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활 포기' 생각하던 순간 디랙스 챔피언십 우승…김성준의 기적 "더 좋은 몸으로 나설게요"
[스포티비뉴스=광명, 이성필 기자] "계속 결과가 좋지 않아 관둘 생각까지 했다가…"
얼굴은 온화한 표정을 지었지만, 근육은 성을 내고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근육을 드러내다 보니 경련이 올 정도였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또 포기하면 선수 생활을 관두려고 했었기에 '배수의 진'을 쳤다.
'2024 디랙스 챔피언십(DRAX CHAMPIONSHIP)'은 보비빌더에게는 '꿈의 무대'와 같다. 국내 최고의 피트니스 브랜드 디랙스(DRAX) 주최, 주관 대회로 우승하면 국내 최고를 확실하게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85kg 이상급에 나선 김성준도 그랬다. 최고가 되고 싶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21년 디랙스 챔피언십 초대 대회에 출전했지만, 3위에 그쳤다. 1위로 모두를 기쁘게 하고 싶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스스로 속상했고 부상도 그를 계속 괴롭혔다.
고민을 거듭하며 7일 경기도 광명의 IVEX 하이퍼홀에 열린 대회에 김성준은 근육을 터뜨렸다. 85kg 이상급에서 지난해 우승자인 박명수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한 뒤 75kg미만 이주형, 75kg이상급 이인택과 체급 통합전이나 마찬가지인 그랑프리전까지 치렀고 우승을 차지했다.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이내 참은 김성준은 침착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체급 우승 뒤에는 "대회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 부상도 많았고 몸을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앞선 대회들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아 선수를 그만 해야 하나 싶었다. 도와준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라더니 그랑프리 우승 후 "큰 상을 타서 기쁘다. 준비하면서 많이 다쳤다. 팔꿈치 인대도 파열됐다. 양팔이 다 좋지 않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큰 상을 타서 기쁘다"라며 "(상금 2,000만 원은) 아내에게 다 가져줘도 부족하다"라며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 놓았다.
무대 위에서 절제된 답을 내놓았던 김성준은 대회가 끝난 뒤 '스포티비뉴스'를 통해 더 자세한 소감을 남겼다. 그는 "솔직히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몇 달 동안 진통제 먹으면서 운동을 해왔다. 3년 만에 대회(디랙스 챔피언십)에 나오는데, 앞전에 결과가 조금 좋지 않아 (선수 생활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조금 더 열심히 했고 그게 결과가 잘 나와서 이제 조금 더 운동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좀 들었고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초대 대회에서는 3등이었지만, 비대면이었고 마스크까지 착용해 자신의 표정 등 열심히 하는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이번 대회에서 모든 것을 만회했다.
얼마나 대회에 나서기 어려운 몸이었을까. 그는 "왼쪽 팔꿈치 인대 파열로 덤벨 운동을 하지 못했고 양쪽 전완근도 좋지 않아 물컵도 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오른쪽 팔꿈치도 좋지 않았고 고관절도 좋지 않아 계속 치료를 받으며 대회를 준비하겠다"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디랙스 챔피언십은 기적이다. 김성준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래도 옆에서 도와준 분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했고 결과가 잘 나와 기분이 좋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우승자인 박명수를 이겨 더 좋았다며 "올해 계속 박명수에게 져서 이번에는 1등이 아닌 박명수를 이겨보자는 생각을 했었다"라며 내용과 결과 모두 챙겼음을 강조했다.
특히 아내에게 고맙다. 무대에서도 말했지만, 자신의 선수 생활에는 아내의 희생이 따랐다. 자녀가 3명이나 되고 온전히 육아를 전담하니 대회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심판진이 공정한 판정을 위해 엄격하지만, 정확하고 간결하게 포징을 요구하니 없는 힘까지 쥐어짰다. 심사 중 계속 비교 심사를 요구하니 지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는 "(심판진이) 대표 선수 출신들이 많으셔서 정통적인 것 같다"라며 엄격한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회장 건너편에는 선수들이 몸을 만드는 대기장이 잘 차려져 있다. 디랙스는 여러 기구를 설치해 선수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근육을 튕길 환경을 조성했다. 그는 "선수들을 많이 배려해 주는 것 같더라. (연기 중에는) 힘들며 중간에 끊어가는 것도 있다. 저 역시 근육 경련이 좀 났었지만, 금방 멈추고 쉬어가고 불필요한 포징도 길게 잡지 않아 좋았다. 대회 진행도 늘어지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준비했다"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김포시에서 거주하며 몸을 만드는 김성준은 "(다시 말하지만)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 이번에는 관리를 잘해서 (내년 대회에는) 더 좋은 몸으로 나서겠다"라며 매년 규모의 확장을 이뤄내는 디랙스 챔피언십 2연패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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