 있었다. 공사장 입구마다 목재와 비닐 등 다 쓴 인테리어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보였고, 바로 옆 골목에는 75L짜리 주황색 종량제봉투가 10여개씩 쌓여 있었다.
은평구에서 친구와 온 이서현 씨(22)는 "여기저기서 드릴 소리가 들리고 골목마다 스티로폼과 비닐, 쓰레기봉투들이 쌓여 있어 깜짝 놀랐다"며 "성수동이 하나의 공사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성동구의 폐기물 배출량은 2018년 51.2톤에서 2020년 220.1톤, 2022년 518.6톤으로 급증했다.
허혜윤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국내 폐기물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상황에서 팝업스토어 등 단기 행사가 많아지며 성동구 일대의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폐기물 등록부터 처리에 이르는 일관된 규정이 아직 없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팝업스토어 1개 철거에 폐기물 평균 3톤…대부분 소각
팝업스토어 공사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은 모두 어디로 갈까.
한 가방 브랜드 팝업 공사장에서 만난 인부 박헌수 씨(42)는 "팝업 철거 과정에 보통 1톤 트럭 2~3대가 동원된다"며 "대부분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일괄적으로 민간 폐기물 처리 업체에 보내진다"고 말했다.
팝업 폐기물은 1차적으로 강남 역삼동 일대에 밀집한 민간 업체들로 보내진다. 그 뒤 폐기물 종류에 따라 재활용되거나 소각되는데, 팝업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주로 나무나 비닐류라 재활용보단 소각에 용이하다. 이 때문에 3톤에 달하는 폐기물 전체가 특별한 분류 과정 없이 대다수 태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팝업 공사장 앞에서 발견한 쓰레기봉투 18개 더미 가운데 13개가 비닐류인 것으로 확인됐다.
◇ 사각지대 '생활폐기물'이 관건…"지속가능한 팝업 모델 필요"
지난 6월 성동구청은 9개 부서의 협업을 통해 '팝업스토어 TF팀'을 구성하고 관련 매뉴얼을 제정했다. 재활용 자재 선별, 폐기물 혼합 배출 금지, 일회용품 사용 지양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매뉴얼은 강제성이 없어 단순 권고 형태에 그친다. 구청 관계자는 "매뉴얼을 발표한 이후 다회용기 지원 사업 등을 시작했지만, 해당 사업에 응한 기업이 단 한 군데밖에 없었다"며 "기업이 팝업 설치와 운영을 지자체에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구청이 팝업을 관리하거나 제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폐기물 처리 과정을 관리하는 '올바로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모든 폐기물이 관리 대상은 아니다.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가운데 5톤 이상은 건설폐기물로, 그 미만은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전자는 '올바로 시스템' 아래 관리가 되지만, 후자는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 보통 팝업스토어 하나가 철거될 때 3톤 내외의 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폐기물이 관리 사각지대에 속한다.
이에 성동구청은 생활폐기물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달라는 의견을 지난 6월 환경부에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팝업스토어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된 만큼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한번 사용한 팝업에서 뜯어낸 자재들을 다른 팝업에 다시 활용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순환형 팝업스토어 모델'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팝업 폐기물 양을 줄이자고 하는 일차원적 논의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적용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plus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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