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강화된 감시·처벌…북한 실태 영상 공개

KBS 2024. 9. 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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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시기, 북한은 국경 폐쇄로 외부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고 내부적으론 각종 법안을 채택해 주민 통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이러한 통제가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볼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 시기 실제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내부 영상들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영상을 통해 북한 당국의 단속과 처벌 수위는 물론 북한 주민들의 삶도 일부 엿볼 수 있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고개를 푹 숙인 여성들이 앞자리에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마이크 앞에 선 소녀는 울음을 터트리는데요.

소녀의 나이는 16살, 북한의 한 고급중학교 학생입니다.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괴뢰(한국) 텔레비전극(드라마)을 비롯한 불순 출판 선전물을 시청·유포시킨 여러 명의 학생들을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했습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10대 여학생을 공개적으로 수갑까지 채워 체포한 겁니다.

또 다른 영상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잘못을 직접 고백하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최OO/한국 드라마 시청·유포 혐의 : "불순 출판 선전물을 듣고 유포시키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영상에선 여성의 가족 신상도 공개됐습니다.

[최OO/한국 드라마 시청·유포 혐의 : "여기서 쓰는 문건들에 부모들의 이름을 올릴 때 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느꼈습니다."]

다른 재판에서도 가족의 신상을 밝히며 연좌제까지 적용하는 등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 실상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딸자식 하나 바로 교양하지 못해서 범죄의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지게 한 자신(모친)이 맡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 교양을 했으면 얼마나 잘했겠습니까?"]

KBS가 대북 소식통을 통해 단독 입수한 북한 내부 영상은 모두 10여 편.

2시간이 넘는 분량인데, 대부분 2021년 5월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부분 주민과 군인 교육용으로 코로나19 시기 북한 내부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에 북한을 떠난 탈북민도 영상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장미/2020년 탈북 : "남한 영상물에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다큐멘터리가 한번 만들어졌어요. 그때 다뤘던 사람들은 대게 성인들이었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지금 이 영상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16살부터 18살까지 어린 청소년들이거든요. 그런 친구들한테 수갑을 채운단 게 저로서는 너무 놀라운 일인 것 같아요."]

코로나19 시기 중국과의 교역 중단 이후 경제난이 심화하자, 북한 당국이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21년) 8차 당대회 때 나왔죠. 자력갱생 그다음에 자립경제, 사회주의 강화였습니다. 사회주의적 문명으로 재구축하기 위해서 지금 일련의 법 제도와 함께 단속 통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주민 통제를 위해 감시와 단속도 자연스럽게 강화됐는데요.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철저히 제압, 소멸하기 위한 투쟁을 공세적으로 실속 있게 벌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개적인 교양 사업이나 사상 선전 활동도 이뤄졌지만, 비공개 감시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수도 평양의 경우 사회 풍속 정비를 이유로 들며 몰래카메라 형식의 고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3대 혁명 전시관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 동무들을 보십시오.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 참 꼴불견입니다. 번갈아 가면서 가래침까지 내뱉고 있는데, 생활 습관이 너절하고 문화적 소양이 말할 수 없이 천박한 사람들입니다."]

영상은 금연법까지 언급하며 북한 주민들 행동이 비도덕적, 비문화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런데 비난이 조금 과하다 싶은 장면도 있습니다.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절반 내린 이 동무를 보십시오.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든 말든 제 기분에만 떠 있습니다."]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이 동무를 보십시오. 어느 모로 보나 비문화적이라고밖에는 달리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공원 한복판에 신발을 벗고 앉아 있는데 보기가 딱할 정돕니다."]

북한이 수도 평양을 다른 지역보다 각별히 신경 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감시와 통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이제는 하다 하다 신발을 벗는 행위에 대해서까지 뭐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런 영상을 보면서 아 정말 점점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구나. 자유를 전혀 주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어요."]

하지만 단속과 감시, 처벌 속에서도 북한이 말하는 비사회주의 물결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상교육 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군인들마저도 휴대전화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주고받고, 몰래 남한식 말투를 쓰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겁니다.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다고 자백하는 20대 북한군 병사.

