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3만원 됐는데 연금은 안 올라?"...물가 대신 수명 잡은 '자동안정화장치' [이창훈의 삶코노미]
보험료율은 4%p 상향...어릴 수록 천천히 오르게
소득대체율 하향은 중지...42% 수준 유지
말 많은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증가분 조정해 지급
"물가만큼 못 올려줘"...기금 수명은 대폭↑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이 만약 최근 시중은행에서 출시한 상품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상품 가입을 위한 '은행 오픈런'까지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직장인 기준 월 4.5%를 납입하면 65세부터 45%를 되돌려주는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하는 상품이니까요. 정말로 '손해 보고 파는' 금융 상품이 있다면 국민연금이 독보적인 후보가 될 것 같습니다. 시중 상품이었다면 초반에 가입자는 꽤 몰리겠지만 결국 약속한 돈을 돌려줄 때가 되면 그 은행은 망해버릴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정부는 이런 상품을 1988년부터 전 국민에게 팔아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출시 당시에는 '소득의 3%, 대체율은 70%'라는 지금보다 더 엄청난 조건을 내걸었죠. 시장에서 보면 정말로 '사장님이 미친' 수준의 보장성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정부도 시장의 논리를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추계시산에서 현행을 유지할 경우 2055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1년간의 민·관 논의를 거쳐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조금 내고 많아 받는' 환상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결국 정부도 인정한 셈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매년 1월 전년도 소비자 물가상승률만큼 금액을 올려서 연금을 지급합니다. 일반 회사원의 월급이 수십만원 수준이었던 과거의 가입자에게 그 때 당시 월급의 45%를 돌려주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으니까요.
반세기 동안 우리는 눈부신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재앙과 같은 일이 동시에 벌어진 것과 같습니다. 수명은 엄청나게 길어진 데다 물가도 순식간에 뛰어올랐거든요. 몇백원짜리 짜장면을 아껴 연금을 가입하던 세대가 몇천원짜리 커피를 마셔야 하는 시대에 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2%라면 2%가 올라야 할 연금에서, 기대여명 증가율이 0.2%, 가입자 감소율이 0.3%라면 이 두 개를 뺀 1.5%를 올려 지급합니다. 수익률을 건드리는 것이 아닌 만큼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연금이 온전히 물가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과 같은 고물가와 인구감소가 계속된다면, 언젠가 일상 속에서 '몇만원 짜리 커피'를 사먹지 못하는 세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적게 오르는 대신 기금에 대한 기여도 미미한 수준입니다. 보험료율을 4%p 올린 것만으로는 2055년 고갈이 예상됐던 국민연금 기금의 수명을 1년 연장하는데 그쳤습니다.
대신 '자동안정화장치'를 2036년 도입할 경우 기금 고갈 시기는 2056년에서 2088년으로 늦춰집니다. 이론적으로 지금 당장 도입하면 2093년까지 70년간 기금을 유지한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국민연금이 '사장님이 미친' 상품인 이유는 내는 돈이 적어서기 보다 돌려주는 돈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받는 돈에 대한 조정이 있어야 국민연금의 수명을 확실하게 늘려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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