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 내리면 돈 풀린다는데...경기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4. 9. 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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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의 여파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으로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우리 시장의 변동성도 커진다. 변동성의 원인을 따라가 보면 두 가지로 수렴된다. 금융시장에서는 하나는 9월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화 긴축에서 통화 확장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뀐다. 전 세계는 2022년 3월부터 시작돼 2년6개월간 계속됐던 돈줄을 죄던 시대에서 돈을 푸는 시대로 바뀌게 된다. 실물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앞으로 어느 정도의 침체 또는 경기하강을 겪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향후 장세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1990년대는 금리로 경기흐름 조절한 ‘골디락스’시기
1990년대 미국 경제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시기를 경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런 시기를 이끄는 역할을 하면서 가장 이상적으로 통화 정책이 집행된 시기로 꼽힌다. 1995년 6월 미국 경제는 연6%인 기준금리를 연5.75%로 0.25%포인트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의 시동을 건다. 이후 1997년 1월까지 약1년6개월간 금리를 연5.25%까지 계속 낮췄다. 그러다 다시 금리를 올렸다. 이후 2000년 5월까지 연4.75%에서 연6%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내리면서 경기를 조절했다. 당시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연2%에서 4.8% 사이를 오르내렸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에서 3%사이를 기록했다.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은 시기다. 기준금리 정책도 인상과 인하를 탄력적으로 집행하면서 경기흐름을 이끌었다. 경제학 교과서 적인 통화 정책을 통해 경제를 과하지도 못하지도 않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한 시기로 기록된다.
2000년 이후 세 차례 금리인하 모두 침체로 이어져
2000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내리던 시기는 총 3번 있었다. 첫 번째가 닷컴버블이 꺼질 때인 2000년 12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약 40개월의 기간이다. 1990년대 인터넷의 보급 확산으로 전 세계는 비약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신경제’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당시 경기를 주도했던 ‘정보기술(IT) 붐’은 경제 버블을 만들었다. 2000년 들어 정보기술(IT)버블이 꺼지면서 경제는 급속한 침체를 겪게 된다. 당시 미국금리는 연6.5%에서 1%까지 떨어졌고 성장률도 연4.1%에서 1%까지 곤두박질쳤다. 금리 인하 초기에는 소프트랜딩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하드랜딩이었다.
그 다음 시기는 2007년 8월부터 진행된 금리 인하시기다. 이때는 미국 시장에 주택버블이 생기던 때였다. 주택시장 호황으로 미국 경제는 2005년까지 3~4%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경기가 둔화되면서 미국 연준은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주택버블이 붕괴되면서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를 겪게 된다. 이때 성장률도 연2%에서 마이너스 2.6%로 곤두박질쳤다. 세 번째 금리인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관련이 있다. 2019년 기준금리를 올리던 때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파월 의장은 금리를 내리게 된다. 금리를 내린 후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겪게 되고 미국은 다시 제로금리 시대로 들어갔다.
9월 금리 인하 후 미국 경기침체 재연될까 촉각
과거 사례를 통해 보면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통화정책 확장 시기는 짧게는 9개월부터 길게는 40개월까지 이어진다. 아울러 한번 금리를 내릴 때 금리 하락의 폭도 적게는 2%포인트에서 많게는 5.5%포인트까지 계속된다. 경기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금리를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기간이 상당히 길고 인하폭도 컸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때는 ‘소프트랜딩’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극심한 침체를 겪는 ‘하드랜딩’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총4번의 금리 인하 기간 중 3번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통화정책의 한계도 인식하게 됐다. 1990년대는 금리를 통해 경기를 완만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봤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금리로 경기를 조절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다. 경기 침체를 이끌었던 충격도 다양했다. 코로나19같은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도 있었지만 닷컴버블과 주택버블은 모두 미국 내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언제 어디서 충격이 발생할지 예측은 어렵다. 2024년 8월말 파월 연준 의장은 고금리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이미 잡았고 앞으로는 금리를 낮추면서 완전고용에 준하는 실업률을 유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오랜 기간 이어온 호황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있고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를 계속 감내해야 할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미국의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이 1990년대처럼 골디락스 경제를 이끌지, 2000년대처럼 경기침체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중동위기 등 지정학적·외교적 불확실성도 커져
미국은 2001년 9.11테러로 자국의 심장부가 파괴되는 경험을 했다. 세계 최강대국이고 전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의 심장부가 뚫렸던 경험은 아직까지도 미국 사람들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2001년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1%대로 곤두박질 친 것은 닷컴버블 붕괴의 영향도 있지만 9.11테러로 인한 심리적인 충격이 경제를 강타한 영향도 있다. 2024년 미국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미국 내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선거전이 팽팽하게 전개되면서 미국이 양분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른 변화 폭도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충격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카멜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만큼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동은 연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휩싸여 있다. 언제 이 불똥이 미국으로 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변화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에 충격을 주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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