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추족·여가족' 잡겠다"…유통가 新명절 풍속도
편의점업계는 '혼추족' 공략…달라진 트렌드 반영
대형마트는 가성비 흐름 뚜렷…5만원 미만 세트 매출 증가
홀로 명절을 보내거나 연휴 기간 차례 대신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웃렛 매장은 개점 이래 처음으로 추석 당일 영업을 하기로 했고, 편의점은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락을 잇달아 내놓는다.
개점 이래 첫 명절 영업…"달라진 트렌드 반영"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35살 박민수(가명)씨는 지난 명절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명절 당일 집 근처에 문을 연 음식점이 한 군데도 없어 애를 먹었던 것. 박씨는 "최근 들어 명절 때 지방에 내려가는 대신 서울이나 근교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명절 당일 어느 식당을 가도 '휴업'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어 난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절 당일 먹거리, 즐길거리, 볼거리를 한 번에 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추석부터는 박씨와 같은 고민을 조금 덜 수 있게 됐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롯데의 아웃렛 매장은 추석 당일인 오는 17일 영업을 한다. 이들이 명절 당일에 문을 연 것은 각각 2007년, 2008년 첫 점포를 개점한 이래 처음이다.
신세계 여주·파주·시흥·부산·제주 프리미엄아울렛은 추석 명절 당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롯데도 의왕, 동부산, 기흥, 김해, 이천, 파주 등 6개 프리미엄아울렛과 부여·이시아폴리스점이 같은 시간대에 영업한다.
추석 연휴 기간 귀향하지 않거나, 차례를 지내는 대신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절 당일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도심이나 교외 지역으로 나들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의 '먹고 쉬고 싶어 하는' 욕구를 아웃렛에서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대 역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추석 당일 영업을 적극 검토했지만, 협력 사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자 예년처럼 쉬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도 "최근 트렌드를 감안해 아웃렛 영업 여부를 검토했으나 협력 사원들에게 명절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홀로 쓸쓸하지 않게"…편의점업계는 '혼추족' 공략
백화점·아웃렛업계가 '여가족' 잡기에 나섰다면, 편의점업계는 홀로 명절을 보내는 '혼추족'을 위한 도시락을 잇달아 내놓는 등 1인 가구 공략에 나섰다.
GS25는 오는 10일 명절 간편 도시락 '추석 소불고기 전골 도시락'을 출시한다. 도시락에는 흑미밥과 오미산적, 동그랑땡, 해물 부추전, 생취나물, 무나물, 명태회무침, 볶음김치 등 각종 명절 대표 음식을 담았다. 내용물도 일반 도시락 상품 대비 약 16% 늘렸다.
박종서 GS리테일 도시락 MD(상품기획자)는 "홀로 명절을 보내는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집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내며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명절 도시락을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CU도 떡갈비를 중심으로 다양한 명절 음식들을 담은 '명절 한가위 도시락'을 10일 출시한다. 밥 위에 올라간 떡갈비와 잡채, 전 5종, 고사리나물, 시금치나물, 도라지무침 등을 담았다.
노수민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MD는 "고객들이 편의점에서 간편하고 부담 없이 명절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가성비 높은 제품들과 특별한 프로모션까지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마트24는 한가위 정찬도시락을 오는 10일, 떡갈비 도시락을 오는 12일에 각각 출시한다.
유영민 이마트24 도시락 MD는 "햅쌀을 적용해 밥맛까지 신경 쓴 도시락"이라며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고객들이 집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내며 푸짐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도 고기, 전, 나물을 균형 있게 담은 '맛장우도시락 명절 하이라이트'를 출시한다.
김하영 세븐일레븐 푸드팀 MD는 "명절 도시락 이외에도 술안주 등 다양한 명절 간편식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5만원 미만 '가성비' 세트 매출 증가
대형마트에서는 얇아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과 기업 고객들의 불경기 등의 영향으로 5만원 미만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달 2~29일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증가했다. 예약판매 전체 매출 증가율(2.6%)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10만원 이상 선물세트 매출은 6%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과일이 대부분인 농산 선물세트는 5만원 미만 상품의 매출이 47%나 증가해 전체 농산 세트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전통적인 명절 선물세트인 가공식품도 가성비가 선택 기준이 됐다. 5만원 미만 세트 매출은 3.6% 증가한 반면, 5만~10만원 미만 세트는 6% 감소했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의 전체 매출 1위도 3만원대 식용유·조미료 세트가 차지했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1~28일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이 약 5% 증가한 가운데 3만원 미만 가격대 상품의 매출이 50%가량 급증해 가성비 선호 트렌드가 뚜렷했다. 3만원 미만 선물세트 중에서는 커피, 햄, 식용유, 김 등의 가공식품 수요가 특히 높았다.
홈플러스에서도 '짠물' 선물세트 구매 흐름이 두드러졌다. 지난 7월 25일부터 한 달간의 예약판매 실적을 보면 3만원대 건강 선물세트 매출이 283% 급증했다. 2만~9만원대 축산 세트와 1만~3만원대 주류 세트 매출은 각각 37%, 50% 늘었다. 9천원대 양말 세트 매출도 4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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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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