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희진 고소' 어도어 前 직원 "2차 피해 심각... 공정한 재조사 기대"
"민희진 전 대표와 A 전 부대표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지금도 여전히 불안하고 무서워요. 하지만 법적 대응이 제 피해를 구제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사내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며 퇴사한 어도어 전(前) 직원 B씨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낸 성희롱 은폐 의혹 관련 입장문으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민 전 대표와 A 전 어도어 부대표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B씨는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선 이유와 함께 사태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B씨가 민 전 대표와 A 전 부대표를 상대로 민·형사 고소 및 노동청 신고에 나섰다는 소식은 지난달 23일 알려졌다. B씨는 앞서 A씨의 직속 부하로 근무하는 동안 성희롱성 발언과 각종 직장내 괴롭힘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하이브 측에 RW(사내윤리기준) 신고한 뒤 어도어를 퇴사했다. 해당 신고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하이브 HR는 징계 수준의 성희롱 및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A 전 부대표의 행동이 부적절했음은 확실하다고 판단, 민 대표에게 A 전 부대표에 대한 '엄중 경고 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후 민 전 대표가 A 전 부대표에 대한 엄중 경고 조치를 거부했고, B씨의 신고 조사 과정에서 A 전 부대표에 대한 편파적 개입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B씨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며 민 전 대표가 사내 성희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확대되자 민 전 대표는 SNS에 장문의 입장문을 게재하며 은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B씨는 이후 사내 괴롭힘과 성희롱 은폐가 사실이었다고 주장하며 맞섰고, 민 대표 역시 추가 입장문을 내고 B씨의 사내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보복성 허위 신고'로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B씨는 최근 본지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두 차례에 걸친 민 대표의 입장 발표로 인해 심각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B씨는 "민 전 대표가 제 RW 신고를 날조 신고라고 주장하며 조사 과정에서 편파적으로 개입한 것이 1차 피해였다면, 입장문을 통해서는 2차 피해를 입었다"라며 "민 전 대표의 입장문 때문에 저는 일을 못 해서 퇴사했고, 허위 보복성 신고를 한 사람이 됐다. 제가 일을 너무 못 해서 직무 평가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하기엔 5명의 평가자 중 4명에게 적합 평가를 받았고, 고작 한 달 같이 일한 가해자(A씨)만 불합을 줬다. 이는 분명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이다. 또 제 동의 없이 메신저 대화 내용과 제 연봉까지 공개했는데 이 역시 명백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문이 워낙 빠르고 좁은 업계의 특성상 이번 사건이 대두되면서 당사자가 저라는 사실이 주변에도 빠르게 알려졌다. 민 전 대표의 입장문도 주변에서 '이거 네 이야기 아니냐'라며 전달해줘서 알게 됐다. 심지어 해외 에이전시 광고주 분들에게서도 연락을 받았다"라며 "정말 수십, 수백 명이 알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이야 이게 부당한 상황임을 알겠지만 멀리서 본 사람들에게 저는 허위신고를 하고 회사에서 잘린 사람이 됐다. 민 대표의 입장문 발표 이후 악플도 엄청나게 달렸다. '언플하지 마라' '일도 못 하는 주제에'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안 나설 수가 없었다"라며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와 A 전 부대표에 대한 민·형사 소송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B씨는 "처음 입장문을 올리기 전까지만 해도 전 국민이 그녀를 응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는 일개 직원인데, 민 전 대표는 사실상 팬덤을 보유한 웬만한 연예인 이상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고 아주 큰 팬덤이 있는 뉴진스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분이라 섣불리 입장문을 내거나 고소를 한다는 것이 사실 미친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도 조언을 구했을 때도 '네가 다칠 것 같다'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B씨는 "입장문은 민 전 대표의 입장문 발표 이후 업계에서 제 평판이 무너지고 연봉도 무너지게 된 탓에 제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렸던 것이었다. 그 때는 사실관계 정정과 함께 사과를 받으면 그만하려 했다"라며 "그런데 지난달 추가로 낸 민 전 대표의 입장문을 보고 '정말 사과할 의지가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이후 제가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지만, 무대응을 하더니 돌연 A 전 부대표가 제게 '사과 취소를 하겠다'라는 카톡을 보내면서 제가 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내리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협박하더라. 너무 무섭고, '임원조차도 사과의 마음이 없구나'라는 것을 느끼면서 이건 고소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지난달 말 민 전 대표와 A 전 부대표에 대한 민·형사 고소 및 노동청 신고를 진행한 상황이다. 현재 노동청 신고는 담당자가 배정된 상태로, 향후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B씨는 법적 대응에 대해 "(사태의) 제2막 같은거라 참 힘들긴 하다. 왜 이렇게까지 당해야하나 싶다"라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소송을 통해 B씨가 민 전 대표와 A 전 부대표에게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B씨는 "노동청 신고를 통해서는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 정당한 조사를 통해 가해가 사실이라고 밝혀진다면 사과를 받고 싶다"라며 "민사 소송을 통해서는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고 싶고, 형사 소송에서는 민 전 대표가 잘못에 대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 물론 사법부와 경찰, 노동청의 판단이 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투명한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에 양쪽 다 수긍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다. 지난 조사가 너무 편파적이고 불공정했기 때문에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고 거기에 맞는 처분이 내려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최근 민 전 대표가 어도어에서 해임된 뒤 새롭게 어도어 대표이사직을 맡은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어도어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B씨의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피해 의혹과 관련해 재조사를 진행하고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B씨는 "지난달 제가 첫 입장문을 올렸을 때 하이브에서 외부 기관을 통해 재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이후 민 전 대표가 해임된 주부터 본격적으로 재조사가 진행이 됐다. 민 전 대표가 해임되면서 재조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외부 기관을 통해 재조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너무 기쁘다. 당시 민 전 대표가 편파적 개입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무력하게 있다가 이렇게 재조사를 하게 됐다. 공정한 재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번 사례를 통해 앞으로 업계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신고 무마를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어도어의 재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민 전 대표 및 A 전 부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취하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B씨는 "소송을 제기한 지금도 여전히 불안하고 무섭다"라면서도 "민 전 대표가 만약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사태를 바라봤다면 해야할 일은 사실관계 인정과 사과였을 거다. 그러면 저도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거고, 서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잘 마무리를 했을 거다. 이번 사태는 결국 리더로써 민 전 대표의 잘못된 판단과 인지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본지는 B씨의 주장과 관련해 민 전 대표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기다렸으나, 민 전 대표 측은 "사법당국의 조사를 통해서 사실관계가 밝혀지길 기대한다"라는 입장만 전한 채 말을 아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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