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유럽…장기화하는 두 개의 전쟁, 공통점은?

김상희 기자, 최성근 전문위원 2024. 9.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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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91_"장기화하는 두 개의 전쟁"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셰이크 라드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 (현지시간) 가자 지구 북부 셰이크 라드완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2024.09.0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셰이크 라드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다음 달이면 가자지구 전쟁이 개전 1년을 맞이한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장기화하는 가자지구 전쟁의 특성을 앞서 발발해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의 공통점 비교를 통해 짚어봤다.
1. 영토 전쟁
영토 싸움은 전쟁의 기본 속성 중 하나다.

가자지구 전쟁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발단이 됐다. 이러한 충돌의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해묵은 영토 싸움과 무관하지 않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4차례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제한됐다. 1993년 '오슬로협정' 체결 이후 평화 정착을 기대했으나 이스라엘 극우파와 팔레스타인의 강경파 하마스는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다.

최근 진행한 평화협상은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필라델피 회랑' 통제를 위한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로 결국 무산됐다. 국제사회가 전후 평화적 공존을 위한 '두 국가 해법'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문제 등으로 영토를 둘러싼 양측의 첨예한 갈등은 해결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영토가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은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이하 나토)의 동진을 저지하고 완충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까지 평지로 이어진 데다 나토 부대가 주둔할 경우 안보적 취약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주를 점령했고, 우크라이나는 앞서 러시아가 강제 편입시킨 크림반도까지 수복하는 것을 목표로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키이우 AFP=뉴스1) 유수연기자 = 4일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습에 벽체만 앙상하게 남은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건물. 2024.09.0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키이우 AFP=뉴스1) 유수연기자
2. 거주민 갈등
민족 갈등, 다른 이념과 종교, 성향의 주민 간 갈등은 전쟁에서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가자 전쟁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족 간 갈등이 깔려있다. 장벽으로 둘러싸인 가자지구는 도시 전체가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린다. 차별과 통제, 억압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해있다. 하마스라는 강경세력이 가자지구의 정권을 차지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도 반이스라엘 투쟁 노선 때문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극우파들은 인구구조상 출생률이 높은 무슬림 인구가 향후 유대인을 추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극우파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대한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건설도 지속하고 있으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완전한 이스라엘 영토로 삼을 것을 주장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우크라이나 주민 간 갈등이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은 전쟁 이전부터 친서방 주민이, 동부 지역엔 친러 성향의 주민이 거주하면서 분열과 갈등이 고조됐다. 2013년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친러 정권이 무너진 이후 돈바스 지역에선 친러 대 반러 주민 간 분쟁이 수년간 이어졌다.

3. 대리전쟁
현대전의 특성상 강대국이 개입된 전쟁은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어 대리전쟁 양상이 벌어진다.

가자 전쟁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가장 많은 무기체계를 공급해 왔으며 주변국에 비해 군사력에서 질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매년 38억 달러(약 5조 1100억 원) 상당의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안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항공모함 전단 등 전략 자산을 급파해 확전을 억제하고 적국의 대규모 공격으로부터 지켰다.

이란으로부터 무기, 작전 등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친 이란 민병대 등 무장세력들은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세계의 대리전 형태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세계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으며 전쟁을 수행하고 있어서다. 앞서 개전 초기 타결 직전까지 갔던 협상을 무산시키고,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지원한 것도 모두 미국 등 서방세계다. 이러한 지원 이면에는 권위주의 국가이자 지정학적 안보위협으로 부상한 러시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만약 현 상태로 러시아의 승리가 굳어지게 되면 서방세계가 주도해 온 국제질서의 변화를 초래하고, 향후 권위주의 세력과 서방세계의 진영 간 대립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

[자포리자=AP/뉴시스] 2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우크라이나 제65여단 소속 군인들이 전천후 무선 조종 차량 '베프리크'를 이용해 의료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2024.08.29. /사진=민경찬
4. 드론 전쟁
모든 전장에서 드론의 역할이 중요한 전력으로 부각됐다. 드론은 미사일 등 다른 무기에 비해 제조비용이 매우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반면 파괴력을 수반한 정밀 공격을 할 수 있어 가성비 높은 무기체계로 꼽힌다.

가자 전쟁에서 드론은 헤즈볼라 등 무장세력들이 로켓과 함께 이스라엘 군사기지 등을 타격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에 앞서 전자광학 및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통해 건물이나 지하터널 수색하고 자폭 드론을 통해 숨어있는 하마스 고위급 지도자, 헤즈볼라 지휘관 등 핵심 인물들을 제거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초반 정찰 임무에 사용하던 드론에 소형 폭탄을 장착해 전차와 적군 진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특히 전력 면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부대를 창설해 러시아군의 탄약고나 유류창고 등 군사시설과 전투기, 함정, 주요 군사기지를 공격해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공습을 위해 미사일과 함께 상당한 물량의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샤헤드 드론'을 공급받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와 인프라를 타격하고 있으며 자국 내에 드론 생산 공장까지 설립했다.

5. 미국 대선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두 개의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는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과 정책 방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전폭적인 지지자인 동시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집권 당시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하는 등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쳤다. 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중단된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하고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강화된 제재와 최대 압박 등의 조치 등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도 이스라엘을 전폭 지원하고 있지만 해리스 후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기본권 보장을 추구하고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파가 반대하는 두 국가 해법을 선호한다. 따라서 해리스 후보는 개혁 성향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최적 협상 파트너로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한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미국의 지원 중단이 현실화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이 불가능해져 결국 종전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함에 따라 전쟁이 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최성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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