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동시에 수술' 사라진 의사…피흘리던 환자는 결국 숨을 거뒀다[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같은 해 9월 8일 권씨는 달라질 모습을 기대하며 수술대에 누웠다. 그러나 11시간 뒤 119에 신고가 접수됐다. 권씨 어머니는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연락받고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추석 연휴에 오겠다"며 집을 나섰던 둘째 아들은 의식 없는 채로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
성형외과에는 수술방이 4개 있었다. 의사들은 순차적으로 마취하고 봉합하는 식으로 동시에 수술을 진행했다. 사건 당시 원장 A씨(50대)는 권씨의 수술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다른 환자를 수술하느라 권씨를 지속 관찰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권씨의 출혈량이 3500cc였는데도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는 체중이 45kg인 성인 여성의 전체 혈액량과 같다. 간호조무사들은 피로 흥건한 바닥을 10여차례 밀대로 닦았다. A씨는 간호조무사에게 30분간 압박 지혈을 하도록 했다.
권씨가 피를 많이 흘려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의료진은 출혈로 혈압이 떨어졌다며 혈액대용제를 투여, 혈압이 일시적으로 회복되자 권씨를 방치하고 퇴근했다. 대학병원 이송 전까지 수혈은 이뤄지지 않았다.
권씨 어머니는 성형외과 의료진을 고소했다. 그는 의료진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의무 기록지와 감정 결과지 등을 수백번 정독하고 수술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수천번 돌려봤다. CCTV 영상을 분과 초 단위로 세밀하게 기록한 표와 각종 자료를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담당 검사와 성형외과 측 변호사가 같은 학교의 같은 과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권씨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재정 신청을 통해 법원이 검찰 측에 기소 명령을 내려주길 바랐다. 그동안 매일 거리로 나가 법원과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했다. 법원은 권씨 어머니의 처절한 노력을 알아준 듯 피의자들에 대한 공소제기를 명했다.
1심 재판부는 피의자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A씨에게는 징역형을 선고하고, 나머지 의사들에게는 벌금형과 금고형 집행유예를 내렸다. 권씨 어머니는 항소했고, 항소심에서는 1심보다 무거운 처벌이 내려졌으나 의사들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 선고를 확정했다. 나머지 의료진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 형을 받아야 의사 면허가 박탈되는데, 이들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선고돼 면허는 박탈되지 않았다.
권씨 어머니는 선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평범한 엄마로 살았던 제가 7년 동안 소송하면서 의견서와 탄원서를 92차례 제출했고, 국민 서명 탄원서를 3049장 제출했다"며 "1인 시위를 416일 하면서 거리의 투사가 됐다"고 밝혔다.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보관 연장 요청은 30일 이내여야 하고, 추가로 연장하려면 다시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영상을 열람하거나 받으려면 영상정보 열람·제공 요청서를 의료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지난달 기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의료기관 2413개소에는 CCTV가 모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의료기관이 수술실 CCTV 녹화 여부를 고지할 의무가 없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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