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빵!' 도로 위서 만난 두 남성이 '악연' 된 순간[사건의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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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인연은 순식간에 악연으로 얽혔다.
오토바이 운전자 유 모 씨(66·남)와 고령의 택시 운전기사 김 모 씨(71·남)의 얘기다.
얼굴을 맞은 김 씨는 신호가 초록 불로 바뀌자마자 유 씨의 오토바이를 쫓아갔다.
유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폭행) 혐의로, 김 씨는 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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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벌금 100만원, 징역 6개월 집행유예…법원 "정당행위 인정 안돼"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빵 빵!'
도로 위의 인연은 순식간에 악연으로 얽혔다. 오토바이 운전자 유 모 씨(66·남)와 고령의 택시 운전기사 김 모 씨(71·남)의 얘기다.
두 남자의 악연이 시작된 건 지난 1월 12일 밤 10시쯤. 이날 유 씨는 서울 영등포구 일대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가던 중이었다. 오토바이 뒷좌석에는 12살 연하의 여성 장 모 씨(54)가 타고 있었다.
이때 옆 차로에서 김 씨가 몰던 택시가 유 씨 앞으로 끼어들었다. 난데없는 차선 변경에 화가 난 유 씨는 택시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 그러나 몇 번의 경적만으로 분이 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마침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내내 씩씩대던 유 씨에게는 기회였다. 둘은 각각 오토바이와 택시를 멈춰 세우고 서로를 마주했다. "너 이리 와봐."
김 씨가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이후 말싸움을 주고받던 중 김 씨 앞으로 주먹이 날아왔다. 유 씨가 택시에 타고 있던 김 씨를 폭행한 것이다.
얼굴을 맞은 김 씨는 신호가 초록 불로 바뀌자마자 유 씨의 오토바이를 쫓아갔다. 한밤중 오토바이와 택시의 추격전이 벌어졌고, 결국 오토바이를 추월하려던 김 씨는 자신의 택시로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가 왼쪽으로 고꾸라지면서 유 씨와 동승자 장 씨는 전치 2주의 타박상 등을 입었고, 오토바이는 76만 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망가졌다.
유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폭행) 혐의로, 김 씨는 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로 재판에 넘겨졌다. 둘은 폭력범죄와 교통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의 심판은 어땠을까.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한옥형 판사는 최근 유 씨에게 벌금 100만 원, 김 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유 씨에게는 40시간의 폭력 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김 씨는 법정에서 "오토바이를 충격할 의도가 없었다"며 설령 고의라 하더라도 자신을 폭행하고 도망가는 유 씨를 잡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판사는 "오토바이를 뒤쫓으며 차량 번호를 확인하거나, 도로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방법 등으로도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시 김 씨가 근접 거리에서 무리하게 차선 변경을 하며 오토바이를 밀어붙인 사실이 인정된다"며 "동승자를 태우고 운행 중이던 오토바이를 차량으로 추월해 밀어붙인 행위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판사는 "유 씨가 김 씨를 먼저 폭행해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고, 김 씨가 72세의 고령인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특수상해의 경우 아예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가능한 범죄"라며 "오토바이 운전자가 먼저 얼굴을 때려서 범행을 유발하지 않았더라면 실형까지도 나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짚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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