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절반이 '임대'…대형마트의 진짜 속내

김아름 2024. 9. 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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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 대형마트 리뉴얼 트렌드 
스타필드 마켓 죽전, 임대매장 60% 넘어 
안정적으로 임대수익 얻겠다는 계산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돌아온 '먹거리' 트렌드

최근 대형마트 업계는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트가 원래 장 보는 곳인데 당연히 먹거리를 강조하겠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진 또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이커머스가 한창 성장하던 2010년대. 대형마트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려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죠. 

이에 VR(가상현실) 체험관이나 신차를 공개하는 쇼룸 등을 설치하는가 하면 매장 내에도 다양한 전자제품을 시연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고 오락실이나 운동시설 등을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파는 공간'이 아니라 '노는 공간'을 강조했던 이마트의 전자제품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가 대표적입니다. 

이마트의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사진제공=이마트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대형마트가 시도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이미 대형마트 밖에 더 잘 하는 경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여러가지 차려놓기는 했는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굳이 마트를 찾아야 할 정도의 메리트를 주진 못했던 겁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의 전통적인 장점에 더 주목했습니다. 바로 먹거리입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먹을 건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야 한다는 거죠.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채소와 고기, 계란 등을 살 때는 대형마트를 찾았습니다. 대형마트가 다시 먹거리에 집중하게 된 이유입니다. 

대형마트의 먹거리 '테넌트'

그런데 대형마트가 진짜 노리는 건 이 '먹거리'가 아닙니다. 바로 '테넌트(Tenant)'입니다. 테넌트는 임대 매장을 뜻하는데요. 대형마트가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닌, 공간을 임대해 주고 외부 업체가 들어와 영업을 하는 매장입니다. 롯데마트 안 다이소처럼 딱 봐도 임대매장임을 알 수 있는 곳도 있지만, 델리 코너의 두부 매장처럼 언뜻 보면 그냥 이마트에 소속된 매대처럼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이 '임대매장'이 바로 대형마트가 선택한 미래 '먹거리'입니다.

최근 문을 연 스타필드 마켓 죽전을 볼까요. 이 매장은 원래 이마트 죽전점이었는데요. 이마트 죽전점일 당시 총면적 1만9800㎡ 중 직영매장이 1만2540㎡였고 임대매장은 7260㎡이었습니다. 임대매장 면적이 전체의 36.7%정도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스타필드 마켓 죽전으로 리뉴얼하면서 임대매장이 1만2210㎡로 늘어났습니다. 면적 비중도 61.7%로 두 배 가까이 늘었죠.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름을 이마트가 아닌 스타필드 마켓으로 바꾼 이유도 여기서 드러납니다. 직접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게 아닌, 임대매장을 통해 임대수익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스타필드나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은 주 수입원이 임대수익입니다. 국정감사에서도 복합쇼핑몰은 유통업이 아닌 부동산업으로 봐야 하지 않냐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이마트뿐만이 아닙니다. 홈플러스는 최근 금천점, 대구 칠곡점 등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31개 점포가 '메가푸드마켓'으로 간판을 바꿔달았습니다. 메가푸드마켓에도 피자몰·공차·쿠우쿠우·탑텐·다이소·올리브영·모던하우스 등 다양한 임대매장이 입점했습니다. 금천점에 입점한 매장만 88개에 달합니다. 

테넌트 늘리는 이유

대형마트들이 임대매장을 늘리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우선 브랜드 파워가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에 문을 연 '노티드도넛' 등 전국구 브랜드의 경우 임대매장을 찾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도 많죠. 자연스럽게 객수 증가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안정적인 임대수익입니다. 주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직접 상품 판매와 달리 임대료 수익은 안정적입니다. 일반적인 부동산업이라면 공실 등을 우려해야 하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대형마트 자체가 집객 요소가 되기 때문에 이런 부담도 적습니다. 

스타필드 수원 전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임대매장이 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유동성이 높아진다는 또다른 장점도 생깁니다. 임대매장은 임차인이 관리하므로 관리 요소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마트 죽전점이 스타필드마켓 죽전으로 바뀌면서 근무 인력 상당수가 다른 매장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테넌트화'가 만능은 아닙니다. 대형마트는 대규모 직매입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게 전략인 채널입니다. 임대매장이 많아지면 평균 단가는 올라갑니다. 대형마트만의 개성을 잃고 규모만 작은 '미니 복합쇼핑몰'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스타필드마켓 죽전의 매장들/사진=김지우 기자 zuzu@

그럼에도 이마트의 이런 '스타필드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그룹 경영전략실장으로 선임한 것 역시 스타필드의 성공을 이끈 공로를 인정함과 동시에 이마트의 스타필드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커머스의 등장과 쿠팡의 승승장구에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유통업의 종말'이 올 것이라 예언했습니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의 몰락, 스타필드와 더현대서울의 등장 등으로 상황은 또 알 수 없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커머스의 등장에 가장 먼저 몰락할 것으로 보였던 대형마트 역시 끊임없는 변신으로 생존을 모색 중입니다. 이 노력이 성공으로 매듭지어질 지, 마지막 몸부림이 될 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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