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무대 밖 ‘K팝 아티스트들의 세계’로[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K팝이 전 세계를 호령하게 된 이후, 산업을 이끄는 아티스트와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안에 담으려는 시도가 계속됐습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K팝을 조명한 첫 사례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2020) 이후 K팝 산업을 다양한 각도로 비춘 다큐멘터리가 꾸준히 만들어졌죠. 지난해에는 티빙의 8부작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아티스트와 팬덤, 미디어의 관점에서 K팝을 분석해 호평받았습니다.
이번주 오마주를 통해 소개할 애플티비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웰컴 투 케이팝: 아이돌 이야기>는 서구 미디어의 시선에서 ‘날 것 그대로’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지난달 30일 공개됐습니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시리즈는 크게 세 팀의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가수 제시와 보이그룹 크래비티, 걸그룹 블랙스완입니다.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세 아티스트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제시는 20년 가까이 활동한 베테랑이지만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가수 싸이가 이끄는 소속사를 떠나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죠. 소속사 없이 공연을 위해 프랑스 파리로 향한 제시는 숙소 문제로 한밤중 파리 길거리에서 눈물을 쏟아냅니다. 2020년 데뷔한 9인조 그룹 크래비티는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 몬스타엑스처럼 성공하길 원하지만 비교를 당합니다. ‘한국인 없는 최초의 K팝 그룹’으로 알려진 블랙스완은 조금 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멤버 파투, 레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노출된 데 이어 레아와 소속사 간 대립도 이어집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살인적인 스케줄과 혹독한 훈련에 힘들어하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익히 알려진 그대로죠. 하지만 <웰컴 투 케이팝>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산업의 명암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제시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직전 소속사 피네이션을 떠난 배경에 싸이와의 갈등이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한국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는 외모, 성격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도 토해내죠. 크래비티의 한 멤버는 자신들의 음악 방향에 멤버보다 소속사 의견이 주로 반영된다고 말합니다. 멤버들의 음악 작업 참여를 통해 ‘아티스트’임을 강조하는 요즘 산업 내 흐름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고백입니다. 블랙스완의 갈등은 한층 더 노골적으로 표출됩니다. 파투와 레아는 카메라 앞에서 서로에 대한 악감정을 망설임 없이 표현합니다. 소속사의 정책이나 결정을 비판하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선 아이돌에게 가해지는 각종 압력,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 관계 등 K팝 산업이 지닌 여러 모순과 과제가 드러납니다. 산업의 ‘예쁜 모습’만 다룬 많은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되는 지점도 이 부분입니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을 수상한 제작진이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애플티비플러스 다큐멘터리 <빌리 아이리시: 조금 흐릿한 세상>을 제작한 제이 피터슨과 토드 루빈입니다. <블링블링 엠파이어> 등 넷플릭스의 리얼리티쇼 제작에 참여한 이들이 이름도 함께 올라와 있는데, 때때로 미국 리얼리티쇼처럼 어딘가 짜여진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이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날 것’ 지수 ★★★★ 이렇게까지 솔직하다고?
물개박수 지수 ★★★★ 팬이 아니어도 응원하게 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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