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고별 방한' 기시다, 물잔 채웠나…입 닫은 김여정
<출연 : 이치동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정리해 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 담당하는 이치동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이번 주 주요 사안부터 소개해주실까요.
[기자]
북핵 문제와 더불어, 한일 관계도 참 어렵고, 복잡한 사안입니다.
오늘 다룰 내용 정리하고,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곧 퇴임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가,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자신이 성과로 여기는, 한일 관계 개선을, 국내외에 각인시키기 위한 '고별 방한'이라는 평가입니다.
북한이 이번 주 집중적으로, 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냈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새로운 대응을 운운하던 김여정 부부장은, 입을 닫고 있습니다.
북한이 다음 주 정권 수립 기념일, 경축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우리만큼 큰 명절로 여기진 않지만, 추석까지 앞두고 있어서, '축포성'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회담 결과부터 정리해 볼까요.
[기자]
기시다 총리가 어제 오후에 와서 바로 회담하고, 만찬도 했습니다.
송별회 분위기였을 텐데요.
공동 성명이나 회견은 없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이 전한 바로는 '재외국민 보호 협력 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터졌을 때, 우리 군 수송기에 일본 국민이 동승해 대피한 바 있습니다.
이어 자위대 수송기에 우리 국민이 탑승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식으로 서로 협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우리 국민이 일본에 가기 전에, 여기서 미리 입국심사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법무 당국의 실무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기시다 총리는 1박 2일 일정으로 만 하루 정도 체류하고 귀국했습니다.
[앵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얘기할 때, 물잔에 많이 비유하잖아요.
우리가 먼저 반을 채웠으니, 일본이 나머지 반을 채우길 바라는 건데요.
이번 회담으로 물이 좀 더 채워진 거로 봐야 할까요?
[기자]
결국, 우리 국민들이 판단할 부분인데요.
기준, 관점, 가치관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죠.
물론, 정산 간 합의니까 의미가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일 겁니다.
무엇보다 이번엔 몇주 후에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의 고별 방한, 송별 회담 성격으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양국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했잖아요.
작년에 우리 정부가 별도 재단이 모금한 기금을 통한 제삼자 변제 해법을 제시해서 일본 측에 일종의 우회로를 열어줬습니다.
이후, 양국 정상 간 이른바 셔틀 외교도 복원하고, 수출 규제도 풀었습니다.
이어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에 합의해서, 공동 훈련과 북한 미사일 발사 경보정보 공유 협정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양 정상 간 열두 번째 회담까지 이어진 거고요.
윤석열 정부가 마련한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에 대한 논란이 거셌는데요.
가해 일본 기업의 직접 참여가 빠져서,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아시듯이, 일본은 1965년 수교 시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주장하죠.
우리 대법원의 판단은 민간, 개인 피해에 대한 배상은 별도라는 겁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발표하면서, 당시 박진 외교장관이 한 언급이 여전히 회자되는데요.
"물컵으로 치면,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본다. 앞으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으로 물컵이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때부터 일본, 기시다 정부가 나머지 반을 채웠냐, 얼마나 채웠냐를 두고 왈가왈부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작년 5월 기시다 총리의 첫 방한에 대해 여권에서는 물잔의 나머지 반을 채우는 첫걸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한일 관계의 물잔이 얼마나 찼는지에 대한 판단은 우리 국민의 몫일 겁니다.
윤 대통령도 어제 기시다 총리에게 "양국 관계에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일본 측이 더 성의를 보여달라는 취지로 읽힙니다.
[앵커]
이런 와중에 곧 퇴임하는데, 큰 선물을 가져올 거 아니면 굳이 방한할 필요가 있느냐, '고별 여행'이냐 뭐 이런 논란도 있었잖아요.
[기자]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는 지난 3년간 재임하면서, 한일 관계의 큰 걸림돌을 치우고, 한미일 안보 협력의 기틀을 마련한 게 최대 치적 중 하나일 겁니다.
내세우고 싶겠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면서 이번에, 서울에 오겠다고 했다는 건데요.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일본 국민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각인시키고 싶었을 겁니다.
오는 27일에 신임 자민당 총재 겸 총리 선거가 있고, 10월 초에 자리를 물려줄 텐데요.
로이터 통신은 후임자에게 한일 관계 개선 동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데 방점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총리는 그만둬도 정계 은퇴는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 식으로든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고, 앞으로 정치적이든 외교적이든 역할을 하려는 계산도 깔린 거로 보입니다.
