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착취의 시대, 슈카월드의 성인물 검열 지적 영상은 무엇을 간과했나[위근우의 리플레이]
그저 우연인 걸까. 지난 8월30일, 경제 및 금융 지식 전문 유튜버이자 330만 구독자를 둔 슈카월드(이하 슈카)는 ‘검열이 당연한 나라’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성인물 금지를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다. 대학, 초·중·고교, 심지어 군대까지 수많은 공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딥페이크 합성 성착취물로 여론과 정치권까지 떠들썩한 시기였다. 성착취물에 대한 유통과 소비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논의될 시기에 굳이 이런 영상을 올린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이들이 유튜브 댓글이나 소셜 미디어로 그의 둔감함 혹은 의도의 미심쩍음을 지적했다. 몇몇 여성 커뮤니티에서 슈카 채널을 신고하는 움직임과 이를 비하하고 슈카를 옹호하는 남성 커뮤니티의 상반된 반응이 인사이트 같은 유사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사실 의도에 대해서는 주관적 진실의 영역이라 확인하기 어렵다. 해당 영상이 게재된 건 8월30일이지만, 라이브 중계는 8월25일이었고, 딥페이크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수많은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폭발한 기점은 8월26일이다. 물론 그 이전에 모 대학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나 지난해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다수가 10대라는 기사들이 8월19일부터 꾸준히 나오며 공분과 문제의식이 응축되고 있었지만, 아직 이슈가 덜 됐으니 몰랐을 수도, 특별히 음습한 의도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당 영상을 8월30일에 올린 건 이해하기도 어렵고 동의하기도 어렵다. 최대한 선해해 모두 우연이라 해도, 사회 분위기에 둔감하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사려가 부족한 일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모든 우연의 가능성을 제하고도 남은 현재의 딥페이크 성범죄와 해당 영상과의 느슨하지만 필연적 연관이 드러난다. 선택적 무지와 피해의식의 정당화라는 점에서.
슈카의 이번 영상 대부분은 포르노 합법화의 긍정적 가능성에 대한 모색보다는 국가 검열의 부당함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세계에서 포르노를 금지하는 나라는 이슬람 국가들과 중국, 북한, 그리고 한국 밖에 없다는 걸 강조하며 은연 중 포르노 제약과 국가 전체주의를 겹쳐놓는다. 이러한 구도에서 성인물을 즐기고 싶지만 즐길 수 없는 다수 남성들은 국가에 의해 자유를 규제받는 피해자가 된다. 하지만 슈카 본인도 인정했듯 한국에서 포르노를 보는 것만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그는 마치 구시대적인 성 엄숙주의가 금욕을 강제하듯 묘사하지만 소위 ‘에로 영화’라 불리는 소프트 포르노는 합법적으로 제작되고 유통되는 중이다. 이제 성애와 성행위를 드러내는 웹툰은 탑툰 같은 성인만화 전문 사이트뿐 아니라 메이저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에서도 볼 수 있다. 슈카는 방송 말미 다들 너무 검열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며 균형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균형을 깨는 건 누구인가. 포르노를 보는 것으로는 처벌받지 않고 소프트 포르노는 영상이나 만화의 형태로 쉽고 리스크 없이 즐길 수 있는 사회인가, 그런 것들을 꽤 자유롭게 소비하면서도 더 강한 자극을 찾아 피해자가 있는 불법촬영물을 찾고 자기 주변의 여성들 얼굴을 딥페이크로 합성해 공유하고 모욕하는 이들인가. 그는 마치 검열 대 자유의 문제처럼 단순화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성인물 제약은 백퍼센트 검열도 자유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자유가 해악이 될 한계선을 어디에 긋느냐는 것에 가깝다.
