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 빠진 中 경제…싼것만 팔린다
고급식당 줄줄이 폐업…기존 '가성비' 식당도 '더 싼' 메뉴 출시
불황 상징 1천원샵은 오히려 호황 "중국인 합리적 소비로 혜택"
올해 2분기들어 경기위축 뚜렷해져…부채 문제로 부양책 못써
중국 경제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도 지갑을 꽉 닫고 있다. 콧대 높던 미슐랭 3스타 식당도 소위 '가난뱅이 메뉴'를 출시하는 등 싼것만 팔리는 불황의 시그널이 계속되고 있다.
고급 음식점 줄줄이 폐업…별3개 미슐랭 식당도 저가경쟁 합류
중국 음식으로는 유일하게 '미슐랭 가이드' 최고 등급인 3스타를 받은 고급 중식당 신룽지가 최근 398위안(약 7만 5천원)짜리 세트 메뉴를 선보였다.
중국의 할인쿠폰 구매 전문앱 따종디엔핑에 표시된 이 식당의 1인당 평균 추천 소비액은 1천위안(약 19만원) 안팎으로 절반 이상 할인된 가격이다. 이 메뉴에는 곧바로 '가난뱅이 메뉴'라는 별칭이 붙었다.
가난뱅이 메뉴는 중국인들이 주로 아침 식사로 간단하게 먹는 죽, 두유, 계란 등의 음식을 3~5위안 미만으로 싸게 파는 '가성비' 메뉴를 뜻한다.
그런데 평소 서민들은 맛보기 힘들었던 비싼 메뉴를 선보이던 미슐랭 식당들이 가격을 대폭 낮춘 세트 메뉴를 출시하자 조소의 의미도 함께 담아 가난뱅이 메뉴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신룽지 뿐만 아니라 미슐랭 3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라멜로이즈, 미슐랭 1스타 유럽풍 레스토랑 EHB 등도 잇따라 가격을 대폭 낮춘 메뉴를 선보이며 나름 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흐름을 인정하지 않고 비싼 가격을 고수하던 고급 음식점들은 줄줄이 가게문을 닫고 있다. 1인당 소비액 2300위안의 쓰촨 요릿집 '밍루촨'이 대표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레드밀빅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에서 1인 객단가가 500위안(약 9만 5천원) 이상인 고급 식당수는 지난해 5월 2700개에서 올해 7월 1400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1천원짜리 햄버거·버블티 찾는 소비자…'가성비' 상품만 구매
고급 음식점 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조식 식당이나 패스트푸드 식당들도 줄줄이 할인 메뉴를 선보이며 살아남기에 주력하고 있다.
유명 요식업체 난청샹은 올해 3위안(약 560원)에 죽과 두유 등 7가지 음식으로 구성된 조식 세트 메뉴를 내놓는가 하면, 우메이마트의 식당은 13위안(약 2500원)짜리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또, 따종디엔핑에는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의 햄버거 2개를 10~15위안(약 1900~2800원)에 살 수 있는 할인 쿠폰이 널려있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도시 생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버블티 업계도 초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얼마전까지 버블티 한잔 가격은 보통 24~40위안(약 4700~7500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7위안(약 1300원)짜리 버블티도 흔하다.
AFP통신은 최근 "수십년간 중국 전역의 도심 거리와 쇼핑몰에서 대용량의 화려한 버블티 1회용 컵에 빨대를 꽂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이는 중국 경제 성장을 보여주는 광경이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 둔화로 소비자들은 이제 저가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불황에 더 호황이라는 일본 다이소의 중국판 미니소는 지난해말 기준 중국 대도시에 약 4천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400개의 신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미니소의 이슨 장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고속 성장 단계가 지나가며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면서도 "다만 중국인들이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면서 미니소는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이나 럭셔리카가 중국에서 잘나가던 시절도 저물고 있다. 중국의 명품 재판매(리셀) 플랫폼의 판매량이 공식 유통채널의 실적을 압도하고 있고, 독일 포르쉐의 올해 상반기 중국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3%나 급감했다
비싸고, 크고, 넓은 것을 구매해 과시하기는 것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불황탓에 '가성비'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부양책도 못쓰는데…올해 2분기 들어서며 경기 위축 뚜렷
중국은 위드코로나 원년인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목표치보다 높은 5.2% 성장률을 이끌어냈고, 올해 1분기에는 5.4% 성장률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순항하는듯 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전망치보다 크게 낮은 4.7%의 성장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각종 경제지표도 경기 위축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으로 중국 정부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서민경제의 바로미터인 요식업이 그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폐업한 식당은 105만 6천여곳으로 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2022년에 비해서도 4배나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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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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