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전 오늘]대전 휩쓴 연쇄성폭행범 '발바리'… 딸 키우는 '아빠' 였다

"내가 그렇게 성폭행을 많이 했나요?"
1996년, 대전 지역에선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린 연쇄 성범죄자가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키작은 남성이 늦은 밤 쫓아왔다" "택시 기사가 날 미행했다" 등의 내용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단지 소문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비슷한 형태의 성범죄를 당했다는 여성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여러 정황을 되짚어 보았을 때 동일인물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대전동부경찰서는 1999년부터 피해자들에게서 채취한 범인의 정액과 체액을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유전자 감식을 벌였고 수십 건의 사건의 범인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용의자 신원을 특정하진 못했다. 그리고 범인은 범행을 계속됐다. 2000년 9월, 대전 서구 용문동 한 자택에서 성폭행·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여성 4명이 함께 사는 집에 무단 침입해 결박한 후 이 중 1명을 성폭행하고 3명을 강제 추행했다. 그 사이 범행 수법은 더욱 대담해진 것이다. 대전 일대는 공포에 휩싸였다. 이때 경찰에서는 이 범인을 '대전 발바리'라고 명명했다. 범행 후 발 빠르게 사라진다고 해서 붙여졌다.
◇ "대전 발바리, 누구냐 넌"
1998년 2월 7일, 7시 30분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범인의 첫 범행이 시작됐다.
당시 범인의 택시 승객이었던 20대 여성이 "택시 기사가 길도 잘 모르냐",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택시비를 던지고 간 것에 심한 모욕감을 느껴 보일러 수리공이라고 속인 후 침입해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에게 모욕을 줬던 여성이 "살려 달라"며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이자 그는 자기가 마치 왕이라도 된 듯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범인은 회사 택시를 몰던 '이중구'였다.
◇ 한 번 맛본 희열 때문일까… 범행은 그의 습관이 됐다
이중구는 이러한 범행에도 잡히지 않자 계속 성폭행을 일삼았다. 완전히 습관화가 되버린 것이다. 2003년도 6월까지 대전에서 범행을 저지르던 이중구는 그해 7월부터 충북 청주, 전북 전주, 경기도 용인, 대구 등 전국을 누비면서 184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쇄 성범죄를 저질렀다. 주요 대상은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들로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을 따라가거나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해 성폭행을 저질렀다.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를 묶어놓고 그 앞에서 성폭행을 하기도 했다. 한 여성을 성폭행한 후 친구를 부르게 하고 그 피해자의 친구를 부르게 하는 식의 범죄도 이어졌다.
특히 이중구는 같은 장소에서 여러 명의 여성을 성폭행하는 특성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구는 피해 여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애원해 봐라" 등의 변태스러운 말과 함께 "신고해 봤자 너만 손해"라는 등의 위협을 가했다. 또 범행 후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피해 여성을 목욕시키고,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감추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결국 잡힌 꼬리… "잡았다 이놈!"
사건들의 패턴을 분석하던 동부서 형사들은 '키가 유독 작다'는 피해자들의 공통된 진술에 다시 주목했다. 또 범죄시 피해자의 집 안에 있던 수건을 칼이나 가위로 잘라 여성의 손가락과 손을 묶는 특이 수법을 사례에 적용했다. 천천히 용의자들을 추려 본 결과, 드디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됐다. 첫 번째 범행 이후 무려 8년이 지난 2006년 1월의 일이었다.
이중구로 범인을 특정한 경찰은 바로 소재 파악에 나섰다. 아내에게 거액의 돈을 처가에 갖다 주라고 한 뒤 그 길로 논산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발 빠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코앞에서 범인을 놓쳤다. 뒷문을 통해 도주한 것이다.
경찰은 2006년 1월 13일,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렸다. 1월 19일, 이중구가 지인의 ID로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소재의 한 PC방에서 이중구를 체포했다.
◇평범한 가정의 자상한 아빠였던 '이중구'
이중구는 157㎝의 왜소한 체구에 조기 축구를 즐기며 20대의 딸,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게다가 그가 근무한 택시 회사 사람들도 그를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형사들에게 둘러싸여 PC방에서 끌려 나오던 이중구는 "이제 후련하다"고 말했다. 약 8년 동안 범행이 들킬까봐 그간 노심초사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형사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양심의 가책이 없냐"고 묻자 이중구는 "내 딸이 성폭행당했다면 괴로웠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구도 기억 못 하는 범행 건수… 확인된 피해자만 184명
이중구는 1998년 2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약 8년에 걸쳐 대전을 중심으로 연쇄 성폭행을 저질렀다. DNA 검사로 확인되는 피해자만 무려 184명으로 파악됐다. 이중구도 자신이 몇 차례 범죄를 저질렀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DNA 감식으로 확인한 피해자 숫자를 언급하자 "내가 그렇게 성폭행을 많이 했나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성폭행, 강도, 절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중구에게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77건의 강간과 강도, 절도 등의 죄목만을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중구가 성폭력과 강도 범죄를 저질렀지만 살인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중구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고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으면서 형량이 확정됐다.
지금으로부터 2년 뒤인 2026년, 징역 20년을 채우는 이중구는 가석방 대상이 된다. 그러나 워낙 중범죄로 분류되기에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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