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내가 지킨다…전통시장을 지키는 여성 상인 [장다르크 이야기③]
군포역전시장 고려인삼 정성순 대표 “시장 살리자” 상인회장 동분서주-場(장)다르크 이야기
전통시장의 역사는 ‘영웅’이라 불릴 숱한 여성 상인의 열정으로 이뤄졌다. 개인의 성공을 넘어 전통시장을 빛내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헌신하는 여성 상인들. 기획취재반은 전통시장을 지키며 동시에 시장의 미래를 설계하는 이천과 군포의 영웅을 만나봤다.
■ 다섯 번째 場(장)다르크. 이천의 ‘도자기 여제’ 김화순 현대공예사 대표(65)이야기
고요한 자연 속 은은한 흙 내음이 풍기는 곳. 각양각색의 도자기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국내 유일의 도자 전통시장 사기막골도예촌에서 만난 김화순 현대공예사 대표(65)는 직접 빚은 컵에 따뜻한 차를 담아내며 인사를 건넸다.
김화순 대표는 유명 도예가였던 매제의 영향을 받아 1988년 사기막골도예촌에 공예사를 열었다. 그는 “볼수록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닌 청자에 푹 빠지다 보니 수백개의 도자기에 둘러싸여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라며 청색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던 기억을 되내였다.
반듯한 공예사를 꾸리기까지 김 대표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갓난쟁이 아기를 데리고 돌아다닌 날들은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도자기에 대한 꿈 하나로 힘을 냈죠”라면서도 “시간이 흘러보니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커 있더라고요. 미안하면서도 잘 자라줘 고마운 마음도 큽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의 첫 목표는 작품으로만 여겨지던 도자기를 일상에서 쓰임새 있게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었다고 한다. 밥그릇과 같이 일상적인 그릇으로 탄생하기까지 김 대표는 본인의 감각에 고객의 목소리를 더했다. 김 대표는 “청자 그릇을 판매하며 주부들의 필요를 반영하니 고급 식당들의 문의도 늘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그들에게 배우는 게 중요했죠”라며 찻잔을 어루만졌다.
김 대표의 노력으로 도자기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더하며 인기를 끌었고, 도자기 시장을 찾는 젊은이도 늘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 시장이 조성됐을 때는 나이 든 상인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젊은 상인들이 유입되면서 시장이 활기를 얻었죠”라며 “이러한 변화들은 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이 도예 시장에서 함께 땀 흘리고 고생하신 분들이 일궈낸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30여년 전 고단했던 날들이 켜켜이 쌓여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김 대표의 바람은 고객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도예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는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땐 내국인보다 외국인 손님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내국인 분들이 많이 찾아주고, 단골도 생길 만큼 도자기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죠. 이런 흐름이 결국 이 도예 시장을 살리는 것 같아요”라면서 “30여년전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도자기에 대한 애정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만큼, 항상 고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 시장을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라며 끝을 맺었다.
■ 여섯 번째 場(장)다르크 군포의 ‘여성 리더’ 정성순 고려인삼 대표(75) 이야기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해 들어선 군포역전시장 아케이드. 시장 어디선가 들려오는 강단 있는 여성의 목소리에 고개가 절로 향했다. 그곳엔 군포역전시장의 상인회장 정성순 고려인삼 대표(75)가 “물 뿌리는 게 효과가 꽤 괜찮은 거 같아요.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시원해질 수 있겠네”라며 바닥에 시원한 물을 뿌려 시장 온도를 낮추고 있던 한 상인을 독려하고 있었다.
150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깔끔한 외관으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는 이곳, 군포역전시장은 정성순 고려인삼 대표 겸 상인회장의 땀이 곳곳에 녹아있다.
1984년 충남 논산에서 경기 군포로 올라온 정성순 회장은 인삼 사업을 시작하며 인생의 새 장을 열었다. 그는 “당시에는 수도권이지만 개발이 덜 돼 시골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가장 시장다운 시장이어서인지 서신, 반월 등 다양한 곳에서 손님들이 몰렸고 항상 손님으로 북적였죠”라고 말했다.
이렇듯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군포역전시장도 사회 흐름에는 맥을 추리지 못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시장과 연결된 군포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장을 봤지만, 군포역 인근에 또 다른 역들이 들어서면서 사람이 분산됐고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시장에 터를 잡고 사는 우리 상인들은 허탈해할 뿐 할 수 있는 게 없었죠”라며 당시를 그렸다.
시장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자, ‘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정성순 회장은 그 첫 번째 방법으로 ‘상인회’ 결속에 나섰다.
정 회장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기 전 다닌 직장에서 회계 업무를 했기 때문에 총무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상인회 총무 역할을 맡기로 하고 상인회 조성을 위해 군포시장 상인분들을 다 만나가면서 동의를 구했죠”라면서도 “그때는 ‘여자가 뭘 하냐, 커피나 타라’는 시대였기 때문에 동의를 구하러 방문한 상점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고 밀치기도 해서 다친 적도 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시장 부흥을 위한 상인회 조성을 멈추지 않았고, 노력 끝에 2005년 상인회를 결성했다. 이후 정 회장은 총무를 거쳐 2015년부터 현재까지 회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그는 “초기에는 갈등도 있었지만, 결국 상인들과 협력해 상인회를 만들었고, 시장 환경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했어요. 우선 깔끔하고 깨끗해야 시장에 많은 손님이 올 거라는 생각에 고객들이 안전히 지나다닐 수 있는 고객선을 만들고 밝은 등을 설치하는 일도 착착 수행했습니다”라며 상인회에 대한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9년간 정성순 회장 손을 거쳐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군포역전시장을 거닐던 정 회장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 시장, 상인들이 일하기 편한 시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매일 달고 살아요. ‘시장을 사랑하자’는 자세로 시장의 미래를 위해 항상 앞장서고 있습니다.”라면서 웃음 지었다. 기획취재반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이대현 기자 lida@kyeonggi.com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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