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꿈 '한국판 스팀'…넘어야할 산들은?
스팀보다 못미치는 등 해외 플랫폼들은 저마다 킬러콘텐츠 탑재해 경쟁 가능
리니지 원툴 엔씨소프트가 단기간에 이들 따라잡긴 힘들어
2조원 넘는 유동자산 바탕으로 적극적 M&A할 필요성 대두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전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인 스팀과 같은 종합 PC게임 플랫폼이다. 엔씨의 게임 뿐만 아니라 타사 게임까지 퍼플을 통해 유통하고, 게임사가 필요로 하는 편의를 제공하고, 여기서 수익을 얻는 모델이다. 하지만 이 꿈을 이루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가득이다.
스팀에 맞서 이들이 살아남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리진의 경우 '피파'와 '배틀필드'라는 킬러 콘텐츠를 갖고 고정적인 유저들을 확보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타사 게임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유비소프트 역시 어쌔신 크리드라는 대표 선수가 있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경우는 입점 게임들에게 확실한 '당근'을 제공한다. 유니티와 더불어 양대 3D 그래픽 솔루션인 '언리얼엔진'이 에픽게임즈의 제품인데,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게임을 올리면 통상 매출의 5% 가량에 해당하는 언리얼엔진 로열티를 면제해 준다.
엔씨에서는 다음달 1일 출시가 예정된 TL 글로벌 버전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 이후엔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퍼블리셔인 아마존게임즈가 전 세계 시장 상황에 맞춰 수많은 피드백을 반영했고, 베타테스트 기간에 긍정적인 유저 평가들이 이어졌다. TL의 성공은 엔씨 퍼플이 게임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한두 작품의 성공만으로는 퍼플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진정한 '플랫폼'이 되려면 현재 MMORPG 일변도로 구성된 엔씨소프트의 IP 라인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스팀'보다는 '한국판 배틀넷'으로의 진화가 더 바람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배틀넷은 대부분 자사 IP만을 서비스 한다. 그 종류도 많지 않지만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디아블로' '콜오브듀티'(액티비전 제작 게임) 등 굵직한 라인업 위주로 구성 됐다. 장르도 RTS(실시간전략), FPS(1인칭슈팅), MMORPG, RPG 등으로 다양하다.
단기간에 '리니지 원툴' 엔씨소프트가 이 같은 라인업을 자력으로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 이에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M&A(인수합병)의 방향을 '퍼플 플랫폼' 전략에 맞춰 수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2550억원, 단기 금융상품 9355억원을 비롯해 총 2조원이 넘는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자금력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신속하게 외부 IP를 영입해 퍼플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할 수 있다면, 위기에 빠진 엔씨의 재무구조 개선과 실적 반등도 가능할 전망이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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