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하기 좋은 가을, 발목 다치기도 쉽다…치료·예방은 이렇게 [ESC]

한겨레 2024. 9. 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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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발목염좌
인대 끊기거나 늘어나면서 통증
늘어난 채 아물면 재발 잦아져
발목 근육과 유연성 강화로 예방

여느 해보다 심했던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아침과 저녁으로는 바깥 활동을 하기에 좋은 날씨가 됐다. 걷기 운동은 물론 여기에 가을 풍경도 즐기기 위해 산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걷기나 등산은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이다. 상대적으로 손쉽게 할 수 있어 누구에게나 권장된다. 하지만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부상 예방을 위해 유의해야 한다. 특히 발목의 인대가 손상되는 ‘발목염좌’는 걷기와 등산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흔한 부상이다.

‘라이스(RICE) 치료’로 초기 대응

발목염좌는 운동을 하거나 걷다가 발을 잘못 디뎌서 생기는 질환이다. 흔히 ‘발목을 접질렸다’고 말하는 바로 그 부상이다. 발목에 심한 통증으로 걸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목이 부으면서 해당 부위에 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발목염좌로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한해 평균 133만명이 병원을 찾았다. 월별로 보면 2023년 기준 5월에 환자 수가 약 18만9천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6월 순이다. 바깥 활동이 어려운 한여름에는 15만명대로 환자 수가 줄지만 9월부터 다시 늘어나 16만명을 넘고 10월에는 약 17만명 수준이다. 한겨울인 1월에는 약 12만명대로 환자 수가 줄어든다.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봄·가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셈이다. 나이대별로 보면 남녀 모두 10대 환자 수가 가장 많다. 많이 활동하기에 그만큼 부상도 자주 겪는 것이다. 이어 남녀 모두에서 20대가 두 번째로 환자 수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환자 수도 감소한다. 성별로는 남녀 비율이 거의 같은데 여성이 52%를 차지해 좀더 많다.

발목염좌의 전형적인 증상은 인대가 손상된 곳의 통증과 해당 부위가 붓는 것이다. 통증은 인대가 늘어나거나 끊어지면서 나타난다. 손상 부위를 누르거나 만지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통증 때문에 걷기는 물론 발을 딛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 인대가 끊어지는 경우 일부 환자들은 발목 부위에서 ‘딱’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인대가 손상되면서 주변 뼈의 골절이나 관절의 부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부상 초기에는 손상 부위가 많이 부어 이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통증 등 증상이 덜 하다고 해서 인대의 손상이 반드시 작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발목염좌를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인대가 늘어난 채 부상이 아물면서 만성이 될 수가 있다. 이때는 조금만 접질려도 염좌가 생기게 된다. 또 인대가 지탱하는 관절을 이루는 뼈의 연골이 망가지는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환자가 다친 경위와 호소하는 통증으로 발목염좌의 진단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방사선촬영검사(X-ray)는 필요하다. 방사선 검사에서 인대 손상은 나타나지 않지만 혹시 모를 뼈의 골절이나 인대가 지탱하고 있는 관절의 연골 부상 등이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함이다.

발목염좌는 인대의 손상 정도에 따라 1~3도로 구분한다. 3도는 인대 손상이 가장 심해 인대의 연결 상태가 완전히 끊어진 경우다. 2도는 부분 파열만 있고 1도는 인대를 구성하는 섬유의 파열 없이 섬유 주변 조직만 손상이 있는 경우다.

발목염좌가 생겼으면 흔히 ‘라이스(RICE) 치료’라 부르는 초기 치료가 필요하다. 이는 휴식(Rest), 냉찜질(Icing), 압박(Compression), 발목 높이기(Elev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모아 만든 것이다. 우선 손상을 입은 발목을 더 이상 움직이지 말고 얼음 등을 이용해 냉찜질을 한다. 냉찜질은 하루 3~4번 정도 하는데, 한 번에 20~30분이면 된다. 붓거나 통증이 있는 손상 부위는 붕대 등으로 적절히 압박하고, 초기 이틀 정도는 심장보다 발목을 더 높게 하면 통증이나 붓기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1도 염좌의 경우 이런 방법으로도 대부분 좋아진다.

스트레칭으로 인대 긴장 풀어주기

걸을 때 목발을 사용하면 발목 관절에 몸무게 부하가 가해지지 않으므로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 석고 고정이 필요할 수 있는데 통증과 붓기가 심할 때나 어린아이들처럼 발목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석고 고정은 주로 2도 이상의 염좌에서 주로 사용된다. 예전에는 4주 정도 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통증이 없어지면 일찍 제거한 뒤 재활치료를 하도록 권장된다. 하지만 발목의 심한 불안정성이 있으면 6주 이상 고정을 해야 할 수 있다.

이런 적절한 보존적 치료를 통해 3도에 해당하는 심한 염좌라도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발목 관절의 불안정성이 남을 수 있다. 이 역시 대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한 불안정성이 있는 경우에는 발목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발목염좌로 뼈가 골절되거나 연골에 손상을 입은 때에는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만성일 때도 증상의 빈도나 정도와 환자의 활동 등을 감안해 수술을 고려하는 등 치료 방침이 달라질 수 있다.

발목염좌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발목을 구성하는 근육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또 발목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발목 근육 강화는 앉아서 발가락 벌리기, 발끝으로 서 있기, 발목 돌려주기 등을 반복하면 된다. 이런 운동은 발목 관절의 유연성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등산과 같이 평소와 다른 걷기를 할 때는 발목 스트레칭 등 충분한 준비 운동으로 인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돌이나 나무뿌리 등 고르지 못하거나 미끄러운 곳을 걸을 때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밟고, 보폭을 작게 해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또 과도하게 많이 걸어 인대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상은 내려올 때 당할 가능성이 크다. 적절한 신발을 신는 것도 중요하다. 등산화는 발목을 감싸는 종류가 좋으며, 자주 발목을 접질리는 사람은 가을 및 겨울에는 발목을 지지해줄 수 있는 워커나 부츠를 신는 것도 권장된다.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로 재직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사를 썼고,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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