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송되나요?" 전화 뺑뺑이…새우 등 터지는 '구급대원'
환자를 받지 않는 대형병원 응급실이 늘면서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구급대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19구급대원 A씨는 지난 6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진이 줄어든 후 기존에도 쉽지 않던 병원 선정이 더 힘들어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으로 평소 진료가 원활했던 과목 환자마저 병원 이송이 쉽지 않다. 그는 "이전에는 산부인과, 안과 등 특정과 진료가 필요하거나 소아청소년과처럼 전문의가 부족한 경우 이송이 힘들었다"며 "이제는 대부분의 과가 환자를 잘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야간과 주말에 비해 평일 주간은 상대적으로 이송이 쉬웠지만 이제는 시간과 요일에 상관없이 진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 응급실이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환자를 받으면서 2차 병원은 포화상태가 됐다. A씨는 "2차 병원 역시 의료 인력이 줄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2~3시간 이상 진료받지 못하고 대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병원과 2차 병원 사이 '환자 미루기'로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A씨는 "약물 중독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었다. 의식이 떨어지고 복통 등을 호소했다"며 "2차 병원에서는 대학병원 이송을 권유하고 대학병원은 2차 병원에 먼저 가라는 답을 했다. 병원에 사정을 설명해 겨우 이송되더라도 진료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평균 5곳 이상 병원에 전화를 돌려 이송 가능성을 묻는다고 했다. A씨는 "30분 거리 안의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와 기관 4~5곳에 연락하고 수용이 안 될 경우 상황실을 통해 권역 밖 병원 섭외를 요청한다"며 "이마저도 안되면 기존에 연락했던 병원에 다시 전화를 돌린다"고 말했다.
실제 작은 동맥이 찢어진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던 중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경우가 있었다. 이미 5~6곳에 전화를 돌린 상태였으나 다른 지역 병원도 섭외되지 않았다. 한 병원으로부터는 "백업을 해줄 전문의가 없어 환자 수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7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초부터 지난달 25일까지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 병원 선정' 건수는 총 1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1% 증가했다.
지난 6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는 '주 1회 성인진료 중단 안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8시30분까지 야간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주대병원·순천향천안병원·춘천강원대병원 등이 응급실 진료 축소를 선언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의정 갈등 전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2명, 전공의 13명 총 25명이 근무했다. 지금은 전문의 8명만이 현장에 남았다.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실 축소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게 병원의 입장이다.
환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11시쯤 보호자 자격으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을 찾은 안모씨(64)는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시다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구급차를 타고 급히 오셨다"며 "응급실을 축소 운영한다고 해 미리 전화했는데 다행히 이곳에서 수술받은 이력이 있어 오라는 응답을 받았다. 아무래도 아픈 가족이 있으니 걱정된다"고 밝혔다.
환자복을 입은 한 환자는 응급실 축소 안내 공지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지방에서 올라와 입원했는데 당시만 해도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중 이대목동병원만 입원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병원에 비해 여유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병실도 자리가 없어 추가 환자들을 못 받는다고 한다"며 "응급실마저 축소 운영을 한다니 놀라서 공지글을 읽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축소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송모씨(34)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이 이대목동병원인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먼 병원에 가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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