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정적 감정에 기초해 사실관계 단언" 기사 삭제 판결

스포츠니어스, 여론조작 등으로 이성모 기자 '갓성모' 명성 얻었다고 주장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해당 내용 허위 판단…이성모 측 요구 모두 받아들여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Gettyimages.

축구 분야 취재 기자(유튜버) 이성모씨를 근거 없이 비판한 '스포츠니어스(발행인 김현회)' 기사 내용을 삭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7월10일 김현회 스포츠니어스 기자가 쓴 <혐오 조장에 여론조작, 이성모가 '갓성모'가 된 배경> 기사는 이성모 기자가 여론조작과 댓글조작을 했고 기존 미디어에 대한 혐오를 유발했으며 이러한 행위들을 통해 '갓성모'라는 명성을 얻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달 30일 해당 주장들을 허위로 보고 이 기자가 주장한 부분을 모두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이 기자)가 지인들에게 추천이나 댓글을 부탁한 행위는 기자나 유튜버로서 자신의 글 등에 대한 홍보 활동 또는 동조 요청의 일환으로 보이고, 그 수단과 빈도, 방식, 집단성 등을 고려하면 홍보 등을 넘어서 여론을 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사 내용 중 이 기자가 혐오표현과 여론조작으로 '갓성모'라는 명성을 얻었다는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이 기자가 여론조작을 했다는 증거로 제시한 것은 2019년 이후 이 기자와 3명(박아무개, 또 다른 박아무개, 윤아무개)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불과한데 이 기자가 '갓성모'라는 명성을 얻은 것은 2014~2015년경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자는 위 시기에 다양한 저술활동·기자활동 등을 했던 것으로 이미 명성을 얻은 상태에서 초청강연 활동 등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 증거만으로 이 기자가 여론조작으로 '갓성모'라는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김 기자는 제보자에게 받은 자료만으로는 도저히 추론할 수 없는 사실인 '혐오표현'과 '여론조작'으로 원고가 '갓성모'라는 명성을 얻었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하면서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허위의 기사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김 기자는 이 기자가 어떠한 방식과 내용으로 '혐오조장'을 했는지를 명백히 밝히고 있지 않으나 이 기자가 김 기자와 다른 의견을 개진하면서 2023년 7월8일자 유튜브에 올린 '기자가 에이전트의 말을 사실처럼 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취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자 전체 또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혐오와 적대감, 차별적 감정 등을 나타내는 단어나 표현을 사용한 것은 발견할 수 없고 일부 기자들의 검증 없는 기사 작성 행위가 위험하다는 취지의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 기자가 혐오를 조장했다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 기자가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해 '갓성모'라는 명성을 얻었다고 추론할 자료가 없다”고 했다. 김 기자 측은 해당 보도가 공익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스포츠니어스 기사가 이 기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법원에서는 무엇보다 김 기자가 이 기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으로 허위 기사를 썼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기자가 기자로서 마땅히 기울여야 할 주의를 조금만 기울여 제보자들과 이 기자의 대화내용 전체나 그 맥락을 확인하는 등 추가 취재를 했다거나 이 기자에게 사실확인을 했더라면 이 기사 중 이 기자 측이 삭제를 주장한 부분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김 기자는 확인절차 없이 이 기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에 기초해 섣불리 사실관계를 단언해 이 사건 기사를 작성했다”고 봤다.

▲ 법원 판결 이후 제목을 수정한 스포츠니어스 기사 갈무리

이에 법원은 이 기자가 삭제를 요구했던 댓글조작·여론조작을 통해 '갓성모'라는 명성을 얻었다는 본문의 두 대목, 첨부된 카톡 대화방 사진, 제목 등을 모두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스포츠니어스는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해당 기사 제목을 <'조규성 이적 논란' 유럽 에이전트 “이성모는 이적 프로세스 몰라”>로 수정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삭제대상이 될 수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