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가장 성스러운 스포츠' 골프에 대한 성찰

방민준 2024. 9. 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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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제대로 터득하기 위한 피지컬적인 요구는 잔혹하다.

그러나 골프를 지배하는 정신세계는 순수하고 성스럽다.

사냥개의 도움으로 말을 타고 토끼나 여우 사냥을 즐기던 영국 귀족들이 비바람 몰아치는 황량한 바닷가 링크스 코스에서 허우적대며 불가사의한 골프의 매력에 빠진 뒤에야 비로소 '신사'의 개념을 깨닫고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로 승화시켰다.

승리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골프만큼 철저하게 평정심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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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발상지'로 알려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를 제대로 터득하기 위한 피지컬적인 요구는 잔혹하다. 그러나 골프를 지배하는 정신세계는 순수하고 성스럽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이지만 남몰래 규칙을 위반한 사실이 발각되면 동반자로부터 경멸의 시선을 피할 수 없다. 제 3자가 위반 사실을 발견해 신고해도 고향에서 추방당하는 가혹한 벌칙이 따른다.



 



사냥개의 도움으로 말을 타고 토끼나 여우 사냥을 즐기던 영국 귀족들이 비바람 몰아치는 황량한 바닷가 링크스 코스에서 허우적대며 불가사의한 골프의 매력에 빠진 뒤에야 비로소 '신사'의 개념을 깨닫고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로 승화시켰다. 영국인들은 골프가 지구촌의 인기 스포츠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골프를 야만인은 할 수 없는 '문명인의 스포츠'로 인식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팡이 짚을 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골프는 만인의 스포츠다. 선수들끼리는 특별한 우대권이 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대결을 벌이고 아마추어들끼리는 핸디캡이라는 배려 깊은 제도를 활용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승리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골프만큼 철저하게 평정심을 요구하는 스포츠도 드물다. 승리를 위해 경쟁을 벌이면서도 쟁투심(爭鬪心)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된다. 잔잔한 호수면 같은 평정을 유지할 수 있어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골프는 성지순례와 흡사하다. 순례자들이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절대자 또는 신앙을 위해 고행을 마다하지 않듯 골퍼는 눈에 어른거리는 목표에 도달하려는 욕망과 무언가 더 높은 다음 단계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골프의 밀림을 순례한다.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Compostellana)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의 순례지로 프랑스 각지에서 피레네산맥을 통해 스페인 북부를 통과하는 800km의 길이다. 9세기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지면서 유럽 전역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찾기 시작해 세계적인 순례길이 되었다.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아 발견을 위해 이 순례길을 찾는다.



 



일본의 시코쿠 섬엔 88개 사찰을 순례하는 오헨로(御遍路) 순례길이 있다. 오헨로는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 홍법대사(弘法大師, 774-835)가 개척한 사찰 탐방길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죽기 전 극락정토로 가길 발원하면서 떠나는 순례길로 전장 1200km에 달한다. 걸어서 꼬박 60일이 걸리는 데도 흰색 상의(하쿠이)에 삿갓모자(스게가사)를 쓰고 지팡이(즈에)를 든 순례자가 연간 15만명에 이른다.



 



티베트의 카일라스 산을 오체투지(五體投地)로 한 바퀴 도는 순례자들은 성스러움의 극치다.



골프가 이런 순례길이 될 수 있다면 최고의 행운이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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