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벤츠 샀는데, 1년 뒤 ‘반값’ 폭락…‘헐값 예방’ 신차 구입 비결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9. 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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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4~5년이면 신차값 절반
수입차 3~4년이면 반값에 도달
3년 뒤 가치, 신차 구입 때 결정
인기도·색상·옵션·연료 따져봐야
벤츠 전기차 화재로 해당 차종 소유자들은 중고차 가치가 폭락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사진출처=매경DB, 연합뉴스]
정준호 씨(가명)는 지난해 말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사러 수입차 매장에 들렀다가 1억원짜리 벤츠 EQE를 구입했습니다. 원래는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를 놓고 고민했다가 첨단 기능에 반했고 무엇보다 1500만원 할인해준다는 말에 끌렸답니다. ‘벤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작용했죠. 정 씨는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벤츠 EQE 화재로 불안감이 커지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할 때마다 눈치를 본다는 것도 있지만 그 보다는 중고차 가치가 폭락해서죠. 10년 가까이 모아둔 돈을 모두 차 구입에 사용하고 비싼 이자까지 부담하며 끌고 있는데 2023년식 벤츠 EQE의 중고차 시세가 반값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뉴스에 분노가 폭발했다고 합니다. 1년에 1000만원 모으기도 힘든데 되려 5000만원 가까이 손해봤다고 생각되자 차를 쳐다보기도 싫어졌답니다.

새 차를 사면 폐차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중고차로 팔게 됩니다. 이때 비슷한 값에 다른 차종을 구입한 사람보다 더 싼값에 처분한다면 배가 아픈 것을 넘어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고차 가격은 인기도, 차종, 상태, 색상, 사양, 지역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출고된 지 4~5년이 되면 신차 값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중고차 수요가 적은 수입차는 3년 만에 반값이 되기도 하죠.

벤츠 EQE처럼 1년 만에 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은 이례적이지만 몇 년에 한번씩은 발생하기도 합니다. 독일차와 미국차는 주로 안전, 일본차는 정치·외교 문제로 가치가 폭락하기도 하죠.

중고차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엔카]
폐차할 때까지 타고 다닐 계획이라면 중고차 가치 폭락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3~5년 뒤 중고차로 팔 생각이라면 다르죠. 앉아서 손해를 본 기분이 들고 분통을 넘어 분노가 폭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으로 차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중고차로 팔 때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3~5년 뒤가 아니라 신차를 살 때 70~80% 정도 결정된다고 알려졌습니다.

나머지 20~30%는 후속 모델이나 경쟁 차종 출시, 계절, 공급과 수요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중고차 전문가들은 신차를 살 때 중고차 감가율, 인기도, 장착 사양(옵션)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중고차로 팔 때 분통이 터지지 않는다고 조언합니다.

감가율을 알면 가치가 보인다
벤츠 인증 중고차 가치를 평가하는장면 [사진출처=벤츠]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현재 판매되고 있는 해당 차종의 중고차 가치를 알아봐야 합니다.

중고차 가치는 새 차를 산 뒤 가격이 내려가는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감가율로 알 수 있습니다.

감가율은 ‘신차값-중고차 시세/신차값×100’으로 산출합니다. 잔존가치는 ‘100-감가율’입니다.

감가율·잔존가치 50%는 신차 값과 비교할 때 반값이 됐다는 뜻입니다. 감가율이 높은 차를 사면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좀 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산차 평균 감가율은 출고된 지 1년이 지나면 감가율이 10%대, 3년이 경과하면 30%대, 5년이 되면 50%대 수준입니다. 인기 차종은 감가율이 더 낮아집니다.

포르쉐 인증 중고차 점검 장면 [사진출처=포르쉐]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치가 더 많이 더 빨리 떨어집니다. 차 가격이 1억원 이상이면 가치 하락폭도 덩달아 커집니다.

수요가 적고, 애프터서비스도 상대적으로 불편하고 수리·점검비도 국산차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죠.

