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개보다 행복하지 않다면, ‘한 번쯤 이혼할 결심’[多리뷰해]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4. 9. 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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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리뷰해 (66) ‘한 번쯤 이혼할 결심’]
당신 가정은 안녕하신가요?
막장 아닌, 공감 부르는 ‘실화’
과몰입 하면 숨쉬기 힘들어요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사진 ㅣMBN
[작품 소개]

올 1월 5부작 파일럿으로 방송됐다(최고 시청률 5.3%) 6개월간의 재정비를 거쳐 정규 방송으로 컴백. ‘가상 이혼’이라는 파격적인 콘셉트의 관찰 리얼리티. 일반인 아닌 얼굴이 알려진 셀럽 부부들이 출연. 이혼 숙려 과정을 통해 부부와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프로그램. 예능의 탈을 썼지만, 다큐에 가까운 ‘진짜 이야기’. 김용만 오윤아 MC. 이혼 전문 변호사와 정신과 전문의가 참여해 현실 조언 및 부부 상담, 솔루션 진행. 총12부작.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방영.

[줄거리]

지긋지긋하게 싸우면서도 ‘화해하는 법’을 알려준 ‘결혼 46년차’ 이혜정 고민환 부부. 사진 ㅣMBN
‘결혼 46년차’ 이혜정 고민환 부부는 파일럿 이후 달라진 다정한 분위기를 풍겼다. 남편 고민환은 출근 전 아내의 방에 들러 “잘 잤냐?”고 스윗하게 묻거나 빨랫감을 세탁실에 갖다놓은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였다. 아내 이혜정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묻어둔 한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절친’들과 즐거운 식사자리를 가지고 있던 차 남편이 깜짝 등장해 운전기사 노릇을 자처했다. “(아내가) 보고 싶어서 왔지~”라며 로맨틱가이 면모를 보이던 남편에게 이혜정은 과거 남편의 ‘그 일’을 언급해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이런 아내의 모습에 남편은 “진절머리 난다”며 불쾌해했다.

이후 집에서 언쟁을 벌이던 두 사람은 촬영까지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러다 혼자 화를 삭인 고민환은 이혜정에게 다가가, “당신의 이런 태도 좋지 않아. 나이도 어린 게~”라고 특유의 농담을 섞어 화해의 시그널을 보냈다. 실소가 터진 이혜정은 못 이기는 척 화해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지인들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열고, 오키나와로 부부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저격하는 감정싸움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 언제쯤 이 황혼 부부는 ‘과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결혼 14년차 최준석 어효인 부부는 남편이 건물 사기로 20억을 날린 후 생활고에 놓였고 대화까지 단절되는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보였다. 사진 ㅣMBN
한편, 결혼 14년차 최준석 어효인 부부는 남편이 건물 사기로 20억을 날린 후 생활고에 놓였고 대화까지 단절되는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보였다. 전 프로야구 선수 최준석은 “35억 FA 계약을 하고 나서 이상한 사람들이 꼬였고, 믿는 사람에게 크게 당했다”고 털어놨고, 아내 어효인은 “살고 있던 집까지 겁 없이 내어준 바보였다”고 원망했다.

꿈이었던 지도자 길까지 포기하고 야구 연습장을 차리고 생업에 뛰어든 남편, 주말도 반납한 채 레슨으로 고된 하루하루를 보냈다. 반면, 애들 학원비를 벌어보고자 샐러드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독박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아내는 집에만 오면 입을 닫는 남편의 무심함에 지쳐가고 있었다.

외식비로 갈등을 보이던 두 사람은 한밤 야식으로 배달된 치킨을 두고도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남편의 무심함에 아내는 결국 “이럴 거면 왜 결혼했냐”며 “우린 너무 안 맞는다. 따로 살아보자”고 울부짖으며 가상 이혼을 제안했다. 아내의 폭탄 발언에 남편은 자리를 박차고 나간 남편은 끝도 없는 싸움에 답답해하며 “(부부 관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SOS를 요청, ‘가상 이혼’ 절차에 들어간 부부의 모습이 예고됐다.

[등장인물]

‘결혼 46년차’ 이혜정·고민환 부부. 사진 ㅣMBN
# 40년 묵은 한, 그리고 트라우마…‘결혼 46년차’ 이혜정·고민환 부부

황혼 이혼을 고민했던 결혼 46년차 이혜정·고민환 부부. 남편은 서울대 출신 산부인과 전문의, 아내는 대한민국이 다 아는 요리 연구가. 맞는 게 1도 없다는 황혼 부부. 과거 부부 예능에 출연해 365 문항 중 맞춘 항목이 0개일 정도로, 로또보다 더 안 맞다는 부부. 특히 남편의 외도로 속앓이를 했고 지금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그래도 한 번의 가상 이혼 후 결혼 생활이 조금 더 수월해진 것 같다”며 재출연 계기를 밝힘. 일촉즉발의 상황을 여러 번 보여주지만 또 한번의 가상 이혼을 통해 늪에 빠진 부부 갈등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

