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교류 활발해진 한국·튀르키예…경제협력도 활기
세계는 지금 ㅣ 한국의 튀르키예 투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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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과 튀르키예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로의 문화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은 튀르키예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케이팝(K-pop)과 한국 드라마의 전세계적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히 튀르키예의 젊은 세대는 한국의 음악·패션·미용 트렌드를 따라 하며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튀르키예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 특히 음식에 큰 관심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안탈리아와 같은 튀르키예의 유명 도시를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자주 방송된다. 이는 튀르키예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적 유적지, 그리고 튀르키예 음식의 매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의 여행자들은 튀르키예의 다양한 관광 명소를 방문하며 문화와 전통을 직접 경험한다.
한국 관광객 폭풍 증가
이 같은 문화적 친밀감으로 튀르키예를 방문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크게 늘었다. 2023년에는 한국인 15만9039명이 튀르키예를 방문했다. 튀르키예인이 한국을 방문한 3만1748명보다 다섯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 통계는 튀르키예가 관광산업에서 얼마나 큰 경쟁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023년 국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로 이스탄불이 선정된 사실은 튀르키예 관광산업의 활력을 잘 보여준다.
양국 간에는 이 같은 인적·문화적 교류 이외에 경제협력도 활성화되고 있다. 튀르키예의 전략적 위치, 규모 있고 성장하는 내수 시장, 젊고 숙련된 노동력, 경쟁력 있는 제조업 부문은 한국 기업들에 사업하기 좋은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요충지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는 관세동맹으로 이어져 있어 EU 시장 진출에 매우 유리하다. 튀르키예의 2023년 지역별 상품수출 비중을 살펴보면 EU가 41%, 중동·북아프리카(MENA)가 23%를 차지해 수출에서도 지리적 이점이 잘 나타나 있다.
튀르키예는 인구 8540만 명의 대규모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80년에는 인구가 1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늘어나는 인구는 성장하는 소비자 기반과 내수 수요의 잠재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인구의 절반이 33.5살 이하인 역동적 인구를 자랑하며, 매년 9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한다. 젊고 교육받은 노동력은 튀르키예 산업 혁신과 경제 생산성의 기반이자 경제 성장의 저력이다.
튀르키예는 특히 자동차 및 가전제품 등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연간 15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으며, 포드, 도요타, 르노 등 세계적인 주요 자동차 기업의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튀르키예는 아르첼릭(Arçelik)과 베코(Beko)로 대표되는 백색 가전제품 산업의 리더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튀르키예의 경쟁력 있는 사업 여건을 활용해 현지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크게 보면 ①EU 및 기타 제3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생산기지를 설립해 운영하고 ②가전·항공·자동차와 같은 튀르키예의 제조업 부문에 부품·소재·장비를 공급하며 ③내수 시장에 더 나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튀르키예서 사업을 수행한다.
생산기지를 설립한 회사로는 자동차 기업 A사가 있다. A사는 코자엘리에 생산거점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소형차 모델 중심으로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24만 대 이상을 생산했다. 이는 승용차 생산 대수 기준으로 르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생산량이다. A사는 2020년 이후 꾸준히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며, 코자엘리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의 80% 이상을 유럽으로 수출한다. A사는 2002년부터 2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수출해 튀르키예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튀르키예 수출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기여는 자동차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산업인 제약 산업에서도 한국 기업은 튀르키예의 수출 확대에 기여한다. B사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한국 제약기업으로, 튀르키예에도 항암제 등을 공급한다. 이 회사는 원료 의약품을 한국에서 가져와 튀르키예 회사에 위탁생산(CMO)을 하고, 이렇게 생산한 제품을 헝가리 등 EU로 수출한다. 이는 튀르키예에서의 생산 원가가 유럽 지역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생산거점 운영
튀르키예의 제조업 부문에 부품·소재·장비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자동차 부품 기업이 있다. 튀르키예에는 코자엘리, 부르사, 사카리아, 앙카라 등 여러 지역에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OEM)이 진출하면서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이러한 클러스터에 생산거점을 운영하면서 튀르키예 자동차 산업에 부품과 소재를 공급한다.
예를 들어, C사는 2009년 설립된 자동차 강판 가공 센터로, 부르사에 위치한 르노에 주로 강판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르노의 튀르키예 생산거점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유럽 등으로 수출되는 데 기여한다. 튀르키예 투자청에 따르면 현지에서 생산된 르노 자동차의 75%가 수출된다고 한다.
튀르키예는 2023년부터 자국 전기자동차 브랜드인 토그(Togg)를 보유하게 됐다. 토그의 생산에도 튀르키예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D사는 코자엘리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토그 차체를 제작한다. D사는 포드에도 차체를 공급하는데, 튀르키예 투자청에 따르면 튀르키예 포드 법인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87%가 수출된다고 한다. 우리 부품기업들이 튀르키예에서 생산된 자동차 수출 확대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조업 부문에 부품·소재·장비를 공급하는 또 다른 한국 기업으로는 E사가 있다. 이 회사는 튀르키예에서 냉연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해 주요 현지 가전제품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내수 시장에 진출한 사례도 상당수가 있다. F사는 일상 제품에 사용하는 스판덱스 소재를 생산한다. G사는 품질이 우수한 치과 임플란트를 공급하며 H사는 애프터마켓 부문에 타이어를 공급한다.
대기업만 이러한 기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튀르키예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해 핵심 소재 부품을 공급하기도 하고, 아르첼릭 등 튀르키예 가전 회사에 주요 부품을 수출한다.
최근에는 방산과 같은 첨단 분야에서 기술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3월 코트라 이스탄불무역관이 진행한 ‘한-튀르키예 우주항공 온라인 GP 핀포인트 사업’에 참가한 현지 방산기업은 기체 경량화를 위한 첨단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기업 베메제(BMC)는 한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알타이 전차를 생산한다. 알타이 전차는 튀르키예가 국내 기업으로부터 획득한 K2전차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차에는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이미지 안정화 시스템을 통한 정밀 감지, 표적화 및 교전 기능 등 고급 디지털 기술이 다수 적용됐다고 한다. 2024년 6월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알타이 전차가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우리와 기술협력을 통해 생산한 전차인 만큼 전차용 현수장치, 자동변속기, 파워팩 등은 국내 기업이 공급했다. 튀르키예와의 기술협력이 수출로도 이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기업들의 현지 투자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의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진출이 튀르키예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튀르키예 수출 확장에도 일조하는 것이다.
제3국 공동 진출도 모색 중
튀르키예는 유럽을 서쪽으로, 러시아를 북쪽으로, 중앙아시아를 동쪽으로, 중동을 남쪽으로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 덕분에 한국이 제3국에 공동으로 진출할 좋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일부 우리 기업은 전쟁 종료 후 우크라이나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경우, 튀르키예 건설회사와 협력하는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잠재력을 우리 기업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과 미래 자동차와 같은 신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튀르키예의 산업 선진화 과정에서 양국 기업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 기회가 확대될 기회를 제공한다. 튀르키예에서 이미 에너지 저장시스템(ESS)과 이모빌리티(e-Mobility) 관련 배터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국 기업도 있다. 앞으로도 탄소중립, 전기차 산업, 국방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양국 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이 기대된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문화적·경제적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양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양국이 협력해 상호 발전하고 세계 무대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윤서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관장 jys0916@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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