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다들 하자는데…'동상이몽'에 '산 넘어 산'

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2024. 9. 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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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료대란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통령실 화답…논의 물꼬
'민생 최우선' 명분 같지만…野, 정부 책임 강조하며 주도권 싸움
부담 분산·존재감 부각 '동상이몽' 정부·여당…2025년도 정원 재검토?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6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과 국가고시를 위한 서적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 의료 체계 붕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이 의료 공백 상황 해소를 위해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야당이 먼저 제안하고 여당이 받아 대통령실까지 화답한 상황이지만 각자 속내가 달라 의료계까지 포함해 원활히 협의가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與 '의료대란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통령실 화답…논의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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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6일 현안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문제로 장기간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의료 공급 체계에 대한 불안이 크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한 대표는 전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비공개 회동해 사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이라고 화답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찬성하는 모습이다. 이미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도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자"며 여·야·의·정 비상 협의체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앞선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표와 한 대표가 "추석 연휴 응급 의료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자"고 합의해 여야가 의료대란 관련 협치의 기류를 만들어 왔다.

이번 의료대란 발발 후 여야와 대통령실이 처음으로 한 목소리를 낸 만큼 협의체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여야정이 의지가 있는 만큼 의료계의 반응만 잘 이끌어낸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생 최우선' 명분 같지만…野, 정부 책임 강조하며 주도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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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야 모두 이번 의료대란을 해결하는 것이 민생 최우선 과제라는 명분으로 협의체 구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 이외에 사태의 근본 원인이나 해결 방식에 대한 시각차가 있어 협의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민주당은 여당의 협의체 제안에 곧장 "신속히 가동하자"고 답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제안의 진정성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대란, 의료붕괴 현실 자체를 부인하던 여당의 입장 변화에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수세에 몰린 정부와 여당의 이슈 물타기, 시간 끌기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김건희 여사가 지난 총선에서 여당의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건희 특검법'에 해당 내용을 추가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쥐었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도 기자회견을 열고 "협의체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의료대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 등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사과와 정부 관계자 문책이 협의체 참여의 전제 조건은 아니라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민주당은 현 상황을 해결하는 것과 별개로 정부의 의료개혁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재집권을 준비하는 만큼 의료대란은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고 대안 야당의 문제 해결력을 보여줄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직접 준비한 의료대란 관련 영상을 재생하며 "모든 국민이 알고 삶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처참한 상황을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차관과 참모들만 모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여당도 동상이몽… 의료계 참여여부 주목 속 2025년도 의대 정원 문제부터 재검토?


정부의 경우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문제를 촉발한 주체이지만 먼저 수정안을 마련하지 않고 일단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식의 태도로 나오고 있다. 최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통령 지지율의 원인으로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꼽히는 가운데 여러 주체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통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대표로서는 협의체가 대통령실과 발을 맞추며 당정 갈등 논란을 극복하는 동시에 별도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기회다. 국회에서 야당의 특검법과 국정조사 추진 등 대여 공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협의체 운영의 주도권을 쥔다면 여당 대표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야의 서로 다른 셈법 속에 관건은 의료계의 참여다.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의료계가 논의 테이블에 함께 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의료계가 전공의, 개원의, 의과대학 교수 등 여러 단체로 쪼개져 있어 이들의 참여를 원활히 끌어내고 이견을 조율하는 데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장 2025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두고 정부는 2천명 증원으로 배정이 끝나 이를 고수한다는 방침이지만 대한의사협회는 2025년도 정원 문제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야당은 논의를 위해 2025년도 정원 문제도 배제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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