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한 편의 시가 여행의 이유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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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이 등을 맞댄 5월이 되면 전남 강진에는 선홍빛 모란이 황홀경을 이룬다.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남긴 시인 김영랑은 이처럼 모란이 가지런히 심긴 강진의 마당, 은빛 바다를 바라보며 살았다.
책은 "시에 토질이란 것이 있다면 남도의 정서, 그 청자빛, 순연한 슬픔과 정조가 영랑의 토질일 것"이라고 한다.
시 '별헤는 밤' 등에 담긴 고향과 자연을 향한 애틋함은 윤동주 가문이 초창기에 이민한 북간도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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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의 이육사, 충남 부여의 신동엽, 강원 봉평의 이효석 등 한국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배경이 된 23곳을 답사한 기록을 모은 책이다.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여행기와 비평문을 매끄럽게 넘나들며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섬세한 답사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전 작고한 문인들의 삶을 지근거리에서 들여다보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만해 한용운이 만년을 보낸 서울 성북구의 심우장에 간 저자는 생가를 둘러보며 독립운동가로도 활동한 시인의 올곧음을 톺아본다. 책에 따르면 생가는 애초에 남향으로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만해가 ‘조선총독부 건물과 마주하지 않겠다’며 북향으로 지어졌다.
윤동주의 자취를 쫓고자 옛 간도 땅인 중국 연길로 향하기도 한다. 시 ‘별헤는 밤’ 등에 담긴 고향과 자연을 향한 애틋함은 윤동주 가문이 초창기에 이민한 북간도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길에 있는 윤동주 생가를 둘러보면서 여리고도 강인한 시인의 성품을 헤아려본다.
여행지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묘사한 수려한 문장들은 당장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일게 만든다. 시 ‘깃발’ ‘바위’ 등을 쓴 유치환의 흔적을 찾아 경남 통영으로 떠난 저자는 남도의 바다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남도의 해안 끄트머리에 이르러 부챗살처럼 퍼진 어항에 늘 넘실대는 푸른빛 바다는 (중략) 내륙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세계”.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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