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연명치료, 과연 누굴 위한 걸까? [PADO]
[편집자주] 반려동물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도 '가족'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과는 다른 점이 많아 '윤리적 딜레마'가 생기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뉴욕매거진의 2024년 8월 12일자 기사는 치료 행위 자체의 윤리성을 따져 봅니다. 인간과 달리, 반려동물은 자신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나 치료의 연장이나 중단에 대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수의사들은 얼마나 많은 주인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이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부정 등의 감정으로 안락사를 외면하고 고통을 연장시킬 뿐인 연명치료를 요청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수의사들조차도 본인이 직접 당사자가 되자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 때문에 판단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인류 역사 그 어느 때보다 희귀해진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될 죽음은 인간에 비해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의 죽음일 것입니다. 반려동물 문화와 산업이 보다 발달한 미국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보다 지혜롭게 처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파블로였고, 수백만 마리의 다른 고양이들과 비슷해 보였다.
귀여운 얼굴의 태비 고양이로, 회색빛 털에 흰색 가슴털과 흰색 발, 그리고 초록색 눈을 가졌다. 뉴욕시 퀸즈에 사는 안제이 킨칙과 그의 파트너는 룸메이트가 유럽으로 이사 가면서 파블로를 남겨두고 가자 그를 맡게 됐다.
킨칙은 파블로가 "그냥 흔한 길고양이"라고 말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또 "가장 아름답고 매우 독립적이며 멋진 녀석"이라고 말할 것이다. 손님이 올 때마다 파블로는 당연히 받아야 할 관심을 요구하며 방 한가운데로 살랑살랑 걸어 들어왔다. 둘은 파블로를 귀여워하면서도 걱정했다.
나중에는 고양이를 하나 더 입양했는데 그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기도 했다. 수년 동안 파블로는 편안해 보였다. 그러다 8살이 되었을 때, 수의사가 그의 배에서 혹을 발견했다.
킨칙과 그의 파트너가 그 혹이 종양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들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섰다. 파블로의 가장 큰 문제가 가끔 있는 요로 감염이었던 세계에서, 파블로의 몸이 그들이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는 세계로.
이를 테면 이런 질문이다. '당신은 나를 살려둘 여유가 있나요?'
그들은 시도해 보기로 했다. 파블로는 공격적인 형태의 고등급 림프종을 앓고 있었지만 방도가 없는 건 아니었다. 둘은 그것들을 실행했다. 파블로는 수술을 받고 6개월간의 화학 요법을 받은 후, 3년간 차도를 보였다.
림프종이 재발했을 때, 그는 다시 6개월간의 화학 요법을 받았다. 첫 번째 치료는 파블로에게 메스꺼움을 유발했다. 두 번째 치료 후에는 수염이 빠졌다. 킨칙은 파블로에게 메스꺼움을 관리하기 위한 보조제를 주었고 그의 수염은 결국 다시 자라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킨칙은 때때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우리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 것은 파블로가 치료 사이에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는 점이에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 고양이에게 이런 약물을 계속 주입하면서 우리는 '이게 정말로 그를 돕고 있는 건가, 아니면 우리 자신을 위해 하고 있는 건가?'라고 묻게 됐죠."
세 번째가 가장 힘들었다. 파블로가 진단받은 지 5년이 지났다. 의사들은 또 다시 화학 요법을 시행했다. 몇 달에 걸쳐 종양은 줄어든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었다. 그의 혈액 검사 결과가 새로운 방식으로 나쁘게 나왔다. 수의사들은 수혈을 제안했는데 킨칙에게는 그것이 미친 짓처럼 보였다.
처음으로 파블로는 식욕을 잃었고, 처음으로 그의 주인들은 안락사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둘은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그를 데려가기로 한 전날, 파블로는 집에서 죽었다.
6년 동안, 킨칙은 둘이서 파블로를 살리는 데 3만 달러(3900만 원)를 쓴 것으로 추정한다. "가장 큰 후회는 화학 요법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를 안락사시키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거예요." 킨칙이 말했다.
(계속)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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