결혼 14년차 최준석·어효인 부부. 사진 ㅣMBN
# 30억 연봉→20억 사기 빚에 이혼 위기…‘결혼 14년차‘ 최준석·어효인 부부

남편의 투자 사기로 집까지 날린 14년차 부부. 남편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로 활약하고 MBC 경남 야구 해설위원을 지낸 최준석. 아내는 미모의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현재는 전업주부. 두 자녀와 함께 경남 진해에서 생활하고 있음. 부부의 갈등은 자유계약선수(FA)로 2013년 롯데 자이언츠와 총 35억원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했던 시점부터 시작됐다고. ‘건물 투자’ 사기로 인해 경제적 문제에 부딪혀 실제 이혼 위기까지 갔던 과거를 고백. 생업으로 지친 남편과 무심한 남편에 지쳐가는 아내. 대화까지 단절된 이들 부부는 “지옥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위태로운 부부 관계를 드러냄.

결혼 36년차 로버트 할리·맹현숙 부부. 사진 ㅣMBN
# 마약 파문으로 풍비박산…‘결혼 36년차‘ 로버트 할리·맹현숙 부부

국제 변호사 출신 방송인 로버트 할리(하일)와 한국인 아내 명현숙. 1978년 선교 활동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1988년 결혼, 슬하에 3명의 아들을 두고 있음. 1997년 귀화 후 구수한 부산 사투리와 입담을 뽐내며 방송에서 활약. 잉꼬부부로 여러 방송에 동반 출연했으나 남편의 충격적인 마약 사건 후 부부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신뢰마저 무너진 상태. 이 사건으로 로버트 할리 부부는 실제 이혼 위기에 부딪히기도. 이번 ‘가상 이혼’을 통해 두 사람은 당시의 아픔과 가족의 트라우마를 솔직히 터놓을 예정. 시즌2 격인 7화부터 등장 예정.

11년차 정대세·명서현 부부. 사진 ㅣMBN
# ‘처가살이’ ‘고부갈등’으로 살얼음판…‘결혼 11년차‘ 정대세·명서현 부부

파일럿에 이어 재출연. 축구 선수 출신 남편 정대세와 현모양처 아내 명서현. 숨통을 조이는 고부 갈등으로 눈물을 쏟으며 가상 이혼을 경험. 재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자신들의 진짜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부부 문제의 근원에 좀더 접근하기 위해 ‘가상 이혼’을 또 다시 선택. 남편 정대세는 “파일럿 방송을 통해 객관적인 제 모습들을 지켜봤고, 반성을 많이 했다. 아직 제 마음 속에 약간의 불순물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음.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은 또 다른 부부 갈등 요소가 있다고 예고. 로버트 할리 부부와 함께 7화부터 등장.

제작진은 “출연자들은 촬영에 들어가면 자신의 생활에 완전히 몰입한다”고 전했다. 사진 ㅣMBN
[단소리]

# 리얼리티 끝판왕…‘사랑과 전쟁’ 인간극장 편

가상 이혼이란 설정 외 모든 게 ‘리얼’. 제작진은 대사나 행동 지시를 전혀 하지 않는다. 출연자들은 촬영에 들어가면 자신의 생활에 완전히 몰입한다. 파일럿 당시 ‘가상 이혼’ 기간은 2주 전후로 진행됐으나 정규에선 한 달 이상의 촬영을 거치는 것은 물론, 더욱 속 깊은 부부의 진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윤세영 PD는 “정대세, 최준석 아내의 이야기에 저도 함께 울었다”며 “가상 이혼이라는 설정만 주지 다른 개입은 전혀 없다. 이 시대 다양한 세대, 부부들의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방송가 제작 트렌드? 아니 ‘현실’!

현실의 반영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9위, 아시아 1위를 찍음. 통계에 안 잡히는 혼인신고 안한 부부도 상당수. 방송에 등장하는 부부의 사연은 세대를 넘어선 모두의 고민. 가상 이혼 상태를 경험해보면서 부부 문제, 가족 문제를 점검해보고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껴보게 하는 프로그램. 출연 부부들이 갈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각자의 해법을 찾는 기회가 되고 있다.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에피소드 전개는 경계해야겠지만, 이혼을 부추긴다는 지적엔 동의할 수 없음.

# 때려 치우자?콕콕 짚어주는 ‘이혼 프로세스’

이혼 관련 법률이나 대부분이 잘못 알고 있는 법률 문제들도 콕콕 짚어줌. ‘가상 이혼’이라는 완충 장치를 통해 직접 이혼을 선택한 뒤 (가상 이혼) 이후의 일상을 생생하게 체험, 변호사를 만나 이혼 합의서를 실제와 똑같은 상담을 거쳐 작성하고 재산 분할 등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눈다. 이혼 과정과 그 이후 맞닥뜨릴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여주고, 부부 관계의 근본 원인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이혼을 숙려하도록 만들어준다.

