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플러드·일곱채의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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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아 옮김.
1956년 영국 북부의 퇴락한 방직공장 마을 페더호튼은 폐쇄적인 공동체다.
이 시기 마을에 주교가 파견한 보좌신부 플러드가 부임하자 변화가 일어난다.
소설은 세계적인 영국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두차례 받은 힐러리 맨틀(1952~2022)의 1989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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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플러드 = 힐러리 맨틀 지음. 이경아 옮김.
1956년 영국 북부의 퇴락한 방직공장 마을 페더호튼은 폐쇄적인 공동체다. 이곳에는 무신론자임을 숨긴 교구 신부와 폭군처럼 군림하는 수녀원장,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주교가 이 마을의 전근대적 교회를 20세기에 걸맞게 개혁할 것을 주문하자 주민을 신앙의 길로 이끌어야 하는 앵윈 신부는 고뇌에 빠진다.
이 시기 마을에 주교가 파견한 보좌신부 플러드가 부임하자 변화가 일어난다.
교구의 신앙심이 전반적으로 깊어지고 신비롭게도 플러드를 만난 이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는다.
성호를 긋는 것이 그저 습관이 된 앵윈 신부는 "신앙을 잃었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하자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수녀원 삶에 고통받던 젊은 수녀 필로메나는 "익숙한 세계를 도끼로 내리쳐야 한다"는 플러드의 말에 세속으로 도망쳐 자기 이름을 되찾는다.
소설은 세계적인 영국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두차례 받은 힐러리 맨틀(1952~2022)의 1989년 작품이다.
본질을 호도하는 위선적인 종교를 풍자한 소설에서 작가는 믿음과 사랑을 회복해 변화와 구원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의 운명도 바뀔 수 있어요. 당신의 의지가 자유니까."
서늘하고 신랄한 유머와 우스꽝스러운 등장인물, 경쾌한 문체 덕에 속도감 있게 읽힌다.
민음사. 280쪽.
▲ 일곱채의 빈집 =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딸과 엄마는 매일 여러 호화주택을 구경하러 다닌다. 남의 집인데도 정원의 꽃과 화분을 치워버리거나, 가구와 물건의 위치를 바꾼다. 무단 침입이니 주인이 나오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차가 진흙탕에 빠져 정원에서 집주인과 마주친다. 위기를 모면하고 도망쳐 나오지만 집주인은 모녀의 집까지 좇아온다. "당신 어머니가 설탕 그릇을 가져갔다"면서. 모녀는 왜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걸까.
수록된 7편은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집 안에 갇혀 기억을 잃어버리기도('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숨소리') 하고, 집을 잃고 떠돌기도('40제곱센티미터의 공간') 한다. 일반적으로 집은 안식처지만, 벗어나야 할 억압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낯설고 일그러진 삶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기묘한 행동,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반전이 긴장감을 불러온다. 그 이면에 깃든 인간의 상실, 결핍, 욕망은 기이한 이야기를 지금의 현실로 끌어온다.
사만타 슈웨블린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2022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창비. 208쪽.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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