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속 장례식...바다거북은 다시 제주로 돌아올까요? [책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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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바닷속 풍경.
그림책 '바다거북이 장례식'은 바다거북이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조용히 따라간다.
제주도 해안은 한때 바다거북의 알을 품었다.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선 1999~2007년까지 네 차례 바다거북 알이 발견됐지만, 그후로는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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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바닷속 풍경. 산호와 해초, 물고기가 어우러진, 바다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그 모습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생경하다. 어두운 바닥엔 페트병과 기다란 호스가 나뒹굴고 비닐이 헤엄치는 물고기들 사이를 떠다닌다. 이곳을 바다거북 한 마리가 천천히 헤엄쳐간다. 코에 빨간 플라스틱 빨대를 꽂고서.
그림책 ‘바다거북이 장례식’은 바다거북이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조용히 따라간다. 쓰레기 사이를 헤엄쳐 도착한 제주도 해안에서 마지막 숨을 내려놓은 바다거북. 파도는 가만히 모래를 덮어주고 갈매기는 바다거북 코에 꽂힌 빨대, 목에 감긴 고무를 빼준다. 하지만 배 속엔 여전히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하고, 마지막으로 몸을 누인 모래 곳곳에도 쓰레기가 박혀 있다. 플라스틱이 부른 죽음, 플라스틱과 함께하는 장례식이다. 고영미 시인의 시와 김혜원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된 그림책은 조용히 무거운 경고를 보낸다.
제주도 해안은 한때 바다거북의 알을 품었다.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선 1999~2007년까지 네 차례 바다거북 알이 발견됐지만, 그후로는 자취를 감췄다. 생명을 잉태했던 해안은 무덤이 됐다. 몇년 전부터 제주 해안에서는 죽거나 다친 바다거북이 매년 30마리 이상 발견된다. 그러나 고 시인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한다.
"바닷속에서 일하는 해녀들은 가끔 바다거북을 만난다고 해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딘가에 알을 낳고 제주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며, 중문색달해수욕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요. (...) 바다거북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이면, 깨끗한 바다로 바다거북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어느새 들려오겠지요."('작가의 말' 중에서)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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