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두 달 앞으로 다가온 美대선…정부, 정책 분석·주요인사 챙기기 본격화
해리스·트럼프 정책 분석해 우리나라 유불리 영향 따져
‘배우자 프로그램’까지 만들며 민주·공화 가리지 않고 친한 의원들 모시기 나서
11월 5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두 달 정도 앞둔 가운데 정부의 물밑 외교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분석하고, 양당에 속한 주요 인사들과 접촉해 ‘우리 편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정책 대응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부는 트럼프 당선 시 관세와 탈(脫) 친환경에너지 문제 등을 핵심 변화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해리스 당선 시에는 법인세 증가와 노조 활도 강화 등이 우리나라에 영양을 미칠 것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등 대대적인 관세 부과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는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60% 이상의 관세를 언급하고,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는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주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죠. 또한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에너지를 강조한 것과 달리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겠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미국 내에서 산업활동을 하는 우리 기업들에도 적용되는 세금이라, 미국에 법인 및 공장이 있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죠. 아울러 해리스는 프로법(PRO Act)을 통해 노동자의 노조 설립을 보다 쉽게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프로법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사실상 미국 내 사업주들에게 부담을 주는 법입니다.
산업부는 두 후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발 빠르게 정책 시나리오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토론(CNN) 뿐만 아니라 지지자 연설까지 밤낮 없이 챙겨보며 우리나라에 미칠 유불리를 따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해리스가 당선돼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우리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수준이라든가, 트럼프가 당선돼 관세를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 주요 기업에서 내야 할 관세 수준을 따져보고 있는 것이죠.
산업부 측은 오는 10일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대선 후보가 바뀐 뒤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선토론(ABC)도 챙겨보며 대선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 힐러리 클린턴’ 승부에서 클린턴에 과도 집중해 전략을 짠 경험이 있던 산업부는 ‘전략 실패’라는 뼈아픈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죠. 그래서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는 누가 되어도 통상·산업 문제에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각오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인사 골고루 방한 일정을 체크해 신경 쓰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달 말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참석한 기독교 행사 ‘빌드업코리아 2024′에 “빌드업코리아 2024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특별히 귀한 걸음을 해주신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축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트럼프 캠프 핵심 인사로 뛰고 있는 만큼, 세심하게 배려한 것입니다.
아울러 2일 빌 해거티(공화·테네시) 상원의원을 필두로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 상원의원, 케이티 브릿(공화·앨라배마) 상원의원 등 총 7명의 상원의원이 방한했는데요. 특히 빌 해거티는 트럼프 정부가 세워질 시 국무장관, 크리스 쿤스는 해리스 정부가 될 시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한 미국 의회 핵심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2일 윤 대통령과 만찬을 한 후 3일에는 여의도 인근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오찬을 했습니다.
안 장관은 미국산 LA갈비를 상원의원단에 대접하며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투자 중 40%는 미국에서 이뤄졌다.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 기업 공장이 많이 진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안 장관에게 앞으로도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 등을 활성화해줄 것을 요청하며 한국의 투자에 대한 감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부는 특별히 ‘배우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상원의원 배우자들에게 하루 동안 한국 문화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해리스 부통령의 한국계 조카, 미국 첫 한국계 상원의원 당선이 유력한 앤디 김 뉴저지주 하원의원 등 우리나라와 연결점을 찾을 수 있는 한국계 인사와의 관계 강화에도 힘쓸 예정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 대선후보들과의 접점을 물밑에서 찾고, 우리나라에 불리한 정책은 최소화하면서 유리한 정책은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국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친(親)한 인사들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 대선 후에 어떤 위치에서 활동하게 될지도 궁금하네요. 모쪼록 어느 후보가 당선되어도 우리에게 유익한 결과가 남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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