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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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2013)에서 자본/소득 비율(β)과 연평균 자본수익률(r), 경제성장률(g) 사이의 간단한 수식을 기반으로 자본주의 기본 법칙을 도출한 뒤, 지난 300년에 걸친 부와 소득불평등의 역사적 추이를 방대한 자료를 동원해 추적했다.
"부의 분배의 역사는 언제나 매우 정치적인 것이었으며, 순전히 경제적인 메커니즘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 불평등의 역사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행위자들이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부당한지에 대해 형성한 표상들, 이 행위자들 사이의 역학관계, 그리고 이로부터 도출되는 집합적 선택들에 의존한다. 불평등의 역사는 관련되는 모든 행위자가 함께 만든 합작품이다. 부의 분배 동학은 수렴과 양극화가 번갈아 나타나도록 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을 가동시킨다는 것이고, 나아가 (통념과 달리)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힘이 지속적으로 승리하는 것을 막는 자연적이고 자생적인 과정은 없다는 것이다."(<21세기 자본>) 요컨대 수요-공급 같은 시장의 힘과 효율성 목표만이 지배·작동하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가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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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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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2013)에서 자본/소득 비율(β)과 연평균 자본수익률(r), 경제성장률(g) 사이의 간단한 수식을 기반으로 자본주의 기본 법칙을 도출한 뒤, 지난 300년에 걸친 부와 소득불평등의 역사적 추이를 방대한 자료를 동원해 추적했다. 그가 여기서 얻은 결론은 부와 소득의 불평등에 관한 어떤 경제적(!) 결정론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의 분배의 역사는 언제나 매우 정치적인 것이었으며, 순전히 경제적인 메커니즘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 불평등의 역사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행위자들이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부당한지에 대해 형성한 표상들, 이 행위자들 사이의 역학관계, 그리고 이로부터 도출되는 집합적 선택들에 의존한다. 불평등의 역사는 관련되는 모든 행위자가 함께 만든 합작품이다. 부의 분배 동학은 수렴과 양극화가 번갈아 나타나도록 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을 가동시킨다는 것이고, 나아가 (통념과 달리)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힘이 지속적으로 승리하는 것을 막는 자연적이고 자생적인 과정은 없다는 것이다.”(<21세기 자본>) 요컨대 수요-공급 같은 시장의 힘과 효율성 목표만이 지배·작동하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가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21세기 글로벌 경제는 개별 기업의 영업활동부터 부의 분배까지 여러 경제 과정들이 순수 경제논리보다는 점점 더 정치경제적 영역에 의존하며 부침하는 양상을 보인다. 비교우위를 따르는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자국 우선 보호무역이 활개치는 흐름이 대표적일 것이다. <자본과 이데올로기>(2019)를 포함한 일련의 저작에서 ‘정치경제학자’ 피케티가 주로 조준하는 불평등 과녁은 (임금소득보다는) 금융·부동산 자산과 그 상속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볼 때 시장경제학 교과서는 각자가 소유한 생산수단이나 노동이 가치 생산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분배받고(유명한 ‘코브-더글러스 생산함수’의 이념적 함의), 따라서 그 소유 재산에 대한 처분권도 온전히 각자에게 있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자수성가했거나 평생을 바친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얻은 자기 재산의 상당액을 국가가 상속세로 강제 징수하는 게 정당한가’라는, 발본적이고 도발적인 학술 논쟁도 있었다. 존 롤스 교수의 <정의론>(1971)을 정면 비판한 같은 하버드대학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로버트 노직은 <아나키, 국가, 유토피아>에서 국가 과세체제 자체를 철학적으로 논파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은 ‘더 많은, 더 효율적인 생산·소비’를 탐구할 뿐, 가치 판단이 개입되는 사회의 소득분배 상태는 경제과학의 탐구 주제가 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역사적 현실은 경제학 관념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각자 기여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아름다운 경제 원리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전혀 무관하지 않았다.
“코브–더글러스 생산함수(국민소득에서 자본-노동 사이의 완벽하게 안정적인 분배 몫과 자기조정적 시장 메커니즘의 존재를 증명)는 큰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도 자본–노동 소득분배율의 안정성이 평화롭고 조화로운 사회질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정성이 비록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결코 조화로움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 안정이 극단적이고도 옹호할 수 없는 불평등과 함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21세기 자본>)
사실 자산가의 막대한 재산에서 가장 위험한 건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치 상실인데, 초인플레 현상은 국가의 경제안정화관리 정책 덕분에 주요 선진경제에서는 이제 옛일이 됐다. 2024년 한국에서는 상속세가 자산가 집단에 가장 위험한 제도로 떠오른 모습이다.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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