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에 흐르는 시와 전통 가곡의 향연…'이기쁨 가곡 한바탕 시(詩)멍’

윤수정 기자 2024. 9.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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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가객 이기쁨, 9월 8일 북촌 한옥서 ‘시멍’ 공연
‘우조 이수대엽’~’계면조 태평가’, 여창 가곡 15곡 전곡 무대
이기쁨 가곡이수자.

국가무형유산인 전통 가곡을 북촌의 아름다운 한옥, 시의 아름다운 어감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여창가객 이기쁨(국가무형유산 가곡 이수자)은 오는 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북촌로 한옥 ‘양유당’에서 ‘이기쁨 가곡 한바탕 프로젝트: 시멍 (SPACE|OUT)’을 연다. ‘시멍’이란 ‘시(詩)’와 ‘멍’을 합친 말. 최근 불을 보며 명상을 즐기는 ‘불멍’, 물을 보며 심상을 돌아보는 ‘물멍’ 등 다양한 ‘멍 때리기’ 유행 콘텐츠가 이어진 데서 착안한 것이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시와 노래를 통해 잠시 삶을 돌아볼 멈춤의 시간을 갖고, ‘멍’의 가치를 재발견해보자는 취지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가장 먼저 ‘ㄷ(디귿자)’로 펼쳐진 북촌 한옥의 아름다운 대청을 마주한다. 이곳에 둘러앉는 순간 마당에서는 몸과 마음에 쉼을 주는 우리 전통 가곡 한바탕이 약 2시간 동안 펼쳐진다. ‘우조 이수대엽’부터 ‘계면조 태평가’까지,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여창 가곡 15곡 전곡을 한데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공연자들은 마이크를 전혀 쓰지 않는다. 한옥 공간 특유의 울림이 ‘자연 음향’으로 기능하면서 우리 가곡의 소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한옥에서 수백 년 전 시를 짓고, 함께 노래를 감상하던 전통 가곡 시대의 마음으로 잠시나마 돌아가보자는 것이 이 공연의 최대 목표다. 자연을 재료 삼아 빚은 악기의 소리, 시냇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인간의 육성, 닫힌 공간과 열린 공간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아낸 특유의 긴장감이 이번 ‘시멍’ 연주의 핵심 요소들이다.

이번 공연에선 가야금, 피리, 장구의 단출한 구성으로만 연주 악기를 구성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악기 연주자들이 단순히 노래 반주로만 머물지 않고 가창자와 함께 공연을 이끄는 한 축이자 앙상블로 기능한다.

공연의 영어 제목인 ‘SPACE|OUT’은 일반적 공연장이라는 획일화된 장소성(space)에서 벗어나(out) 시를 통해 새로운 상태로 나아간다(space out·멍해 있다)는 뜻. 이기쁨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분리된 공연장이 아니라 지인의 집에 방문해 즐기듯 가장 편안한 관람 형태로 감상하시길 바란다”면서 “누구에게는 깊은 사유의 시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체험의 시간이, 모두에게 진정한 ‘시멍’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기쁨은 국가무형유산 가곡 이수자다. 해녀 헌정 음반 ‘해녀, 이름을 잇다’에 ‘숨비소리’의 작사가와 가창자로 참여했다. 전통음악을 전공했지만 그간 장르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음악 작업을 펼쳐왔다.

이번 공연은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에서 후원한다. 티켓은 전석 2만원. 예매는 02-730-2502, 혹은 https://forms.gle/XhnkpPyRYHFfcr7t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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