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격전지 판세] 19명 걸린 펜실베이니아서 웃는 후보가 당선된다
진보·보수 골고루 섞인 유권자 성향…승부는 '1%p 내외'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다투고 있는 미국 양당 대선 후보들에게 펜실베이니아주(州)는 승리를 위해서는 기필코 손에 넣어야만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펜실베이니아가 보유하고 있는 19명의 선거인단은 미(美) 전체 50개주에 워싱턴DC를 포함한 51개 선거구 중 다섯 번째(일리노이주와 동률)로 많으며, 7개 경합주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치다.
미 대선 승자는 전국 득표가 아니라 선거인단 확보 수를 통해 가려진다는 점에서 '펜실베이니아를 잡는 자가 승리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블루 월'이었는데…균열 간 '민주당 승리 신화'
당초 펜실베이니아는 '블루 월'(Blue Wall·파란 장벽)로 불리는 민주당 지지세(勢)가 강한 지역이었다. 1972년 49개주에서 압승을 거둔 리처드 닉슨이 약 20%포인트(p) 차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공화당 후보를 두 자릿수 차로 지지한 적이 없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선거인단을 두 번 확보한 마지막 공화당 후보는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1992년부터 2012년까지 펜실베이니아는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긴장감이 유지됐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10.3% 지지를 얻은 것을 제외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화당 후보에게 매번 한 자릿수 차이로 신승했다.
게다가 2016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988년 조지 H.W. 부시 이후 처음으로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를 거뒀다.
4년 후인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이 트럼프와 대결해 다시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의 깃발을 휘날리긴 했지만 '민주당 승리 신화'에는 균열이 갔다.
◇골고루 섞인 유권자 성향…승부는 '1%p 내외'
펜실베이니아의 전반적 정치 지향성은 진보적이지만 농촌, 이른바 교외 유권자들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교외 지역 또한 성향이 양분되는데, 주요 교외 지역인 필라델피아는 민주당을, 피츠버그는 공화당을 지지한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 출신지인 스크랜턴 또는 해리스버그와 같이 소위 간과되는 지역들이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진정한 경합 지역'으로 꼽힌다.
펜실베이니아에서의 승부는 일련의 상황으로 점차 예측하기 어렵게 돼 가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48.2%)는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47.5%)을 펜실베이니아에서 단 0.7%p 차로 꺾었다.
2020년 대선에서도 바이든(50.0%)과 트럼프(48.8%) 간 차이는 1.2%p에 불과했다.
◇여성·흑인 적잖은 수…공화당 유권자 증가 추세
성별, 인종 등의 분포는 어떨까. 월드파퓰레이션리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펜실베이니아 인구 평균 연령은 40.6세로 집계된다.
여성과 남성 비율은 각각 51.1%, 48.9%로 비슷하다. 인종은 백인(78.28%)이 가장 많고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10.99%)이 뒤를 잇고 있다. 아시아계는 3.55%다.
이번 대선은 '80세에 가까운 백인 남성' 트럼프, '곧 60세가 되는 흑인·아시아계(인도) 여성'인 해리스가 맞붙는다는 점에서 나이, 성별, 인종 등의 요인 또한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다.
당원의 경우, 현재 펜실베이니아에 등록된 당원은 공화당(349만8954명)보다 민주당(389만4977명)이 더 많다.
단, 2008년 이래로 이곳에서의 공화당 유권자 등록은 민주당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원 수에 있어 2008년 4월에는 공화당에 12% 우세를 보였으나 올해 4월에는 약 4%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 '러스트벨트'…'노동자 표심' 눈길
무엇보다 펜실베이니아라고 하면 '쇠락한 공업지대'를 칭하는 '러스트벨트'(Rust Belt)라는 단어를 빠뜨릴 수 없다.
미국 철강 산업의 중심지로 불리는 피츠버그가 속해있는 펜실베이니아는 1800년대 미 제조업을 이끌던 중심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제조업 사양 등으로 불황을 맞게 되자 미시간, 위스콘신과 함께 경합주이자 러스트벨트로 묶이게 됐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이에 펜실베이니아 '노동자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리스는 지난 2일 노동절을 맞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펜실베이니아를 찾았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피츠버그에 본사를 두고 있는 US스틸의 신일본제철 인수와 관련해 "US스틸은 미국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해리스는 당초 환경오염을 이유로 반대했던 셰릴가스 추출법인 수압파쇄법(fracking·프래킹)에 관한 입장도 최근 긍정적으로 선회했다. 이러한 변화 역시 셰일가스 산업이 발달한 펜실베이니아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또한 프래킹 찬성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일본이 US스틸을 사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며 US스틸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피츠버그 소도시인 버틀러 카운티에서 유세 연설을 하다 총격 사건을 당했던 트럼프는 10월에 버틀러 카운티를 다시 찾아 유세를 가질 예정이다.
양측은 다른 지역보다 펜실베이니아에 광고비도 적잖이 지출한 상태다.
올해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두 후보가 경합주에서 1억 1000만 달러(약 1470억 1500만 원) 이상을 광고비로 지출한 가운데 4200만 달러(약 561억 3300만 원)는 펜실베이니아에 투입됐다. 조지아주에 지출된 1780만 달러(약 237억 8970만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오는 10일 ABC 방송 주관으로 해리스와 트럼프 간 첫 TV 토론이 열리는 가운데 장소가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열린다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해리스냐, 트럼프냐…두 달 앞 표심은 안갯속
대선이 두 달 가량 남은 현 시점에서 '펜실베이니아의 표심'은 여전히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 분석 웹사이트 '디시전 데스크 HQ'(DDHQ)에서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가 승리할 확률을 53%, 트럼프의 경우 47%로 보고 있다.
반면 저명한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지난달 29일 해리스의 8월 전당대회 효과를 고려해 조정한 자신의 분석 모델에 따르면 해리스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우세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모든 것은 해리스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앞서고 있다는 고품질 여론조사 1~2개로 빠르게 바뀔 수 있다"면서도 "전당대회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에게 좋은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고 했다.
실버는 해리스가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선택하지 않은 점이 패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최신 여론조사들의 평균값을 내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두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에서 47.2%의 동률 상태라고 밝혔다. 해리스의 지지율은 8월 말에 47.8%까지 상승, 0.8%p차로 트럼프를 밀어내기도 했지만 최근에 차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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