물론 서구나 일본 수준의 포르노는 불법촬영물이나 디지털 성범죄물이 아니며, 이 역시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그에 대한 허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싶었다면 애초에 검열 타령으로 논의를 뒤섞어선 안 됐으며, 무엇보다 포르노가 성착취, 좀 더 정확히는 여성에 대한 성적 상품화와 대상화로 이어지는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답해야 했다. 슈카는 종종 게임에 대한 규제와 비교하며, “그런 거(포르노) 보면 머릿속이 음란한 생각으로 가득차서 불순한 성적 일탈을 할 수 있다”는 주장과 “게임 하면, <배틀그라운드> 같은 거 하면 옆에 사람에게 총 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주장을 등치시킨다. 나 역시 <GTA 5> 같은 게임이 실제 범죄와 폭력성을 증가시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포르노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포르노 시청과 성범죄 사이의 인과성만을 따지지 않는다. 혐오표현 규제론자인 법학자 제러미 월드론은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홍성수·이소영 역)에서 “포르노 스스로가 여성이 평등하게 존중받고 시민 자격을 가진다는 사회의 확신을 붕괴”시키며 “여성은 포르노와 만연해 있는 포르노의 공개 전시를 공식적으로 법이 관용하는 것이 여성의 존엄과 평등에 관한 우리의 약속과 일치하는 것인지를 물을 자격이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포르노가 여성을 다루고 묘사하는 방식과 이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여성이 동료시민으로서 존중받는 사회적 믿음을 훼손한다. 가령 지난 8월23일, 유명 인플루언서인 DJ소다는 자신이 지난해 공연 중 겪은 성추행 사건을 모티브 삼아 일본에서 포르노를 제작했단 소식을 들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영상은 불법 다운로드로 퍼져가고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냐”고 토로했다. 이것이 그저 가상의 문제인가. 일부 업체의 일탈인가. 기본적으로 여성을 단지 남성의 욕정을 푸는 객체로 묘사하는 포르노의 표상 방식이 현실 속 여성이 겪는 성적 모욕과 위협의 문제를 도구화한 것에 가깝지 않은가.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은 채 성인물 합법화에 대한 우려를 단순히 검열과 엄숙주의로 환원한 슈카의 방송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때리기다.
그저 슈카의 영상이 논리적으로 허술하고 많은 사실 관계가 틀렸고 도덕적으로도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사회학 연구자 김학준은 일베를 중심으로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를 분석한 분석한 책 <보통 일베들의 시대>에서 2019년 불법 유해사이트 차단에 대한 남성 커뮤니티 루리웹의 반발을 다루며 “그들이 생각하는 ‘착한 남자’로서의 자신은 ‘밖에서 시끄럽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성인물’을 시청하는 덕후”이며 “집에서 영상을 보기만, 즉 소비하기만 하는 덕후일 뿐이라는 방식으로 불법촬영물 확산(또는 생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고 설명한다. 슈카의 검열 반대 논리와 오십보백보다. 그러나 김학준이 지적했듯 “모든 불법사이트가 ‘야동’ 또는 불법촬영물을 취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촬영물은 도박, 마약을 포함한 다크웹 생태계의 핵심적인 재화로 기능한다.” 여성들이 입는 실질적 피해보단 본인들의 억울함이 더 중요한 자칭 ‘보통의 선량한’ 남성들의 세계에선, 디지털 성범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본인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해당 범죄의 무분별함에 대한 여성들의 광범위한 두려움과 분노는 유별난 게 된다. 자신들이 무결하지 않은 회색지대에 서있다는 책임을 회피하기에, 슈카도 써먹은 검열과 자유의 이분법은 매우 편리한 도구가 되어준다.
과연 슈카가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심각성과 규제 필요성이 이야기될 즈음, 성인물 검열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린 게 의도적인지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와 별개로, 이 영상을 구성하는 논리와 정서가 현재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건 그래서다. 기존 성인물을 즐기던 남성들이 딥페이크 범죄로 넘어갔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단 ‘디지털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은 선량한 나’라는 자의식과 ‘부당한 검열의 희생자’라는 피해의식이 결합한 남성들의 세계관에서 여성들이 겪는 피해란 언제나 남성의 욕망(성욕이든 과시욕이든 지배욕이든)보다 부차적인 게 된다는 뜻이다. 앞서 지적했던 8월30일에 영상을 게재한 둔감함은 그 연장선에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해 둔감해서 가능한 떳떳함이라 해도 되겠다. 연령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은 기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새롭고 당혹스럽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불가해한 사건은 아니다. 우리가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때로는 정당함을 주장하던 여성착취의 스펙트럼 한쪽 끝에 존재하고 있다. 시기를 바꿔가며 소라넷이, 웹하드 카르텔이, N번방 사건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그 각각을 개별적이고 우연적인 일탈로 보기보단 그것이 계속해서 등장할 수 있던 스펙트럼을 토양 삼아 벌어진 필연적 사건으로 보는 게 더 온당하지 않을까. 슈카의 영상 제목이기도 한 ‘검열이 당연한 나라’가 ‘여성착취가 당연한 나라’보다 더 억울하고 시급한 그 남자들의 세계 안에서.
<위근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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