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이복현 오락가락 대출 정책 은행권 혼란…실수요자 피해 우려
올리브영·무신사, 'K-뷰티' 주도권 놓고 갈등
☞<상>편에 이어
[더팩트|정리=정소양 기자]
◆ '이복현 발언=부동산 시장 위험 요인?'…오락가락 주문에 시장 혼란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오락가락 대출 정책을 내면서 은행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을 조여야하는지 풀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요?
-네, 최근 이복현 원장이 대출 억제를 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자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도 대출 조이기에 나섰습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9일부터 1주택 세대가 수도권 내에서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 조치에 이어 1주택자까지 대상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우리은행 역시 서울 및 수도권 내 추가 주택 구입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고 전세자금대출 또한 무주택자에게만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했으며 기존 주택을 처분할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죠.
-그런데 대출 억제를 압박하던 이 원장이 이번엔 실수요자 보호를 언급했잖아요?
-네, 이 원장은 지난 4일 주택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대출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은행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요, 불과 10일 만에 대출 규제 완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의 말 한마디에 은행들이 가계 대출 정책을 바꾸는 상황에서 이 원장의 발언 자체가 부동산 시장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렇군요. 이 원장이 내놓은 오락가락한 발언들이 부동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오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직접 수습에 나섰다고요?
-네, 김병환 위원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는 확고하다"고 밝혔는데요.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면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며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를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이 원장이 발언한) 시장 개입이고, 은행의 개별적 행위에 대해 관여하기보다는 자율적인 조치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와 관련해 '은행권 자율 관리' 방침을 강조해 왔는데요, 김 위원장의 브리핑 내용이 이 원장의 최근 발언들과 충돌되면서 두 기관 사이 '엇박자' 우려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네, 김 위원장도 브리핑을 통해 두 기관 사이 '엇박자' 지적을 의식한 듯 "어느 부분이 강조되는지에 따라 메시지 충돌이나 혼선이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전체 흐름에서는 양 기관 인식 자체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이미 이 원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시장 혼란이 커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수습을 위해 뒤늦게 등판했다는 평가도 따릅니다.
-정부가 은행권의 자율적인 관리 조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가계부채와 관련한 책임을 은행권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요.
-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대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은행은 어찌 됐든 가계부채 총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한도 제한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도 "최대한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심하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소비자의 불만을 일차적으로는 은행에 향하고 있어 고민이 커질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이 가계대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고요?
-네, 오는 10일에는 이 원장이 주요 은행장과 만나 가계대출 정책 간담회를 가지는데요.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이 가계대출과 관련해 어떠한 목소리를 낼지에 업계 관심이 모입니다. 금융위원장 간담회를 통해서 은행권 자율을 말한 만큼 가이드라인이 정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 잘나가는 '뷰티' 놓고 성수동서 맞붙은 올리브영·무신사
-마지막으로 유통업계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유통업계는 지난 한 주간 무신사와 CJ올리브영의 갈등으로 시끄러웠다고요.
-네,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인 무신사와 화장품 유통 1위인 올리브영이 'K-뷰티' 주도권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기 때문입니다. 갈등의 시작은 무신사가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성수동에서 연 오프라인 행사였습니다. 최근 공격적으로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 중인 무신사가 이 행사를 위해 1700여개에 달하는 입점 업체들 중 수십곳을 추려 팝업을 기획했는데요. 당초 이 팝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브랜드 몇 곳이 무신사에 갑작스럽게 불참을 통보했다는 겁니다.
-불참을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무신사 측에 따르면 올리브영이 몇몇 입점 업체들에게 무신사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며 참여 의사를 철회하도록 종용했다고 합니다. 행사에 참여하면 올리브영에서는 해당 브랜드를 빼겠다고 '협박'한 정황이 있다는 겁니다. 무신사는 이것이 사실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올리브영을 제소하겠다고 나선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올리브영의 입장은 어떤가요?
-올리브영 측은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 외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2월에도 비슷한 이슈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이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거든요. 중소 브랜드들의 경쟁사 납품을 막는 '갑질'을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공정위로부터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을 맞을 것이라 예상했어요. 하지만 공정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체 시장으로 볼때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며 18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1년도 안돼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한 것이군요. 그렇다면 무신사는 왜 이같은 갈등을 표면으로 끌어냈을까요?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힌 무신사가 다음 사업으로 '뷰티'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는 올리브영이라는 굳건한 플랫폼이 있죠. 올리브영은 전국적으로 1300개가 넘는 오프라인 점포를 갖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몰 덩치까지 키우고 있어 상대가 쉽지 않은 사업자입니다. 때문에 무신사 입장에서 뷰티 사업을 키우려면 올리브영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두 회사가 성수동에서 맞붙게 된 배경도 궁금한데요?
-성수동은 무신사와 올리브영 모두에게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성수동이 '팝업의 성지'라고 불리는 것은 아시죠? 패션, 뷰티에 관련된 브랜드들이 성수동에서 홍보를 위한 팝업을 자주 열다보니 여기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들도 자주 찾는 장소가 됐어요. 트렌드에 빠르고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이 성수동으로 몰리자 패션의 대명사 '무신사'와 뷰티의 대명사 '올리브영'도 성수동을 주목하게 된 것이구요.
무신사는 강남 신사동에 있던 본사를 지난 2022년 성수동으로 이전했고 현재 성수동 인근에만 5~6개의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 올리브영은 성수동과 뚝섬역 사이에 오프라인 매장 5개를 운영중이고요. 최근에는 올리브영이 2호선 성수역 역명병기를 10억원에 따내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죠. 이에 따라 앞으로 3년간 성수역은 '성수(CJ올리브영)역'으로 불리게 됩니다. 참고로 무신사도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무신사는 3억원 안팎의 금액을 제시해 올리브영에 밀리면서 사업권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사 대결은 성수역 역명병기에 이어 이번이 사실상 2차전인 셈이군요. 그렇다면 뷰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사 갈등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요?
-사실 입점 업체들에 대한 플랫폼의 갑질 문제에 대해서는 무신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신사 역시 얼마 전 비슷한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현장 조사를 받았거든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무신사 또한 입점 브랜드가 다른 경쟁 플랫폼에 진출할 수 없도록 압박한 정황이 있다고 합니다. 다른 플랫폼과 거래하면 무신사 판촉 행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말이죠. 때문에 무신사와 올리브영, 두 회사 모두 법적 책임을 운운하며 섣부르게 나서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거대 플랫폼의 싸움으로 중소 브랜드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구요. 일단 해당 이슈가 주목을 받게 된 만큼 공정위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두 업체에 대해 공정위가 어떤 조치에 나설지 지켜봐야겠습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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