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사진으로 드러난 인신매매의 실상과 여성 인권[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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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백년 사진이 고른 사진은 1924년 9월 2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젊은 여성을 러시아에 팔았다는 인신매매범 남용석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내용입니다.
● 기사를 요약해보면, 함경남도 단천군 출신의 남용석이라는 인물이 조선 여성들을 속여 러시아 북화태(지금의 북사할린)로 팔아넘긴 인신매매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사건은 경찰에 의해 조사 중이며, 여관 주인과 유학생으로 위장한 여성도 인신매매에 연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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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사를 한번 보시죠. 북화태(北樺太)는 북사할린섬을 말합니다.
여자 매매의 악행 (1924.09.02) |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자에게 끌려 눈보라 치는 북화태로 이미 팔린 여자가 4명 아무리 먹고 입는 것에 백방으로 노력을 하는 인생이요 세상에는 죄악이 많이 행한다 하지마는, 우심(尤甚)한 것은 공공연하게 사람의 고기를 팔고 사는 악마의 계집 장사들이다. 이런 일이 비록 오늘에 새로이 생긴 일은 아니지마는 항상 현장에 팔려가는 불쌍한 여러 여성을 대할 때마다 현대 사회 제도의 결함을 절실히 느끼게 됨은 누구나 다 아는 바어니와 한 실례를 들건대, 본격을 함경남도 단천(端川)군 읍내에 두고 당시 북화태 (北樺太) 아항(호港: 편집자 주: 알렉산드라프스크)에서 소위 청부업 삼화조(請負業 三和組)라는 간판을 붙이고 한편으로는 그곳 서정(曙町)에 대복루(大福樓)라는 요리점을 두고 인육 시장(人肉市場)을 시설해 놓고 멀리 수륙 만리를 격한 고국으로부터 불쌍 한 어린 여성들을 이리저리 꾀어 사 들여다 놓고 그들의 피를 빨아 채우는 남용석(南龍錫)은, 지금으로부터 수일 전에 현금 5,000여원을 가지고 경성 시내에 들어와 북미장정 74번지 평양여관에 투숙하면서 각처로 몰려드는 뚜쟁이들과 연락을 취하여 가지고 사들인 계집이 벌써 4명이나 되는데, 그중에는 본적을 황해도 평산군 금천면에 두고 당시 구룡산에서 자기의 남편과 함께 어려운 살림을 하고 있던 신자금(申子今·20)이라 여자와 무교정에서 역시 구차한 살림을 하던 이옥순(李玉順)이라는 여자 2명은 모두 이제까지 집안 살림을 하다가 운명이 그만 뿐이든지 자기 남편과 최후로 이별을 하고 악마의 밥이 되었으며, 그 외에 2명은 대구부 달성정 233번지 김화원(金花園·19) 황해도 서흥군 서흥면 수파리 40번지 최익선(崔益善·19)이라는 두 여자인데 그들의 몸값은 최고 300원으로 최하 180원이며 팔려가는 기한은 4년 동안이라는데 그들은 멀지 아니하여 눈발이 날리고 찬 바람이 몸을 베이는 로령(露嶺) 북화태(北樺太)로 뜻 아닌 발길을 옮겨 놓을 터이며 남용석은 2주일 전에도 자기의 사무원 심주택(沈株澤)을 평양여관으로 내보내어 6명이나 사들여 갔으므로 지금 북화태에는 약 30여 명의 불쌍한 조선 여자가 악마의 밥이 되어 있는 중이며, 여관 주인 항봉찬(咸奉贊)도 여관 간판을 붙였으나 암밀(密)히 뚜쟁이 노릇을 하며 계집을 파고 사는데 구전(錢)으로 배를 채우는 모양이며, 사직동 225번지 방영자(方英子·20)라는 젊은 여자도 여학생으로 분장을 해가지고 그 집에 밤을 낮 삼아 드나들며 각처로 여자를 유인하여 들인다고 그 동리 부근 사람들은 비평이 자자한 모양인데, 아직도 앞으로 전기(前記) 남용석은 얼마나 많은 계집을 무역할는지. 그 집에는 뭇사람이 드나들며 수군거라는 모양이 매우 심상치 아니한 인신매매의 대 소굴인 모양이며 그 자는 서대문 경찰서 고등계에 호출을 받아 방금 취조를 받는 중이라더라. |
● 기사를 요약해보면, 함경남도 단천군 출신의 남용석이라는 인물이 조선 여성들을 속여 러시아 북화태(지금의 북사할린)로 팔아넘긴 인신매매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남용석은 경성의 평양여관을 거점으로 하여 4명의 여성을 매수했고, 그들은 각각 180원에서 300원의 몸값으로 4년 동안 팔려가게 되었으며, 남용석의 사무원도 6명의 여성을 추가로 매수해 러시아로 넘겼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경찰에 의해 조사 중이며, 여관 주인과 유학생으로 위장한 여성도 인신매매에 연루되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남용석이 인신매매를 저지르면서도 사진을 남겼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남용석은 자신의 범죄를 알릴 수 있는 증거를 스스로 남겼다는 점에서 의문을 자아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첫째, 그는 여성들을 상품처럼 여기고, 거래의 일환으로 사진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여성들의 외모를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보여주고, 이를 ‘광고’처럼 활용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사진이 여성들을 협박하고 통제하기 위한 도구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진을 이용해 “도망갈 생각을 하지 마라”는 경고를 남기며 범죄를 은밀히 지속했을 수 있습니다.
당시 조선 사회는 인권에 대한 개념이 크게 부족했으며, 여성들이 이러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미흡했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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