[리OO/북한군 병사 : "나는 내가 이용하던 손전화기로 미국 영화 15편과 남조선 괴뢰 영화 17편에 127개, 괴뢰 노래 160여 곡을 시청하여…."]

군인들의 휴대전화 문자에는 '스케줄', '카운터'와 같은 영어식 표현과 '소개팅'과 같은 한국식 표현도 담겨 있습니다.

영상은 한국 문화 확산을 생사의 문제로 보고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북한군 교육 영상 : "모든 단위에서 지휘 성원들로부터 시작하여 군인, 종업원,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이 악성 종양과의 투쟁을 자기 생사 문제로 여기고..."]

그러나 이렇게 영상을 통해 교육을 한다고 해도 단속은 쉽지 않을 거란 평가입니다.

특히 건설 지원 등 바깥 활동이 많은 북한군의 특성상 외부 문화 확산이 손쉬울 거라는 분석입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들은 단순히 군인이라고 보기보다는 노동자성을 가진 군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건설부대나 이런 데로 파견 나갔을 때는 집단생활을 하지만 사회와 어울리게 되는, 이러면서 사회에서 보는 USB나 아니면 사회에서 노는 문화 이런 것들이 (군인) 청년층에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죠."]

또 기술 발전과 함께 증거 잡기도 쉽지 않을 거란 게 군인 출신 탈북민의 증언입니다.

[정하늘/탈북 군인/2012년 탈북 : "(외부 정보가)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그때쯤이면 기술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교육 영상은) 어찌 보면 협박입니다. 협박을 하는 거고 자백을 해라 용서해 주겠다. (군인들은) 자백을 잘 안 합니다. 북한은 누가 그걸 보는지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잖아요."]

이런 가운데 장기화된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금품을 얻기 위한 각종 범죄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성실하게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 밀려다니며 사기 협잡의 방법으로 개인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들도 나타나..."]

우리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살림집 허가증을 훔쳐 팔아 부당 이익을 챙긴 뒤 달아나거나, 은이나 마약을 불법 제조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돈벌이에 얼마나 맛 들이고, 돈에 대한 광증이 얼마나 집요했으면 그렇게도 분별없이 놀아댔겠습니까?"]

전문가들은 각종 불법행위가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북한 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계획경제를 복원하는 작업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나타난 겁니다. 그런데 계획경제를 복원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먹고사는 문제를 국가가 책임져 줘야 하는데 북한의 경제난으로 배급제가 공식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거죠. 자체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불법을 안 하고는 살 수 없는 그런 체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주민들은 자신들의 경제활동이 침해받는 것에 대해 항의하기도 합니다.

각종 건재품을 판매하는 이곳은 허가받지 않은 채 물건을 판 데다 불법 증축까지 해 단속을 피할 수 없었는데요.

주인은 오히려 자신이 무슨 큰 죄를 지었냐고 반발합니다.

[김OO/판매점 관리자 : "내가 무슨 역적질을 했습니까? 그렇게 엄중하게 말하지 마십시오. 잘하게끔 교양 개조하라는 것이 요구이지…."]

사리원의 한 철근 판매소는 철근 구매의 출처를 의심받았습니다.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등 전국 각지에 지원할 철근도 부족한데 어떻게 물량을 확보했냐는 겁니다.

[북한 주민 교육 영상 : "건설 전투장들마다에 보내줄 철근 한 미터(1m) 한 미터가 귀중한 때에 철근 장사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속반이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자 판매소 관계자가 막아섭니다.

[신OO/철강 판매소 관계자 : "그 사람들(구매자)이야 자기네 살 권리가 있으니까 들어오는 것이지, 검열 성원이라고 해서 막 들어오게 돼 있습니까? 그러면?"]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이 당국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할 순 없지만, 자신의 삶과 직결된 하급 관료들에게는 소극적인 저항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주민들도 국가에서 주지 않는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인 걸 자체로 해결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생존 문제에 대해서 하급 관료들에게 저항하는 양상이 지금 증대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3년 넘게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 내부 상황.

철저한 감시와 통제, 처벌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외부 세계를 향한 관심은 지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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