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상 속 ‘진짜 북한’…북한 군인이 “소개팅 하자요” [뒷北뉴스]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북한의 진짜 모습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강력한 통제 아래 자유로운 왕래와 통신이 막혀있기 때문에 북한 내부 사정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19로 장기간 국경까지 걸어 잠그면서 북한이 쌓은 담은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물론 북한에도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같은 관영 매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진짜 북한'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들의 뉴스에는 '단 한 건의 사회적 문제도 없는 사상적으로 단결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환상만이 담길 뿐입니다.
KBS는 대북 소식통을 통해 2시간 넘는 분량의 북한 내부 영상 10여 편을 입수했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2021년 5월 이후 제작됐습니다. 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조선인민군군사과학교육영화촬영소'와 '조선중앙통신사 콤퓨터강연선전처' 등이 제작했습니다.
이 영상들은 군인이나 주민 대상으로 한 '교육용'인데, 북한 당국이 엄중하게 여기는 사회적 문제에 경각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현재 북한이 우려하는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가 담겨 있다 보니, 우리에겐 북한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하고 희귀한 자료입니다.
■ 영상 속 북한 실상① 10대 소녀들 수갑 채워 공개 체포
북한은 자신들이 '불순 녹화물'이라 부르는 '남한 영상'이 북한 주민들에게 퍼지는 것을 한층 더 경계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과거에도 남한 영상을 본 이들을 본보기 삼아' 반동 문화 사상 배격법'으로 강하게 처벌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 영상 중엔 16살 된 고등학생들까지 공개 재판에 세우고 수갑 채운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영상은 적발한 학생들의 얼굴과 실명을 하나하나 공개하며 "나이 어린 학생들이 우리를 녹여보려고 적들을 만들어 들여 버린 불순 출판선전을 거리낌 없이 보게 된 데는 본인들이 사상 정신적으로 떨떨한 데도 있지만, 부모들과 학교 당 조직과 청년동맹 조직의 일꾼들과 담임 교원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2020년 탈북한 장미 씨는 해당 영상을 보고 "기껏해야 나이가 좀 어린 성인들이겠다고 생각했는데 16살 청소년, 그런 친구들한테 지금 수갑을 채운다는 게 저로서는 너무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더 험악해졌고, 불순 녹화물이 침투해 가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영상 속 북한 실상②한국 말투 쓰는 북한군들

<설미씨. 맞는거죠. 초면에 실레지만 랠스케쥴 없다면 카운터에서 만나 소개팅했음 하는데요? 회신 기대할게요...>
<야 너 나의 찡구맞아. 전번에 너 땜에 얼마나 따분했는지 몰라 너무 뻥치지말구 한번 만나자요.>
<요즘 그녀와 데이트 하는건지? 잼 좋은건가?>
북한군을 대상으로 만든 교육 영상에선 북한군들이 남한말투로 문자를 주고받은 실태도 담겨 있습니다. 북한군이 쓴 거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줄임말'과 '외래어'가 자연스럽습니다.
2012년 휴전선 철책을 넘어 탈북한 북한군 출신 정하늘씨는 "소개팅이란 말을 북한에서 이렇게 쓰는 건 처음봤다"며 "외래어를 쓰기 시작한 걸 보면 바뀐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교육 영상은 특히 북한군들이 몰래 휴대전화를 이용해 영상을 반입하는 것을 강하게 규탄합니다.

영상은 " 군인들이 비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 손전화기(휴대전화)로 행사 비밀, 군사 비밀에 속하는 내용들을 망탕(마구잡이로) 말하고 불순녹음녹화물을 구입, 시청, 보관하고 유포시키며 이 과정에 오염된 괴뢰(남한) 말투로 통보문(문자메시지)까지 주고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니, 군인들이 사회 손전화기를 이용하는 그 자체가 이적 행위의 요소, 범죄의 온상이 아니겠는가?"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 확산을 '생사의 문제'로 보고 막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북한의 위기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군은 노동자처럼 각종 건설 현장에 파견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에서 보는 USB나 사회에서 노는 문화가 군으로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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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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