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르포] 고대안암병원 권역응급센터

안준용 기자 2024. 9. 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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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전문의 1명이 12~14시간씩 근무… 체력·정신적 한계에 항우울제 먹기도
지난 9월 3일 서울 고대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김지호 기자

지난 3일 오후 3시쯤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복통으로 쓰러진 A(76)씨가 이송돼 왔다. 급성 충수염이 의심되는 환자였다. 김수진(50) 센터장(응급의학과 교수)은 병상 옆에서 이동식 모니터를 보며 1차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때 인근 요양 병원에서 의식 저하에 빠졌다는 B(82)씨가 구급차에 실려 왔다. 황급히 설명을 마친 김 센터장이 달려가 B씨 상태를 체크했다. 그는 “지역 특성상 고령의 중증 환자가 많고, 경기도 의정부 등에서도 환자가 온다”며 “호흡곤란, 약물중독 등 하루에 중증 응급 환자 60여 명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도 심근경색 환자, 레미콘에 깔린 외상 환자, 뇌출혈 환자 등 중증 환자 15명이 응급실 병상에 누워 있었다.

고대안암병원은 서울의료원과 함께 서울 동북권 중증 응급 환자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다. 하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9명뿐이다. 그중 한 명은 수차례 모집 끝에 이달 초 겨우 새로 채용했다.

전문의가 최소 10~12명 이상은 있어야 ‘당직 근무 시 전문의 2명 배치’가 가능한데, 고대안암병원 등 전국 대형 병원 25곳은 전문의가 10명도 안 돼 정부의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다.

김수진 센터장은 “한 달에 150건이던 119 이송 문의가 600건으로 급증했지만, 응급실을 지키는 전문의는 평균적으로 1.3명”이라며 “체력·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지 두 달 이상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우울 증상이 생긴 여러 동료가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고, 수면 장애 때문에 퇴근해서도 수면제가 아니면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7개월 전만 해도 전공의 등을 포함해 5~6명이 응급실을 지켰지만, 전공의 8명과 전문의 일부 이탈로 지금은 한두 명뿐이다. 낮 시간대엔 그나마 두 명이 근무한다. 문제는 전문의 한 명이 홀로 12~14시간씩 응급실을 지켜야 하는 야간·새벽이다. CPR(심폐소생술) 환자 한 명만 와도 다른 환자들 상태는 체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차 병원 상당수가 문을 닫는 명절 연휴 때는 환자 수도 1.5~2배로 늘어난다.

김 센터장은 “경력이 많지 않은 젊은 전문의들은 혼자 당직을 서고 응급실 내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응급실에 불이 켜져 있다고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환자도 의사도 위험한 상황에서 진료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응급실의 중증 응급 환자 치료 기능이 서서히 마비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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