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지키기 위해 국가 안보까지 동원하나

이재호 기자 2024. 9. 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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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주적이지 않은 윤석열 정부, 미국이 싫다는 '핵무장' 자꾸 꺼내는 이유는

한미 양국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확장억제가 북핵에 대응하는 가장 적합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인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은 자체 핵 무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5일 외교부는 "한미 외교·국방 당국은 2024년 9월 4일 워싱턴에서 제5차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했다"며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위해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기로 한 철통같은 공약을 재강조하였다"고 밝혔다.

회의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북한 핵 고도화에 따라 남한의 자체 핵 무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핵무장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는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의 입장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 8월 17일 장관 후보자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것(확장억제)으로 국민의 북핵 위협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그 외 모든 수단과 방법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0년 6월 '6·25 전쟁 70주년 회고와 반성'이라는 정책 세미나에서도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것이다. 북한과 일본까지 핵무장을 하면 (한국은) 주변국으로부터 핵으로 포위된다"며 "핵무장 없이 우리의 생존과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남한의 핵무장 또는 잠재력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 중에 그것도 하나 포함된 것"이라고 답했다.

김 장관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미국이 명확한 대응을 하지는 않았으나, 4일 EDSCG에 참석한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모든 방위 능력을 사용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약속했다"며 "한국이 우리에게 의존할 수 있다"고 말해 확장억제로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라 애버크롬비 국방부 정책 부차관 대행 역시 "분명히 말해두는데 미국은 핵 억제력과 오늘날 우리가 보유한 핵 태세 능력에 대해 확고하게 확신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말해 남한 내부의 핵무장론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미국은 남한의 자체 핵무장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보여 왔다. 지난 7월 17일 <미국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진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는 "한국의 핵개발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일 것이며 본질적으로 NPT를 위반하는 국제적 '왕따 국가'(pariah)가 될 것"이라며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까지 자체 핵무장을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윤석열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대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를 '자주 국방 실현' 의도로 해석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확장억제를 넘어 전술핵 재배치 등 핵무장에 준하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자체 핵무장론을 띄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이는 비확산을 강조하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남한의 핵무장'과 별다를 것이 없다. 즉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가 국가 안보 사안에도 투영되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패배 이후 윤석열 정부는 국정 운영 방향을 수정하는 대신 지지층의 결집을 더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문수 노동부 장관 등 극우적 색채를 띈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반(反)국가 세력'이라고 규정하는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지지층 결집을 통해 현재 위기를 버티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러나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국가 안보는 특정한 지지층만을 바라보고 결정하면 안되는 문제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안보에 과도한 정치성이 투영되면 이는 곧 국가 존립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국회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안보와 외교에 여야는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한다. 물론 여기에도 정치적인 유불리에 따른 판단이 들어가지만, 그럼에도 안보와 외교 문제는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최소한의 공감대는 존재한다.

이 최소한의 공감대에서 벗어나 지지층만 바라보게 되면 국민들이 불안해지고, 나아가서는 대외적 신인도 하락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국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정권을 지키는 '정권 안보'를 위해 국가를 지키는 '국가 안보'를 위기에 빠뜨리지 않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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