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79년 은폐했던 우키시마호 피해자 명부 제공

김희국 기자 2024. 9. 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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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우키시마마루(浮島丸·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의 피해자 명부 일부를 지난 5일 우리 정부에 제공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9년 동안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우키시마호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선자 명부를 '승선 시 작성해 배에 비치한 것'으로 정의하면서 침몰로 상실됐다고 주장했고 명부와 유사한 문서의 존재도 밝히지 않았다.

한국 정부도 명부 존재 사실이 알려진 뒤 일본 정부에 명부 제공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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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일본서 폭발, 한국인 수천 명 사망 추정
그동안 일본 정부 피해자 명부 없다고 주장
지난 5일 75건의 자료 중 19건 우리 정부에 넘겨
일부 자료엔 구체적인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
한일 관계 개선 흐름 이어가고자 하는 의미 담겨

일본 정부가 우키시마마루(浮島丸·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의 피해자 명부 일부를 지난 5일 우리 정부에 제공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9년 동안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것이다.

정부가 제공받은 자료의 목록명은 ▷승선 명부 1945년 8월 24일 승선 ▷승선자 명부의 건 보고 ▷승선 반도 노무자 명부 1945년 8월 ▷우키시마마루 승선자 명부 ▷우키시마마루 승선 조선인 명부 1945년 8월 22일 ▷우키시마마루 조난자 명부 1945년 8월 24일 ▷사망자 명부 등이다. 전체적으로 몇 명의 사망자·생존자 등 개인 정보가 담겼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자료에는 성명은 물론 생년월일과 본적 등 비교적 구체적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재일 한국인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 일본의 해군 수송선이다. 1945년 8월 22일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발해 이틀 뒤인 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탑승자들은 대부분 강제노역 피해 노동자들로 알려졌다.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7500∼8000명 중 3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사고 후 수년간 선체를 인양하거나 유해를 수습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고 지금까지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전날 명부 일부를 제공했다. 이는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자 하는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말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는 지난 3년 재임 주요 성과로 한일 관계 개선을 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우키시마호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선자 명부를 ‘승선 시 작성해 배에 비치한 것’으로 정의하면서 침몰로 상실됐다고 주장했고 명부와 유사한 문서의 존재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 프리랜서 언론인의 정보 공개 요청에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해 5월 일본 해군과 일본통운 등 기업이 작성한 문서 3종류를 공개했다. 심지어 미야자키 마사히사 후생노동성 부대신(차관)은 문서 공개 직후 중의원(하원) 외무위원회에 출석해 “승선자 등의 ‘명부’라고 이름 붙은 자료가 70개 정도 있다”고 밝혔다.

승선자 명부의 존재가 알려지자 일본 야당 정치인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은 한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부도 명부 존재 사실이 알려진 뒤 일본 정부에 명부 제공을 요청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확보한 75건의 명부 자료 중 조사를 마친 19건을 한국 정부에 넘겼으며 다른 자료들도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일본의 자료를 모두 넘겨받으면 사건의 진상 및 사망자·생존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확보한 자료를 피해자 구제에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근거 자료 부재로 과거 정부 차원의 위로금 지급 신청을 기각·각하 당한 희생자 유족에 대한 위로금 지급 재심의에 명부를 활용할 계획이다.

우키시마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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