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도 선수도 뭉클' 감동의 KIA 외인, 11일부터 다시 뛴다 "이게 가능한가" 감독도 놀랐다 [광주 현장]
KIA 이범호 감독은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를 앞두고 "(턱관절 골절) 부상을 당하고 2주 만에 야구장으로 나오는 것이 가능한 멘털인가 싶었다"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놀라움의 대상은 외국인 에이스 네일이다. 네일은 지난달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맷 데이비슨의 강습 타구에 턱을 맞아 턱관절 소견을 받았다. 이후 곧바로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동해 25일 오전 턱관절 고정술을 받았다.
다른 선수들의 턱관절 골절 사례를 보아 판단했을 때 복귀까진 최소 한 달은 필요해 보였다. 그 탓에 KIA는 네일의 수술 소식과 함께 그가 정규시즌은 뛰지 못할 것이라 전했고 포스트시즌 내 복귀도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술 직후부터 포스트시즌 내 복귀를 강하게 드러낸 선수의 의지가 설마 했던 물음표를 조금씩 지워나가고 있다. 턱관절을 고정해 죽만 겨우 먹고 있음에도 주치의의 허락하에 1일 퇴원했고 3일부터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경기장에서는 하체 위주의 실내 훈련을 하면서 그라운드에도 나와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KIA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네일은 11일 턱관절을 고정하고 있는 보형물을 제거하고 12일부터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nterval Throwing Program·ITP)을 시작한다.
외국인 선수에게서 보기 힘든 강한 의지에 사령탑도 놀란 모습이다. 이 감독은 "서울에서 광주의 병원에 와서도 병원 내 재활센터에서 계속해서 움직였다고 한다. 얼굴과 관련해서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다른 부분은 최대한 움직이려고 노력했다고 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본인이 빨리 움직여 컨디션을 되찾고 던지고 싶다는 의지는 충분해 보인다.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움직일 때는 타자들이 방망이를 치기 전에 나가서 혹시 모를 사고(연습 타구에 맞는 것)가 나지 않도록 자제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일의 강한 의지는 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 네일은 선수단에도 알리지 않은 채 깜짝 시구 이벤트를 준비했다. KIA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수술 후 네일의 개인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많은 야구팬의 응원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에 감동한 네일이 직접 팬들에게 인사하고 싶어 구단에 요청한 행사였다. 마침 내정된 시구자도 없는 날이라 때가 맞았다.
선수단과 이범호 감독에게도 비밀이었던 네일의 등판 과정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전광판에는 시구자가 '타이거즈 찐팬'으로 소개됐다. '최강기아'라는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네일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채 시구용 차에서 내렸다.
너무나도 능숙하게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에 빠른 공을 꽂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고 자신의 정체를 공개했다. 또한 전광판을 통해 "그동안 받았던 많은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들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젠 제가 그것들에 대해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로 팬들을 감동시켰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양 팀 팬들은 폭발적인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고 선수단 역시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시구 후 네일을 따뜻하게 안아준 포수 한준수는 "정말 몰랐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다쳐서 안타까웠는데 좀 뭉클했다"며 "그렇게 의지가 있기 때문에 빠르게 회복하고 돌아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말 뭉클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네일은 팬들의 사랑이 먼저였다고 말한다. 네일은 시구 후 구단을 통해 "조금 긴장도 됐다. 하지만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어서 좋았다.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팬들에 대한 감사함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다. 외국인 선수로 KIA에 입단했지만, 지금까지 팬들이 나에게 보내준 응원은 단순한 응원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멋진 팬들과 팀 동료들이 있는 KIA에 입단하게 돼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하루빨리 부상을 털어내고 마운드에 설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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