기시다 총리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가 정치적으로 강단이 있거나, 과감하게 리스크를 안고 뭘 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타협형, 관리형이라는 겁니다.
이번 마지막 방한 때도 큰 걸 들고 올 거라는 기대는 별로 없었습니다.
물러나는 마당에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국민의 힘은 이번 회담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주춧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또다시 립서비스만 받은 '굴욕 외교'였다고 혹평했습니다.
[앵커]
북한 관련 소식도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주에만 사흘 연속으로 쓰레기 풍선을 연달아 날려 보냈죠.
[기자]
수요일 밤부터 사흘에 걸쳐 수백 개를 띄웠습니다.
휴대폰으로 경보 문자가 여러 번 오던데요.
대북 전단이 또 북측에서 발견됐다는 걸 시사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탈북민 단체 등이 전단을 실은 풍선을 비공개로 북측으로 보낸 거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통일부는 민간 단체가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풍선을 보내는 것과 북한 당국이 보복으로 자행하는 풍선 도발은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몰상식하고 저급한 행위 반복에 대해 유감"이라는 공식 반응을 내놨습니다.
[앵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새로운 방식의 대응을 운운하지 않았나요?
쓰레기 풍선이 새롭지는 않은 거 같은데요.
[기자]
7월 16일이죠.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하라"면서, 대응 방식 변화도 언급했습니다.
이후 한 달 반이 넘게 김여정 명의로 나온 성명이 없습니다.
입을 닫고 있는 건데요.
사사건건 대남 비난 담화를 내온 행보와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대신,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 외무성과 국방성이 비난 성명을 냈습니다.
특히, 국방성은 지난주 끝난 '을지 자유의 방패' 본 훈련에 대해서는 함구하다가, 한미 해병대의 연례 상륙 연습인 쌍룡훈련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이 훈련이 포항 해안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지난 2일엔 작전명이 '결정적 행동'으로, 사단급 병력과 미국의 '베이비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4만 5천톤급 상륙함 등이 참가해 훈련했습니다.
이에 국방성이 그저께 성명에서 "한미가 노골적인 침공을 전제로 한 광란적 훈련을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김여정 부부장이 요즘 잠잠하다고 하셨는데요.
조카인 김주애 후계설 속에 위상이 떨어진 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더라고요.
[기자]
자취를 감추진 않았지만, 최근 대외적으로 노출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지난주 김정은 총비서가 이틀간 지방 공장 건설 현장을 시찰했는데요.
조선중앙통신이 조용원 당 비서 등 수행 간부 8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요.
여기엔 없었습니다.
나중에 보도된 사진으로 같이 간 거로 확인됐습니다.
한 달 전에는 근접 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전방 부대에 넘기는 행사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당시 김여정이 조카 김주애를 깍듯하게 예우하면서 단상으로 안내하는 장면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김주애가 2022년 11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에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여정이 오빠 김정은에 이어 사실상 권력 서열 2위 아니냐, 이런 관측이 무성했는데요.
그만큼 활동도 왕성했습니다.
평창 올림픽 때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방한도 했죠.
그러나, 말씀드린 대로 두 달 가까이 김여정 명의로 나온 성명이 없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입을 닫고 있는 건데요.
김정은 문고리 의전과 심부름에 집중하고, 대남 메시지 창구 역할에선 슬슬 손을 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김주애의 위상은 커지고, 김여정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앵커]
다음 주 월요일이죠.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기념 기념일을 앞두고 각종 문화 행사를 하고 있던데요.
[기자]
미술 전시회, 우표 전람회, 웅변대회 등 여러 행사를 하면서 경축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예년처럼 평양 만수대 의사당 앞에서 경축 공연을 하기 위한 준비 정황이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습니다.
행사 참석차 조총련 대표단도 5년 만에 처음으로 방북했고요.
정권 수립 75주년인 작년과 달리, 올해는 북한이 중시하는 5년 단위, 소위 정주년이 아니어서 열병식은 없을 거로 보입니다.
2016년엔 이 9.9 절에 축포 삼듯 5차 핵실험을 한 바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은 자제하는 모양새인데요.
다음 주 동향도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대인 관계든, 외교 관계든 굳건한 상호 신뢰가 밑받침돼야 할 겁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마음을 열어야 할 텐데요.
그건 점에서 한일 관계도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칩니다.
이치동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기시다 #북한 #쓰레기풍선 #김여정 #Nort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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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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