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격상에 대규모 금융지원까지…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들이는 이유는 [차이나우]
중국이 50여개에 달하는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을 베이징으로 불러모아 우의를 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격상시키자고 제안하면서 대규모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이처럼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대륙이라는 큰 우방을 만들어 국제 외교무대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프리카에는 전기차·배터리 등 중국의 새로운 전략산업에 필요한 자원도 풍부하다.
◆“모든 양자 관계 수준 격상… 67조 금융지원도”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FOCAC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70년 가까운 노력을 거쳐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래를 바라보며 중국이 모든 아프리카 수교국과의 양자 관계를 전략적 관계 층위로 격상할 것을 제의한다”며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전반적인 지위를 ‘신시대 전천후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로 격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에는 유엔 가입을 기준으로 총 54개 국가가 있다. 중국은 대만 수교국인 에스와티니를 제외한 53개국과 수교한 상태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 외교 수장은 1991년부터 34년째 매년 새해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택하고 있다. 올해도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1월 이집트와 튀니지, 토고,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4개국 방문으로 해외 일정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아프리카는 세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중국·아프리카의 현대화 없이는 세계의 현대화도 없다”며 “중국·아프리카 협력을 심화해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 현대화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앞으로 아프리카와 함께 △문명 상호 이해 △무역 번영 △산업망 협력 △상호 연결 △발전 협력 △보건 건강 △농업 진흥·복지 △인문 교류 △녹색 발전 △공동 안보 등 10개 분야에서 ‘파트너십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시 주석은 녹색 발전 방안으로 30개의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펀 아프리카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에 관한 포럼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10대 파트너십 행동 중 마지막으로 언급된 공동 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는 아프리카에 10억위안(1900억원) 규모의 무상 군사 원조를 하고, 군인 6000명과 경찰·법 집행 인력 1000명에 훈련을 제공하며 젊은 장교 500명을 중국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프리카 부채, 국제기구가 공동 부담해야”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대규모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들도 아프리카의 부채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이 지난 10여년 간 아프리카 국가들에 제공한 차관이 가난한 국가들을 ‘부채 함정’에 빠뜨리고, 중국이 이를 이용해 아프리카의 리튬·희토류 등 자원과 주요 인프라를 장악한다고 비판해왔다. 실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진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적 타격까지 겹치자 중국에 채무를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은 부담스러운 채무 삭감 대신 재융자를 선호하고 있다. 전날 시 주석의 기조연설에서도 대출과 투자 등 형식으로 3년 간 3600억위안을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만 들어갔을 뿐 부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선언이 내세운 ‘공동 행동·공평 부담’ 원칙은 아프리카 부채 문제를 국제금융기구에서 영향력이 큰 서방 국가들의 공동 책임으로 규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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