수입차 평균 감가율은 출고 1년 전후로 20~30%, 3년 전후로 40~50%, 5년 전후로 60% 수준입니다.

새 차를 살 때 감가율이 낮은 차를 구입하면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후속 모델 출시 시기와 단종 시점을 대략적이나마 파악한 뒤 매각 시점을 결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차가 단종되거나 후속 모델이 나오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후속 모델 출시 때까지 6개월 이상 남았다면 가치 하락은 적은 편입니다.

중고차 시세는 엔카닷컴, 케이카(K car) 등 중고차 기업의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가율 산정 귀찮다면 ‘인기도’ 주목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높은 쏘렌토와 그랜저 [사진출처=기아, 현대차]
어떤 차를 사야 할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거나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기도 싫을 때는 인기 차종을 고르면 됩니다.

대부분 신차 인기는 중고차 인기로 이어집니다. 인기차는 중고차로 되팔 때도 좀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가격을 많이 할인해 일시적으로 인기가 높아진 차종은 나중에 중고차 가치가 크게 요동칠 수 있습니다.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끝나면 인기가 사라질 수 있는데다 할인받은 금액이 중고차 시세에 반영되면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경차와 SUV는 중고차 사치 산정 때 색상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사진은 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차종뿐 아니라 색상을 선택할 때도 ‘인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색상은 중고차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신차 시장과 달리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중고차 시장에서는 튀지 않고 무난한 색상으로 칠해진 중고차가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인기 색상은 대부분 무난한 무채색입니다. 흰색·회색·은색 계열입니다. 준대형 이상 세단에서는 검은색 계열도 인기 색상에 해당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색상으로 칠해진 차를 중고차 딜러들은 문제가 있는 차라는 뜻으로 ‘하자’라 부릅니다. 하자 색상으로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차종은 중형 이상 세단입니다.

하자 색상으로 칠해진 차량은 판매가 어려워 딜러들이 구입을 꺼리거나 가격을 낮춰 매입합니다. 비수기에는 장기 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이 더 많이 감가되기도 하죠.

볼보 인증 중고차 매장 [사진출처=볼보]
소형·준중형 세단에서는 검정이 하자 색상이 됩니다. 다만, 가격 하락폭은 중형 이상 세단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세단과 달리 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경우 색상이 가격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편입니다. 애프터마켓에서 따로 도색하지 않았다면 감가가 크지 않습니다.

옵션(사양)도 중고차 가치에 일부 영향을 줍니다. 예전에는 ‘알뜰’을 추구하는 중고차 소비자들이 많아 기본 사양만 적용한 엔트리 모델이 잘 팔렸습니다.

요즘에는 중고차를 사더라도 ‘이왕이면 다홍치마’ 분위기가 형성돼 엔트리 모델보다는 편의·안전 사양을 많이 적용한 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수요 증가는 당연히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겠죠.

신차 시장은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르노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마지막으로 ‘사용 연료’도 살펴보겠습니다. 디젤 모델은 수요가 줄어 가치가 꾸준히 하락하는 편입니다.

요즘 시세 상승세는 하이브리드카(HEV)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같은 차종이라도 가솔린 모델보다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치가 높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충전 문제에다 공포증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전기차 대신 친환경 대체 차종인 하이브리드 카 인기가 더 높아졌습니다.

기아 쏘렌토 HEV, 현대차 그랜저 HEV, 혼다 어코드 HEV, 토요타 캠리 HEV, 렉서스 ES 등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모델 [사진출처=연합뉴스, 매경DB]
전기차의 경우 가치 판단이 어렵습니다. 현재는 ‘시세 혼란기’이기 때문인데요.

‘전기차 공포증’을 확산시킨 벤츠 EQE는 물론 테슬라와 현대차·기아 등이 내놓은 다른 차종들의 가치도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현 상황에서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처럼 시세 하락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계속 이어질 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앞으로 더 안전하고 더 오래가는 배터리를 장착하고 가격도 저렴해진 전기차가 나오면 기존 전기차의 시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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