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1주에 로보틱스 0.6 줄게” 물 건너갔지만…

한겨레 2024. 9. 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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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두산 계열사 합병 논란
‘저평가 알짜 vs 고평가 적자’ 기업
주주 반발에 주식교환·합병 철회
‘교환비율은 주가 기준’ 법규 때문
이전 계획 유효…합병 가치에 촉각
2022년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시이에스(CES) 2022’의 두산그룹 전시관에 두산밥캣의 완전 전동식 콤팩트 트랙로더 ‘T7X’가 전시됐다. 연합뉴스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두빌), 두산밥캣(밥캣), 두산로보틱스(로보틱스) 등 3사를 둘러싼 사업재편안 가운데 일부 계획을 접었다. 지난 7월 중순 3사가 관련 공시를 하자마자 일반주주 이익침해 논란이 일며 자본시장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두산은 소형 건설기계업체 밥캣을 협동로봇 전문업체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합병하려던 안건을 철회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그러나 현재 원전 설비업체 두빌의 46% 자회사로 있는 밥캣을 로보틱스의 46%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그대로 진행한다.

밥캣과 로보틱스 간 주식교환 포기로 주주 반발은 다소 잦아들었다. 하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밥캣을 두빌에서 로보틱스로 이전하는 안건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이 로보틱스에 요구한 증권신고서 2차 정정 요구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두산이 내놓을 답안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밥캣 영업익, 2년째 1조 돌파

지난 7월11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로보틱스가 공시한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밥캣 일반주주들이 주식을 로보틱스에 주면 로보틱스 신주로 바꿔드립니다. 교환비율은 밥캣 1주당 로보틱스 0.6주입니다. 이번 주식교환이 끝나면 밥캣은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상장폐지 될 겁니다. 이후 로보틱스와 밥캣은 합병해 한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밥캣 주주들은 이를 반겼을까. 최근 3년(2021~2023년) 실적을 보면 밥캣의 매출액과 이익은 큰 폭으로 성장해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7조4757억원, 영업이익은 2년 연속 1조원을 돌파해 1조3899억원까지 증가했다.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도 1조2799억원에 달해, 두산그룹 내 최고의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반면 로보틱스는 이 기간 계속 영업적자를 냈고 적자 폭은 커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530억원, 영업손실은 192억원에 이르렀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도 271억원의 마이너스(순유출)를 기록했다. 실적을 놓고 보면 밥캣 1주당 교환받는 로보틱스 주식이 10주, 20주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왜 6주도 아닌 0.6주로 정해졌을까.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사 간 주식교환이나 합병비율은 주가(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공시 무렵을 기준으로 과거 한달간 로보틱스 평균주가는 8만114원, 밥캣은 5만612원으로 산출됐다. 시가총액은 각각 5조1900억원과 5조700억원 수준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로보틱스 주가는 지난해 상장 전후로 로봇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불어닥치면서 크게 치솟았다. 영업실적과 현금 창출력에서 막대한 격차가 나는데도 비슷한 시총(주가로는 로보틱스가 오히려 1.6배 더 높음)을 기준으로 주식교환이 추진되자 밥캣 주주들은 반발했다.

한편, 이 같은 주식교환을 위해서는 선행 작업이 필요했다. 밥캣 지분을 갖고 두빌로부터 분할되는 신설회사를 설립한 뒤, 이 회사를 로보틱스에 합병시키는 계획이었다. 이런 식으로 로보틱스가 밥캣을 46% 자회사화한 뒤 밥캣 일반주주들과의 주식교환을 거치면 밥캣은 100% 자회사가 된다. 저평가 알짜 기업(밥캣) 주식을 고평가 적자 기업(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대한 국내외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가고,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조치를 요구하자 두산은 결국 주식교환 계획을 철회했다.

그렇다면 두산이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힌 두빌 분할신설회사(밥캣 지분 보유)와 로보틱스 간 합병은 순조롭게 마무리될까. 상장사(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비상장사(분할신설회사)의 주당합병가치는 회사 순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산출해 가중평균해야 한다.

두빌 주주 입장에서는 분할신설회사의 합병가치, 그리고 이에 따라 정해지는 로보틱스와의 합병비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빌 주주는 분할신설회사가 흡수·소멸되는 데 대한 보상으로 로보틱스 신주를 받는다. 두산이 평가한 분할신설회사 주당합병가치는 1만221원이었다. 금감원이 2차 정정 요구에서 문제 삼은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쉽게 말하자면, 분할신설회사 주당합병가치가 2만원, 3만원으로 산출돼 두빌 주주들이 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가능성은 없는지 검토하고 그 내용을 정정 증권신고서에 담으라는 것이다.

두산은 분할신설회사 주당합병가치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이 회사가 보유한 자산은 밥캣 지분뿐이다. 따라서 순자산가치(자산가치-부채가치)를 간단하게 평가해보면 자산(밥캣 지분 46% 시가) 2조3천억원에서 부채(차입금) 7천억원을 뺀 1조6천억원으로 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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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신설회사에 쏠린 눈

다음으로 수익가치를 보자. 수익가치는 일반적으로 영업가치(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미래에 창출할 잉여현금흐름)에서 부채를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분할신설회사는 자체 사업 없이 지분만 보유한 일종의 투자회사다. 두산은 밥캣 지분을 영업목적주식으로 간주해 이를 영업가치로 대체했다. 그러다 보니 영업가치(밥캣 지분 46%의 시가) 2조3천억원에서 부채 7천억원을 차감한 1조6천억원을 수익가치로 산출했다. 밥캣 시가를 중심으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평가하다 보니 두 값이 거의 같아졌다.

금감원은 수익가치를 산정할 때 오로지 밥캣 시가만을 고려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예컨대 분할신설회사의 미래수익(예상되는 미래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전환한 가치와 밥캣 시가를 중심으로 평가한 가치(두산이 이미 공시한 수치)를 비교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현금흐름할인법이나 배당할인법을 예로 들었다. 어떤 방법이 됐건 분할신설회사의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하려면 먼저 밥캣의 미래 손익과 이에 기반한 현금흐름 추정치부터 산출해야 한다. 두산이 회계법인에 용역을 준다면 이 작업은 한달 정도는 걸릴 것이다.

문제는 소요되는 시간이 아니다. 이런 평가 방법을 적용했을 때 산출되는 분할신설회사의 합병가치다. 만약 밥캣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한 가액보다 훨씬 높은 숫자가 나온다고 해보자. 두산은 이를 분할신설회사의 합병가치로 선택해 합병비율을 수정할까? 아니면 그럼에도 기존 시가 기준 평가액을 고수할까? 그렇게 한다면 그 이유를 뭐라고 설명할까? 현금흐름할인법으로 평가한 수치가 기존 값과 비슷하게 나온다면 시장은 이를 받아들일까? 많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두산 논란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김수헌 MTN 기업경제센터장

‘기업공시 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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