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향력 커지는 동남아…"美, 전략적 대응 나서야"
중국에 대한 협력·의존이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린 쿠옥 동남아시아 연구부문 수석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미국보다 중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경제와 안보 면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싱가포르의 연구기관인 '유소프 이샤크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누구와 동맹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미국보다 중국을 선택한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설문조사가 이뤄진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결과다.
국가별로는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보다 중국과의 동맹을 선호했다. 특히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에서는 미국에 대한 지지가 현저히 약화했는데, 가자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쿠옥 연구원은 "말레이시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정책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가자전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이제 말레이시아인들은 미국 문화는 보이콧하고 중국에 대해선 호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도 미국과의 협력관계가 중국에 뒤처져 있다. 지난 6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안보 협력을 위해 방문했지만, 중국은 이미 2019년 중국군이 캄보디아 해군기지에 접근하도록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안보와 물류에 있어서 중국의 이익을 크게 제고시켰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은 캄보디아 투자 개발금의 50%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은 1%에 불과하다.
미국과 관계를 격상한 베트남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은 최근에야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지만 중국은 2008년부터 그에 준하는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과 베트남은 36개 협약을 체결했고, 또 럼 베트남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서기장이 취임 직후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전략적 운명 공동체'를 구축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쿠옥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의 전략적 개입 능력은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필리핀에 새로운 군사시설을 확보하고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관계를 격상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것이 신뢰할 만한 안보 협력과 경제적 유대 강화로 이어질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쿠옥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상대적인 영향력 축소는 양자 혹은 다자간 전략적 이익의 훼손을 초래한다. 그 결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중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심지어 전쟁과 지정학적 사안에 대해서 미국보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쿠옥 연구원은 미국이 동남아시아 파트너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그들과 경제적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경제는 곧 안보다. 중국을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강대국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무역 및 투자 확대를 포함한 경제 교류 확대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안보적 이익을 훼손하거나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중국의 행동에 대응해야 한다고 쿠옥 연구원은 말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과도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불필요한 대립과 갈등을 유발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중국의 위반 사항이 무엇인지 명확히 지적하는 동시에 미국의 조치가 정당하고 합리적임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쿠옥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멀어지도록 방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글로벌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 또는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동남아시아는 지정학적 우선순위에 있고,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핵심 파트너이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지속하려는 필요를 전략적인 이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최성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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