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반도체 왕국' 인텔…삼성전자, 남 일 아니다[이슈속으로]

한지연 기자 2024. 9.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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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왕국' 인텔이 흔들리는 것을 두고 삼성전자 역시 남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텔의 위기를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경직된 관료주의적 문화가 꼽히는데, 이같은 문제는 삼성전자에게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일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임직원들은 현재의 위기를 이같은 조직문화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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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장 EUV(극자외선) V1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왕국' 인텔이 흔들리는 것을 두고 삼성전자 역시 남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텔은 최악의 실적 부진에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특히 야심차게 재진입한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고작 3년만에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 2위인 삼성전자의 상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인텔의 위기를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경직된 관료주의적 문화가 꼽히는데, 이같은 문제는 삼성전자에게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일명 '톱니바퀴'같은 조직 구조로 유명하다. 개인의 개성보다는 어떤 하나의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일념 아래 구성원들이 각자의 맡은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조직 문화가 실수를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목적지향적 분위기에 매몰된 나머지, 문제가 있어도 윗선 보고에선 이를 미뤄두고 긍정적 전망만을 보고하고, 추후 뒤처리하는 식의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1등'을 추구하는 삼성전자의 바퀴는 멈추지 않고 굴러가야 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천재' 리더가 나머지 인원들을 일방향으로 이끌어왔던 것도 수직적 분위기를 고착화시켰다.

일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임직원들은 현재의 위기를 이같은 조직문화에서 찾는다. 차세대 메모리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시장 1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준 것에 더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1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점유율이 답보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발빠르게 D램 업계 최선단 미세공정인 10나노급 6세대 1C 기술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파운드리 글로벌 점유율은 11.5%로 1위 대만 TSMC(62.3%)와의 격차는 50.8%포인트에 달한다.

삼성전자 직원 A씨는 "문제가 있으면 있는 그대로 보고해야 하는데, 윗사람 눈치를 보는 문화가 커서 리스크는 날려버리고 가장 희망적인 것만 보고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윗선에선 제대로 (문제가)파악이 안되는 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방안 중 하나로 새로운 조직문화 조성을 꼽고, 쇄신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DS부문장으로 온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달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새로운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며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문제 해결과 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직급과 관계없이 치열하게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더 이상 눈속임식의 장밋빛 희망만을 보고하지 말라는 얘기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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