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4] 턱밑까지 추격해온 中…삼성전자·LG전자, ‘AI홈’ 승부수 통할까

베를린=황민규 기자 2024. 9. 7.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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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서 IFA 2024 개막
한국, 중국, 유럽 가전기업 3파전 양상
조주완 LG전자 사장, TCL 보며 “경계심 가져야”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4 행사장 내 LG전자 전시장 모습. /황민규 기자

삼성전자, LG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가전 제품들을 내놓으며 유럽 시장에서 신수요 창출에 나섰다. 모바일, 가전 기기의 연결성을 중심에 둔 ‘스마트홈’이 지난 수년간 한국 가전 기업들의 테마였다면 이번엔 ‘AI홈’이다.

다만 가장 보수적인 시장 중 하나이며, 빌트인(Built-in) 가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 유럽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AI홈이 분기점을 만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10년대 이후 두 기업이 꾸준히 내세워온 스마트홈 전략도 이렇다할 결실을 맺지 못했었다.

6일(현지시각) 독일 메세 베를린에서 IFA 2024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올해 IFA는 약 140개국에서 2000여 개의 기업들이 참가한다. 6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행사 기간 중 세계 각국에서 방문객이 18만명 이상 찾을 것으로 주최측은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가전 기업이 주류를 이뤄온 IFA는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유럽의 밀레, 보쉬 등에 이목가 쏠린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어느때보다도 매섭다. TV 부문에서 가장 높은 기술 수준의 초대형 마이크로LED TV 등은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 선보였고, 대형 가전 제품 역시 AI 기반 첨단 제품과 디자인에 차별화를 둔 고급화 추세가 뚜렷해졌다.

◇스마트홈 대신 ‘AI홈’ 내세운 삼성·LG전자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양사 모두 인공지능(AI)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다만 AI 가전을 구현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방향성 측면에서는 다소 결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거대 AI 플랫폼에 기반한 연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LG전자는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더욱 개인화되고 소통하는 가전 제품 경험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TV나 냉장고와 같은 개별 제품보다는 전시장 전체를 전체적인 AI홈 체험공간으로 구성했다. 관람객들이 음성인식 기술로 전체 AI 가전이 구동되는 방식을 직접 보고 느끼게끔 만들었다. 이번 IFA에서 삼성전자가 전시한 ‘비스포크 AI’ 가전은 음성 비서 ‘빅스비’를 통해 사용자의 말을 자연어 기반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도록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사용자의 목소리나 위치를 인식하는 맞춤형 AI 기능인 보이스 ID, 앰버인트 센싱 등도 현장에서 공개돼 관람객드르이 주목을 끌었다. 보이스 ID는 목소리로 개별 사용자를 인식해 보안성과 맞춤형 솔루션 기능을 강화한 기술이다. 앰비언트 센싱은 센서를 활용한 위치 기반 서비스로,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가전의 스크린을 활성화하거나, 로봇청소기의 경우 사용자가 있는 위치로 옮겨와서 음성 알람을 해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LG전자 역시 삼성전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전시장 전체를 AI홈 체험공간으로 전시했다. LG전자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친구나 가족과 소통하듯이 말하며 다양한 가전 제품을 맞춤형으로 운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IFA 2024에서 처음 공개한 LG 씽큐 온(LG ThinQ ON)은 발화자의 말의 맥락을 이해하고, 주변 환경 등을 파악해 집안 상태를 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확 달라진 中 가전 공세…유럽 기업은 친환경·대용량 트렌드로

LG전자 옆에 자리를 튼 중국 대표 전자 기업 중 하나인 TCL은 올해 IFA에서 전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까지 삼성전자, LG전자와 비슷한 제품 내놓기에 혈안이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유럽 시장에 맞는 저전력 기술과 디자인 차별화, 고급화에 포커스를 맞춘 모습이다.

특히 올해 TCL이 유럽 시장을 겨냥해 전시한 각종 빌트인 가전 제품들은 지난해보다 디자인, 질적으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과 협업한 TV 제품을 비롯해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크리스 레프터리와 협업한 프리미엄 ‘CMF(색상, 재료, 마감)’ 가전 시리즈를 전시하기도 했다.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4 행사장 내 TCL 전시장 모습. /황민규 기자

실제 조주완 LG전자 사장(대표이사)는 중국 기업들의 가전 제품 품질이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수준으로 진보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조 사장은 가장 인상 깊었던 기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TCL을 언급하며 “마감이나 디자인, 만듦새 등이 굉장히 좋아졌다”며 “경계해야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홈 기술도 중국 기업들이 거의 비슷하게 구현했다. 하이센스가 선보인 스마트 에어케어시스템은 TV를 중심으로 스마트홈을 구축해 3D로 모든 가전 제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상황에 맞게 에어컨이나 세탁기 등을 가동할 수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거의 동일한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밀레, 보쉬는 부분적으로 가전 제품에 AI를 활용한 사례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친환경, 저전력 기술에 더 초점을 맞췄다. 밀레의 새로운 진공청소기 ‘가드’ 시리즈는 고효율 모터를 장착해 전력을 덜 쓰고 흡입력은 더욱 강한 제품을 선보였다. 또 세계 최초의 드럼 없는 드럼 세탁기 ‘드럼 리브’는 드럼이 회전할 때 세탁물과 세제를 혼합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없애면서 세탁기의 물리적 부담을 줄였다.

현장의 밀레 관계자는 “필요한 부분에 AI 기술이 일부 사용됐지만 전체적으로 밀레는 늘 소비자 실수요에 기반한 신제품을 개발해왔다”며 “AI를 활용한 가전 제품도 있지만,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이유는 ‘기술에 사람을 맞추는’ 방식으로 소비자에 기술을 강요하기보다는 기술이 소비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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