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 된 서점, 츠타야의 변신

서정민 2024. 9. 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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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루 아마노의 ‘비너스’(왼쪽)와 코헤이 나와의 사슴 조각. [사진 CCC 아트 랩]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CCC 아트 랩 서울 쇼케이스’가 열린다.

CCC(Culture Convenience Club)는 일본·대만·중국에서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라이프 스타일 비즈니스 그룹이다. 이들은 고객이 서점 안에서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과 콘텐트를 큐레이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점 안에 스타벅스를 비롯한 카페·레스토랑이 있는가 하면 문구·음반·인테리어소품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준비한 판매대도 있는 이유다.

이는 츠타야 서점이 ‘서점의 미래’라 불렸던 이유기도 한데, CCC의 새로운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바로 ‘아트’와의 동행이다. 2017년 도쿄 긴자 거리에 대형쇼핑몰 긴자식스가 오픈할 때 이 건물 6층 전체를 차지하는 거대 공간에 츠타야 서점도 함께 문을 열었는데 그 모습은 갤러리를 방불케 했다. 당시 CCC는 그룹 내에 아트 랩 부문을 신설하고 크고 작은 전시를 기획·진행하면서 책을 사고 문구를 사듯 현장에서 미술품 거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중단됐지만 지난해 오픈한 교토 츠타야를 출발점으로 아트 특화 공간 실험이 다시 시작됐다.

‘CCC 아트 랩 서울 쇼 케이스’는 이 실험의 글로벌 버전이다. 국제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기간에 맞춰 한국에서는 최초로 CCC 아트 랩의 방향성과 공간 플랜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이를 위해 일본의 대표 아티스트 7명의 작품 수십 점이 공수됐다.

히로시 나가이의 일러스트 음반과 LP 플레이어 시설. [사진 영감의서재]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 같은 마이크로 셀로 사슴 등의 조각품을 만드는 세계적인 유명 아티스트 코헤이 나와, 순수예술과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의 영역을 오가며 단순하고 경쾌한 인물화로 주목받고 있는 타케루 아마노, 오타쿠 문화와 스트리트 컬처를 결합한 독특한 미학으로 일본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이나가와 준을 비롯해 아라이 시코, 모리 히로시, 키토 켄고, 나가이 히로시 등의 작품이다.

특히 수영장, 야자수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풍요로움을 소재로 한 일러스트레이터 나가이 히로시의 작품은 이번 쇼 케이스의 핵심이다. 그의 일러스트는 19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일본 시티팝 장르 아티스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의 그림을 음반 재킷에 활용됐다. 이번 쇼 케이스가 열리는 장소인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은 LP판을 전시·판매하고 현장에서 직접 청음도 가능한 곳이다. CCC 아트 랩은 나가이 히로시의 그림을 음반 재킷에 사용한 70~80년대 일본 시티팝 음반을 함께 가져와 전시했다. 관람객은 음반 청음이 가능하다. 전시장에는 긴자 츠타야에서 엄선한 아트북 및 관련 굿즈들을 소개하는 섹션도 있다.

이번 쇼 케이스를 위해 방한한 CCC 아트 랩 시니어 디렉터 시시도 다이스케(사진)에게 이번 전시와 CCC 그룹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시시도 다이스케

Q : CCC 아트 랩이 주목하는 작가 기준은.
A : 현대미술을 다룬다는 것 외에는 작품가격도 국적도 나이도 구별하지 않는다. 최근 쿄토 츠타야에선 지희김, 이채원, 김서울 등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그룹전도 두 차례 열었다. 또 우리는 일본 내 미대·예대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고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우리 안목에 맞는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한 아라이 시코는 아직 대학생이지만 일본 전통회화 방식과 현대문화를 잘 접목한 작품으로 평단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Q : CCC 아트 랩이 추구하는 원칙은.
A : 고객 가치를 우선으로 100가지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CCC의 기본 원칙이다. 여기에 아트 랩의 원칙을 더한다면 ‘진짜 체험’을 추구한다는 것. 팬데믹 이후 우리 모두는 실제 공간에서 오감을 이용해 진짜 느끼고 체험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않았나.

Q : 아트 랩 부문의 구성과 역할은.
A : 현재 약 100여 명 정도가 전시기획, 서점, 미디어, 출판, 굿즈 개발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직원 대부분이 영화·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일했던 친구들이라 아트 자체에 조예가 깊진 않은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아트 민주주의’ 실천이 더 가능하다고 본다.

Q : ‘아트 민주주의’란 어떤 개념인가.
A : 아트의 대중화다. 지금까지 아트라고 하면 비좁고 폐쇄적인 마켓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펼쳐졌다. 세련된 상업 갤러리, 엄숙한 미술관 등이 주 공간이었는데 그러다보니 평범한 대중이 즐기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책과 아티스트 굿즈가 있는 정감 있고 친밀한 공간에서 손쉽고 편하게 아트를 즐길 수는 없는 걸까? 나가이 히로시의 그림은 몇 백 만원을 호가하는 작품도 있지만 우리 공간에선 판화·프린트를 몇 만원이면 살 수 있다. 그의 작품이 들어간 음반도 구매할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아트를 접하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공간과 콘텐트를 조성하는 것이다.

Q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로 아트가 중요한 이유는.
A : 아트 작품을 소유한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아트의 근사함’을 알게 되면 멋진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트를 통한 새로운 경험은 순수한 감정을 부르고, 이는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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