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식도 AI 외주화… 인간에게 앎이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느 날 한 과학 유튜브에 출연한 천문학자가 "우리가 지금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어쩌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더 듣다 보니 고개가 끄떡여졌는데, 우주는 무한할 정도로 광대해서 지금 관측한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옛날에 눈으로 보는 수준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것과 논리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앎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책은 아니다. 저자는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전수됐는지, 전달 수단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컴퓨터, 인공지능(AI) 등으로 전수와 전달 수단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 우리에게 ‘지식’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지식을 획득하고 기억하는 데 더 이상 인간의 뇌가 필요하지 않고 컴퓨터가 모든 것을 대체한다면, 지능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중략) 기계가 우리를 대신해 모든 지식을 습득하고 대신 생각해 준다면, 인간은 어떤 존재의 이유가 있을까.’(서문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만 알 뿐’ 중)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1991년 걸프전에 개입한 미국의 홍보대행사 힐앤놀튼 사례를 들며 지식과 정보의 조작, 그것을 이용하는 집단의 무서움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 쿠웨이트 소녀가 워싱턴 의회 위원회에서 이라크 군인들의 잔학 행위를 증언했는데, 이는 파병을 정당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 전쟁이 끝난 뒤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소녀는 힐앤놀튼 직원이 가르쳐준 대로 증언했고, 사실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자극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사실이 아닌 것을 마구 올려 돈을 버는 몰지각한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횡횡하는 요즘 시대에 자기 생각과 판단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원제 ‘Knowing What We Know’.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수사팀-수심위 ‘金여사 불기소’ 일치…檢총장, 무혐의 받아들일듯
- [사설]이 지경 될 때까지…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대책도 없는 정부
- [사설]“무자격 업체 공사, 절차 위반”… 용산 이전 ‘위법’ 이것 뿐일까
- [사설]교육감 중도 하차로 보선 치르는데, ‘전과’ 후보들 또 판치나
- 이재명 “김문기와 골프·낚시, 팩트 같다…당시에는 인지 못해”
- “한일회담 반대” 이순신 장군 동상 올라가 기습 시위…민주노총 2명 체포
- 붉은악마 “못하길 바라고 응원하지 않았다…김민재와 설전 없었어”
- [횡설수설/조종엽]79년 만에 받은 ‘침몰 징용 귀국선’ 조선인 명단
- [오늘과 내일/김승련]‘죽사니즘’ 결단이 빛바래 간다
- “천석꾼 가세 기울었어도, 독립운동 아버지 원망은 이제 안 해요”[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