# 중재자 된 TV…갈등 원인 진단·솔루션 해법까지

TV가 판을 깔아주고 시청자가 부부 갈등을 보면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음. 부부 갈등을 시청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 대중이 부부싸움의 관찰자가 되어 부부 관계의 근본 원인을 짚어주고, 전문가들이 이혼을 숙려하도록 만들어준다. 기존 관찰 예능의 범주에서 확장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담론을 펼치기 시작. ‘이혼을 터부시하는 시선이 오히려 문제해결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는 전문가 말처럼, 이혼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며 각자 돌아볼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격한 충돌을 예방해주는 ‘순기능’도 한다.

이혼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혼을 숙려하도록 만들어주는 순기능도 있다. 사진 ㅣMBN
[쓴소리]

# 이혼을 예능으로 푼다고?

남의 아픈 가정사를 예능으로 푼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일부 시각도. 장르의 태생적 한계를 짚는 전문가들 의견도 있음. ‘이혼’이란 소재를 왜 예능국에서 제작하는지 의문을 품은 시청자 의견도 있음. 전문가 조언과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사생활을 소비하는 데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 자녀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혼할 수도 있는 가정’이라는 사실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

# ‘일촉즉발’어디까지 보여주나?

수위 조절의 문제는 여전한 갑론을박. 험한 말이 오가는 이혼 갈등 상황을 어디까지 보여줄 것이냐는 딜레마. 사생활과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다 보니 악플도 우려됨. 특히 얼굴이 잘 알려진 셀럽 부부의 경우 보여지는 부분만으로 한쪽에 과한 비난이 몰리기도 함. 내막을 알게 되면 저런 행동을 하는 부분이 일견 이해되지만, 앞 회차를 보지 않고 중간부터 시청하면 ‘저 사람은 왜 저러지?’가 됨. ‘자극성’과 ‘피로도’ ‘중립성’에 대한 문제를 슬기롭게 넘어서는 것이 관건.

[흥행소리]

1월 파일럿 첫방 당시 평균 4.2%(유료방송가구 2부 기준) 시청률 기록. 분당 최고 시청률은 5.3%까지 치솟아 전무후무한 ‘가상 이혼 리얼리티’를 향한 시청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반영. 이혜정 고민환 부부 방송 영상은 유튜브상에서 400만뷰를 달성.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에서 1위(이혜정)와 8위(고민환)을 차지. 정규 편성으로 돌아온 후 첫방송 2.6%, 3회 평균 2.2% 시청률을 기록. 최고 시청률은 3% 육박.

이혜정 고민환 부부 방송 영상은 유튜브상에서 400만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사진 ㅣMBN
[시청자소리]

“불 난 집 불구경이 아닌, 내 일처럼 공감·이해·조언해주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원조 클래스” “예쁜 부부가 상황 때문에 어긋나는 현실이 짠 하고 아프다” “최준석 어효인 부부, 요즘 MZ 세대 부부 얘기 같아요” “다 까놓고 보면 이게 현실 부부의 삶” “다음 생애엔 빅마마 언니랑 결혼할래요” “다시 잘 살아볼 결심을 하게 되는 프로” “진짜 내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오픈해주는 부부들이 용기있고 대단” “주변에서 흔히 있는 에피소드와 갈등이라 공감 됨” “한 사람을 빌런으로 몰아가지 않아 좋아요” “MC와 패널들의 멘트와 공감, 진정성이 팍팍 느껴짐 ”

불호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난투극이면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 “‘동치미 때부터’ 100번은 넘게 들은 얘기, 지겨워요” “걍 혼자 살자, 비혼 간접 홍보하는 이혼 예능” “결혼지옥, 이혼천국” “이혼 당하고 싶다면, 이 프로 보면서 연구해” “그냥 다 쇼 같아요”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망한 이유를 알겠네”

“밥 먹었어?” 묻는 아내에게 남편은 “나도 숨 좀 돌리자”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다. 사진 ㅣMBN
[제 점수는요(★5개 만점, ☆는 반개)]

# 별점 ★★★★

전쟁 같은 인생 길에서 만난 ‘삶의 지침서’(진향희 기자)

# 별점 ★★★★

자극적이라고? 당신 집도 카메라로 찍어 TV로 보면 다르지 않을 걸(방송 관계자)

# 별점 ★★★★★

스타 부부도 다를 것 없다! 보면서 거울치료가 절로 되는 ‘성찰 예능’(홍보대행사 대표)

# 별점 ★★★★

이 프로 보고, ‘나 혼자 산다’로 힐링(문화부 기자)

#별점 ★★★

속 터질라…그만 볼 결심(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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